국문요약 11
제1장 서론 33
제1절 연구목적 35
제2절 연구방법 및 조사절차 36
1. 연구방법 36
2. 조사의 절차 37
가. 사례분석대상 선정의 절차 37
나. 판결기록조사 선정의 절차 40
제2장 일반론 41
제1절 심리학적 관점과 법적 관점의 긴장 43
제2절 페미니즘과 피학대여성 49
1. 가정폭력에 대한 법여성학적 관점에서의 접근 49
2. 남편살해 피학대여성의 판례에 대한 법여성학적 접근 61
제3절 법적증거로서의 피학대여성의 심리특성 66
1. 피학대여성의 일반적 심리장애 66
2. 피학대여성증후군의 출현과 문제점 72
제3장 여성의 목소리로 들어본 학대상황과 살인동기 81
제1절 사례분석의 개요 83
제2절 성장환경 및 학대남편과의 만남 93
1. 성장환경-12개의 평범한 가정과 2개의 학대가정 93
2. 남편과의 만남-12개의 평범한 연애와 2개의 강제된 관계 104
제3절 사례에 나타난 학대유형별 분석 116
1. 경제적 학대 116
2. 잠 못자게 하기 124
3. 사회적 관계의 단절과 의처증 127
4. 부부강간 134
5. 자녀와 친정식구에 대한 협박과 폭행 137
6. 신체적 학대 및 위협 145
제4절 여성들이 학대남성을 떠나지 못한 이유 170
1. 남편에 대한 양가감정 170
2. 가족과 사회의 무관심 172
3. 가해남성의 뉘우침과 끈질긴 추적 181
4. 이혼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적 수치심 183
5. 가족과 여성의 생명에 대한 위협 187
제5절 살인의 직접적 동기 189
1. 자녀와 자신을 지키고자 한 정당방위 189
2. 분노 194
제6절 소결 200
제4장 남편살해 피학대여성에 대한 법적용의 실태 205
제1절 범죄의 특성 207
1. 판결년도 및 죄명 207
2. 사건관련 특성 208
3. 범죄당시 피고인 및 학대남성의 특성 213
제2절 피학대여성과 가해남성의 특성 215
1. 피고인 인구 통계학적 특성 215
2. 피고인과 학대남성의 관계적 특성 216
제3절 양형과 재판과정 221
1. 최종형의 종류 221
2. 형량 222
3. 재판의 진행 224
4. 실형과 집행유예의 집단 간 차이비교 230
제4절 소결 234
제5장 피학대여성 보호방안 관련 법리 현황 및 변화 237
제1절 우리나라 239
1. 우리 법원에 제출되는 피학대여성증후군 239
2. 실체법적 쟁점 241
제2절 독일 252
1. 가정내폭력 내지 피학대여성의 문제에 관한 논의의 의의 252
2. 여성의 배우자살해에 관한 문제의식과 범죄학적 시점(視點) 253
3. 피학대여성의 반격행위와 정당방위 260
4. 배우자를 살해한 피학대여성에 대한 재판에서의 증거절차 307
5. 피학대여성의 배우자살해에 대한 법적 대응의 현상과 전망 317
제3절 일본 325
1. 가정내폭력 내지 피학대여성에 대한 인식 및 법적 대응의 현상 - 개요 325
2. 피학대여성의 반격행위와 정당방위 327
3. 피학대여성의 반격행위와 책임능력 351
제4절 미국 366
1. 증거법적 쟁점 366
2. 실체법적 쟁점 388
제5절 소결 409
1. 피학대여성증후군의 증명력과 증거능력에 관한 절차법적 개선방안 409
2. 실체법적 개선 가능성 413
제6장 결론 427
1. 피학대여성들의 사회심리적 특성과 법적용의 실태 429
2. 피학대여성 반격행위의 법적 평가 434
참고문헌 437
Abstract 469
[부록 1] 교도소 설문조사지 473
[부록 2] 교도소 기록조사지 487
[부록 3] 교도소 면접지 495
[부록 4] 판결문 기록조사지 505
1. 연구의 목적 및 의의
본 연구는 국내에서도 학대로 인해 가해남성을 살해한 여성들에 관한 실증연구와 그 결과의 사법적 적용에 관해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한다는 필요성에 의해 시작되었다. 즉, 미국의 학계와 법정에서 찬반양론이 팽팽한 피학대여성증후군이론 자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뿐 아니라, 피학대여성증후군이외 여성들을 변호할만한 형법적 논리와 실증적 근거가 없는지에 관한 본격적인 탐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 보고서는 먼저, 국내의 남편살해피학대여성에 대한 실증조사를 통해 피학대여성의 사회심리적 특성과 그들에 대한 법적용의 실태를 살펴보고, 다음으로 독일, 일본, 미국의 피학대여성에 대한 사법적 대응의 실태를 고찰하였는데, 특히 미국 법원 및 법학계에서 피학대여성이 기소된 사건들에 있어 피학대여성증후군을 어떻게 이해하고 반응해왔는지를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이는 일차적으로 피학대여성증후군의 증명력과 증거능력에 관한 문제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피학대여성증후군의 증명대상과 실체법적 쟁점에 관한 문제이다. 이 두 가지 쟁점은 피학대여성증후군과 관련된 다른 방향의 법적 쟁점이지만 결국 상당히 긴밀하게 연관이 되어 있는 문제이다.
