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9
제1장 서 론 15
제2장 자기결정권과 사전의료지시 21
제1절 자기결정권과 생명권 23
Ⅰ.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생명보호 25
1. 법의 관점에서 자기결정권과 생명권 25
2. 의료윤리의 관점에서 자기결정권과 생명권 32
3. 말기환자에 대한 의사의 임무 34
Ⅱ.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의사의 치료의무 35
제2절 결정무능력 환자의 결정 모델 40
Ⅰ. 가족의 대리 40
Ⅱ. 법원을 통한 결정 43
Ⅲ. 사전의료지시제도 44
Ⅳ. 절차주의의 문제 45
제3장 사전의료지시의 의의와 외국의 법제 47
제1절 개요 49
제2절 사전의료지시서의 법적 성격 51
제3절 오스트리아 사전의료지시법(PatVG) 52
Ⅰ. 이 법률에 따른 환자사전의료지시 53
1. 대상의료행위 53
2. 사전의료지시의 한계 54
3. 안락사 문제 55
Ⅱ. 환자사전의료지시의 유효성 56
Ⅲ. 구속력 있는 환자사전의료지시 56
1. 이해능력과 판단능력 57
2. 서면성 59
3. 의사의 역할 60
4. 법률가의 역할 63
5. 갱신과 변경 66
6. 의학의 발전 67
Ⅳ. 고려대상으로서 환자사전의료지시 68
1. 인식능력과 판단능력 69
2. 의사의 설명 69
3. 단계적 고려 70
Ⅴ. 법원의 결정 71
제4절 독일 후견법 제3차 개정법 72
Ⅰ. 후견법 제3차 개정법의 주요내용 73
1. 환자의사의 중요성과 적용범위 73
2. 징후의 확정을 통한 의사의 근본적인 책임 75
3. 후견인과 임의대리인의 동일한 취급 76
4. 오・남용의 통제 77
Ⅱ. 개정민법에 따른 결정모델 78
1. 환자의 명시적 의사에 따른 의료행위 79
2. 환자 사전의료지시에 따른 의료행위 80
3. ‘추정적 의사’에 따른 의료행위 81
4. 환자의 복리에 따른 의료행위 82
5. 요약 83
제5절 중화민국(타이완) 호스피스법 86
1. 개념정의 86
2. 말기환자의 호스피스 의료와 심폐소생술거부 신청서 작성 88
3. 대리인의 지정 90
4. 의사의 의무 90
5. 처벌규정 91
제4장 우리나라의 입법안에 대한 분석 93
제1절 존엄사법안 95
Ⅰ. 제안이유 95
Ⅱ. 기본이념 및 책무 96
Ⅲ. 의료윤리심의위원회의 설치 96
1. 국가의료윤리심의위원회의 설치 96
2. 기관의료윤리심의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97
Ⅳ. 연명치료의 의사표시 98
Ⅴ. 연명치료 보류・중단의 이행 및 효과 101
Ⅵ. 기록・보고 및 감독의무 103
Ⅶ. 적극적 안락사의 처벌 103
Ⅷ. 소결 104
제2절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관한 법률안 106
Ⅰ. 서론 106
Ⅱ. 총칙 검토 107
Ⅲ. 생명연장조치 중단조치 109
1. 요건 및 절차 109
2. 생명연장조치거부 사전결정서 109
3. 사전결정서의 효력 110
Ⅳ. 책임면제 및 기타 111
Ⅴ. 소결 111
제5장 사전의료지시제도 도입을 위한 전제조건 113
제1절 환자의 의료행위에 대한 거부권과 사전의료지시 115
Ⅰ. 사전의료지시의 전제로서 환자의 의료행위 거부권 115
Ⅱ. 사전의료지시서의 법적 의미 119
Ⅲ. 환자 본인의 작성 121
제2절 의학적 판단의 존중 123
제3절 기타문제 125
제6장 결 론 129
참고문헌 135
Abstract 147
참고자료 1 153
참고자료 2 158
참고자료 3 162
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 사람들은 시대와 상관없이 죽음을 두려워했고 고통 없는 죽음을 원했다. 문제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있다. 과거 의사의 직업적 소명은 가능한 한 환자의 생명을 연장・유지시키는 것이었다. 이는 국가 법질서가 인간의 생명을 상대화가 금지된 최고위치에서 보호되는 법익으로 간주했기 때문이었다. 아직까지도 우리 주위에는 많은 불치의 병이 존재한다. 그러나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의학기술은 과거에는 생각지 못했던 여러 가지 새로운 형태로 인간의 삶을 연장시키고 있다. 인간의 생명이 인공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것이 과연 환자의 의사에 합치되는가에 관한 의문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생명의 종기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생명만큼이나 소중하다는 점에 대체로 긍정하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나아가 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거부권 역시 자기결정권의 중요한 내용으로 인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사에게 무조건적인 생명유지의무를 부과하거나 강조하는 것은 더 이상 유의미하다고 할 수 없다. 연명치료와 관련한 자기결정권의 문제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01년 네덜란드와 2002년 벨기에가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촉발된 적극적 안락사의 논쟁은 환자가 명확히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 따라서 소생가능성 없고 의식이 없는 중환자에 대한 연명치료중단은 이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 할 것이다. 환자가 자기 결정권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경우라면 표시된 의사와의 정합성 여부에 따른 논의가 가능하지만 의식이 없는 환자의 경우 환자의 의식자체를 밝히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환자의 의사를 밝힐 수 없다면 환자의 자기 결정권은 그저 속빈 껍데기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의 강력한 요구로 치료의 포기・유보・중단하여야 하는지는 임상에서 수없이 부딪히는 문제이다. 그럴 때마다 의사들은 자신의 치료의무가 어디까지인지, 환자의 연명치료를 어느 시점까지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려운 문제 위에 놓여진다.
2009년 5월 21일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연명치료중단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환자사전의료지시제도의 필요성에 관한 집중적인 논의의 계기가 된 이 사건의 판결문에는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의료인에게 자신의 연명치료 거부 내지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힌 경우”를 ‘사전의료지시’라고 칭하고, 환자의 의사가 바뀌었다고 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결정권의 행사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사전의료지시제도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히고 있다. 사전의료지시제도에 대한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암정책팀은 환자의 존엄사에 대한 사전의사결정 근거를 담은 ‘호스피스 완화 의료에 관한 법률’ 입법을 추진 중이며 국회에서는 신상진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위 ‘존엄사 법안’과 김세연의원이 대표 발의한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관한 법률안’등이 상정되어 국회 및 시민단체에서 여러 차례 토론회가 열렸다. 아울러 대한의사협회도 연명치료중지에 관한 지침 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안)”으로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공동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세브란스병원은 판결이 나오기 직전에 환자의 상태를 3단계로 구별한 소위 “존엄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또 서울대학교병원은 “말기 암환자의 심폐소생술 및 연명치료 여부에 대한 사전의료지시서”를 공식적으로 시행하기로 하였다.
이와 같은 일련의 움직임들이 환자사전의료지시제도 또는 사전의료지시제도만을 주제로 삼고 있는 것만은 아니지만 논의의 핵심부분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는 우리보다 먼저 환자사전의료지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외국의 법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1) 2009년 5월 21일 세브란스병원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결문에 직접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의료인에게 자신의 연명치료 거부 내지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힌 경우”를 ‘사전의료지시’라고 칭하고, 환자의 의사가 바뀌었다고 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결정권의 행사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환자사전의료지시제도의 필요성에 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전의료지시제도가 우리 사회에서 연명치료의 중단상황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에 현실적으로 기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의 시행에는 여러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2) 우선 치료거부권을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사전의료지시는 대부분 특정 치료에 대한 거부를 내용을 담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치료에 대한 위임(durable power of attorney)제도를,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는 사전의료지시(Patientenverfügung)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법제도의 시행에는 치료거부권의 인정이 중요한 전제가 된다. 치료에 대한 위임(durable power of attorney)제도의 경우는 환자의 의사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대리인이 의료행위에 대한 결정을 하는 것인데, 이러한 제도의 전제에는 DAMA(discharge against medical advice)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치료에 대한 위임(durable power of attorney)제도 자체는 대리인의 의사에 따라 의료행위 지속의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리인이 의료행위를 거부하는 것도 DAMA에 포함될 수 있다. 이 경우 발생하는 결과에 대하여 의사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환자의 치료거부권이 인정되고 있다. 치료거부권의 행사를 통하여 소극적으로 환자는 죽을 권리를 갖는다. 이 경우 환자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고 의사는 환자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따라서 사전의료지시에 특정된 상황에 치료거부 의사를 밝히면 의사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결과에 대하여 의사는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환자가 치료거부의 의사를 밝힌 경우에 의사의 보증인 의무, 즉 치료의무가 탈락하므로 정당화되는 행위이다. 이 경우 치료행위를 지속한다면 독일의 경우는 형법 제223조의 상해죄로 오스트리아의 경우는 형법 제110조 전단적 의료행위죄로 처벌된다.