피학대여성증후군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정황들이 법정에서 섬세하게 활용될 수 있다면, 정의와 형평에 보다 접근하는 방향으로 피학대여성의 행위와 결과의 가벌성과 관련된 법적 기준의 발전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본 보고서의 궁극적인 목적은 실증조사와 형법적 논의를 결합한 법심리학적 접근방법으로 남편을 살해한 피학대여성들에 관한 절차법적, 실체법적 개선방안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피학대여성의 사후적 구제책은 피학대여성증후군을 단지 활용한다고 하여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기존 법리가 상당부분 수정되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피학대여성 행위의 정당성과 면책가능성을 논하는 단계의 성격이 규명되어야 한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피학대여성증후군이라는 개념이 정당화 요건과 면책 요건을 변화시키는 데 강력한 동인이 되었던 것으로 평가되었음에 비추어 이러한 변화의 성격과 내용의 정당성에 대하여 심사를 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짚어 보는 데 있어 피학대여성증후군과 형사법리와의 관계에 주된 초점을 두고 분석했지만, 피학대여성증후군에 제한되지 않고 피학대여성의 다양한 심리적․상황적 현상들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이는 피학대여성증후군과 형사법리의 관계라는 좁은 쟁점에서 출발하여 보다 넓고 포괄적인 시각으로 전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연구방법
본 연구는 문헌연구와 실증조사로 나뉘어 진행된다. 문헌연구는 피학대여성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결과와 피학대여성의 반격행위관련 국내 법리적 논의 및 판례를 분석하고, 미국, 독일, 일본의 법이론적 논의 및 판례를 분석하였다. 피학대여성에 대한 사후적 보호방안의 마련을 위한 심리학적 연구성과를 활용한 미국의 법원과 학설의 현황을 주로 분석과 이해의 토대로 삼았다. 소위 피학대여성증후군이 현존하는 미국의 정당화 및 법리를 극한까지 몰고 가서 사실상 변화시킨 부분이 가장 큰 쟁점이었다. 이 부분의 성격을 어떻게 이해할 지에 대한 부분에 주로 본 글의 분석의 초점이 맞추어졌다. 가능한 한 가장 급진적인 견해와 전통적인 견해를 대비시켰으며 양자 중 어디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며 진실은 어디에 가까운지를 최대한 부분적인 개념까지 놓치지 않고 추적했다. 즉, 위법성 및 면책의 객관성을 고수하고자 하는 태도와 행위자의 개별적 상황 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태도 간의 긴장을 활용했다.
실증연구는 사례분석과 판결기록조사로 이루어졌다. 사례분석은 12명의 심층면접사례와 2명의 수사재판기록을 대상으로 하였다. 18명의 대상자를 면접하였으나 이들 중 4명은 학대를 당한 사실이 없었으며, 또 다른 2명은 판결문에는 짤막하게 남편의 폭력이 언급되어 있으나 정신질환이 심각하여, 응답에 일관성이 없이 횡설수설하여 면담에서 제외하였다. 18명중 6명을 제외하고 12명이 분석대상이 되었다. 면담이 끝나면, 신분카드, 신분장, 분류처우심사표에 나타난 전과, 질환여부, 교정심리검사결과 등의 제반사항을 기록하였다. 12개의 사례이외에 판결문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사례 2개를 골라 수사재판기록을 분석하였다. 이로써 최종적으로 14개의 사례가 분석대상이 되었다. 사례에 대한 심층분석은 남편을 살해하고 교도소에 수감중인 12명의 여성들과 수사재판기록에 나타난 2명의 여성사례 총 14명의 사례를 대상으로 하였다.
판결기록조사는 다음과 같은 절차로 이루어졌다. 먼저 두 차례의 대법원 방문 시,『살인, 과실치사, 폭행, 남편, 아내, 주부, 정당방위, 과잉방위, 오상방위, 긴급피난, 가정폭력, 심신상실, 심신미약, 학대, 변태』등의 검색어로 교차 검색하여 본 연구와 관련된 판결문을 선정하여 일차적으로 대법원 통합법률시스템 및 판결문 제공신청으로 판결문을 찾고, 찾을 수 없는 판결문들은 각 법원에 협조 요청하여 총 70개의 판결문을 분석대상으로 하였다.