이러한 전제가 있기 때문에 사전의료지시가 있는 경우에 의사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연명치료중단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결정능력을 지닌 환자의 경우에서도 치료거부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세브란스병원사건은 물론이고 보라매병원사건에서도 생명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는 비록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더라도 의사에게 보증인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려되는 것은 의사들의 태도이다. 보라매병원사건의 경우 연명치료중단의 문제로 간주될 수는 없는 사건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의사들에게 보수적인 입장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치료거부권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명시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한, 의사들은 사전의료지시가 있더라도 환자의 입장에서보다는 의사의 입장에서 최선의 치료를 다하고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전의료지시제도를 입법화하는 경우에는 그 전제로 환자의 치료거부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3) 오스트리아나 독일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현실에서 환자의 보호자 역할이 비교적 크다. 대한의사협회의 의사윤리지침 제17조 제2항도 “의식불명인 환자 또는 스스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의 가족 등 보호자에 대하여 의사가 필요하고도 충분한 설명을 하고 계속적인 의료를 받을 것을 설득하였음에도 그 보호자가 환자의 생명유지 치료를 비롯한 의료행위의 중단 또는 퇴원을 서면으로 요구하고, 그 이후 반복적으로 퇴원을 요구하면서 진료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 의사는 환자가 의식이 있다면 그 환자가 가질 수 있는 의사와 이익을 신중히 고려하여 보호자의 의사 및 요구와 환자의 추정적 의사 등이 의학적, 사회통념적으로 수용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보호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이러한 점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이 “뇌사자와 사망한 자의 장기등은 본인이 뇌사 또는 사망하기 전에 장기등의 기증에 동의한 경우로서 가족 또는 유족이 장기등의 기증을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아니하는 경우와 본인이 뇌사 또는 사망하기 전에 장기등의 적출에 동의 또는 반대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아니하는 경우로서 그 가족 또는 유족이 동의하는 경우에 한하여 적출할 수 있도록(제22조제3항)”하여 장기기증자의 의사도 아니고 보호자의 의사도 아닌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위의 예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환자의 사전의사표시가 있는 경우라도 결국 사전의료지시의 구속력은 보호자의 의사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해 도입을 시도하는 환자의 사전의료지시의 의미가 상실된다. 따라서 만약 환자의 사전의료지시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그 내용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그 사전의료지시에 표시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하여는 환자보호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의사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제도적 장치의 하나의 대안으로 민법 또는 의료법에서 현재 민법의 해석에 상충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독일의 민법상 관련부분을 참고할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4) 아울러 보호자 등이 특정한 의료행위를 요구하더라도 우선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전제조건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의사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는 의료행위를 보호자가 요구한다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5) 2009년 9월 15일 대한변호사협회와 대한의사협회 공동세미나에서 대한변호사협회는 사전의료지시서의 확실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공증을 요건으로 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하지만 환자의 가변적인 의사를 반영하기에 공증제도는 타당하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공증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와 비교해볼 때, 특히 비용문제로 공증인, 변호사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사전의료지시는 환자가 결정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미래에 자신이 결정능력이 없을 때를 대비하여 이루어지는 의사표시이므로, 표시되기만 하면 족하다. 따라서 사전의료지시의 방법은 제한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구두로도 가능하고 문서로도 가능하다. 다만 실제 환자사전의료지시가 필요한 상황에서 증명력의 차이는 부정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가급적 문서로 작성할 것이 추천되기는 한다.
6) 사전의료지시서는 환자가 자기 자신의 자기결정권을 보장받기 위해서 작성하는 것이다.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하지 않는 것도 환자의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전의료지시가 의료행위를 개시하거나 유지하는 조건이 되어서는 안된다. 독일 개정민법 제1901a조 제4항과 오스트리아 사전의료지시법 제10조와 제15조에서 이러한 규정을 두고 있다.
7) 우리나라에서도 두 법안이 발의 되었다. 하지만 이 법안에서 얼마나 합리적이고 타당한지에 관해서는 의문이 든다. 따라서 우리보다 먼저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사전의료지시서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