3. 사례분석결과
국내의 선행연구에서 사용된 심층면접이나 사례분석은 양적연구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렀으며, Walker의 피학대여성증후군을 이론적 근거로 하여 살인의 동기를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인한 상황에 대한 오판, 누적된 폭력에 의한 공포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본 연구에서도 피학대여성증후군에 관한 기존의 연구결과와 국내선행연구들에서 나타난 공통된 결과에 주목하고는 있으나, 기본적 분석의 틀은 여성들이 가진 성장환경과 결혼생활, 폭력피해 실태, 심리적 과정, 살인의 동기 등이 가진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자 한 것이다. 때문에 이전의 남편살해 피학대여성에 관한 연구들과 달리 BWS(피학대여성증후군)에 기대어 살인의 동기와 여성들의 심리적 특성을 일률적으로 재단하지 않았다.
사례분석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여성들이 당한 학대와 ‘왜 학대를 당하면서 남성을 떠나지 못했는가’에 관한 것이다. 사례분석에 나타난 대부분의 여성들은 범행직후 자수한 것으로 나와 있는데, 여성들은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적어도 사건에 직면하기 직전까지는 남편에 대한 살인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이다. 면담과 수사재판기록을 통해 당시 상황에서 여성들이 느꼈던 감정이나 인지적 판단의 내용을 완전하고도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또한 여성들의 회고를 통해 들을 수밖에 없는 당시의 상황과 여성들이 술회하는 살인의 동기는 대부분 우발적이다. 때문에 여성들의 살인동기보다는 살인의 발생에 이르도록 남편을 떠나지 못하거나, 남편의 폭력을 중지시키지 못한 상황과 이유에 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Walker가 주장한 학습된 무기력과 여성들의 낮은 자아존중감은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가장 많이 공격받은 부분인데, 실제 면접에서 만난 피학대여성들의 대부분은 생활력이 강하고, 자기의 삶을 영위해나가는데 적극적이었으며, 자녀를 위해 살아가는 억척스러운 여성들이었다. 이들 중 다수는 학대남성을 만나기전까지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고, 같이 사는 동안에는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기도 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여성들의 모습은 여성을 둘러싼 사회적 상황이 가진 문제를 드러내준다. 즉, 사례에서 여성들은 경찰에 신고했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상담소나 쉼터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으며, 상담소의 존재를 알고 상담소에 전화를 한 사례에서조차 상담소로부터 무성의한 응답만 들었을 뿐이다. 또한 친정식구나 시댁식구에게 학대사실을 말한 경우에도 돌아오는 것은 여성의 인고에 대한 강조였다. 만약 도피를 감행할 경우, 생계수단이 막막할 뿐 아니라 친정식구를 모두 죽이겠다, 도망가면 끝까지 찾아내겠다는 협박은 여성과 자녀를 보호해줄 법적 장치가 전무한 상황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현실이다. 면담에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말한 여성들조차도 자신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통제력을 상실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즉, 여성들이 학대상황에서 학습된 무력감 때문에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다는 Walker의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때문에 이러한 여성들의 노력이 법정에서 충분한 부각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폭력의 순환주기에 대한 Walker의 통찰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Walker의 수정된 이론대로 남성들 대부분이 애정어린 뉘우침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으며, 마지막 단계는 단지 폭력의 일시적 휴지로 나타나기도 한다. 남성들이 폭력을 행사하고 눈물로 참회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겪었던 사례들에서는 남성에 대한 불쌍함, 측은함이 관계에 머물러 있게 된 중요한 이유로 나타났다.
여성들이 당하는 학대상황에 대한 분석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신체적 폭력 못지않게 성적 학대와 정신적인 학대, 경제적 학대 등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구타 이후의 성관계에 대한 강제,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의 폭력과 흉기위협, 자녀와 친정식구들에 대한 폭행과 협박, 잠못자게 하기, 의처증, 생활비를 주지 않으면서 노동활동을 통제하는 등의 전방위적인 폭력상황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성들의 자제력을 무너뜨리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의 살인동기에는 자기 자신과 자녀를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와 남성에 대한 분노라는 두 가지 동기로 크게 나눠진다. 여기서 말하는 정당방위는 형법적인 개념보다는 느슨하고, 페미니즘적인 관점보다는 엄격하다. 분명히 남성들이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려는 대면상황에서 사건이 발생했으며, 여성들이 느낀 절박함에는 차이가 있으나, 자신과 자녀의 안전을 위해 남성을 공격한 사례만을 정당방위로 분류하였다.
국내외의 선행연구에서는 비대면 상황에서도 여성들의 살해동기에 분노보다는 공포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면접에서 만난 여성들의 절반 이상이 남편이 수면 중이거나 여성을 공격하지 않는 상태일 때 살해했는데, 그 때 당시 분노를 느꼈다고 표현했다. 여성들이 살인의 피의자이고 대부분 사건이 종결되고 시간이 흐른 이후에 면접이 진행되기 때문에 자기보고적인 조사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보자면 여성들이 분노를 느꼈다는 말도 완전히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다. 즉, 여성들이 ‘분노’에 대해 말한 것은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서 자신이 학대당하던 당시의 상황을 회고하는 중에 생긴 해석적 감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4개의 사례를 제외한 10개의 사례에서 여성들은 살인의 동기를 분노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