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신적 또는 물질적 생활수단을 얻거나 유지하기 위해서 행하는 계속적인 활동”으로서 인간의 사회·경제적 생활의 기초가 된다.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일자리” 문제가 정치·사회적 핫이슈라는 사실에서도 보듯이 현대사회에서 직업이 지니는 의의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매우 크다. 이 때문에 헌법 또한 ‘직업의 자유’를 “직업에 관한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기본권”으로 명문화하여 보장하고 있다. 국민 누구나가 직업을 개성신장의 수단으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직업의 자유는 주관적 공권의 성격을 지니면서, 동시에 이러한 국민 개개인의 직업의 행사에 의해 국가적 사회·경제 질서가 형성된다는 의미에서 헌법질서를 구성하는 일종의 객관적 가치질서에 해당한다. 한편 오늘날 다수의 헌법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기본권의 양면성’의 자명한 귀결이기도 하지만, 모든 자유와 권리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취지에 따라 직업의 자유도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제한에 대해서는 비례성원칙, 본질내용침해금지원칙 및 이른바 “단계이론” 등에 의한 정당화과정을 거쳐 다시 일정한 한계가 설정된다. 현대사회에서 직업의 행사가 지니는 공공성을 고려할 때 직업에 기반을 둔 경제활동은 사회화되어야 하며, 직업의 도덕성과 직업윤리가 원만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 직업의 규칙체계를 만들어 내는 건강한 직업집단이 형성되어 기능하여야 한다. 그러나 직업윤리의 구심점이 되는 직업집단도 종국적으로는 국가의 틀 안에 부속되고 직업관련 법률의 규제를 받게 되며, 이러한 직업집단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직업들 역시 국가의 법적 통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규범’과 ‘제재’를 그 구성요소로 하는 사회통제는 국가적 법적 통제로 발전하여 그 정점인 형법적 사회통제에 이른다. 최고로 정형화된 ‘형사규범’을 통하여 법익보호를 규정하고, 법익침해에 대하여는 자유·재산과 같은 법익을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형사제재’를 부과하는 형법적 사회통제는 그 효력이 법치국가적 ‘형사절차’를 통하여 관철된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사회통제이다. 그렇다면 직업의 행사와 결부되어 발생하는 크고 작은 법익침해와 관련하여 요청되는 형법적 법익보호는 어떠한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으며, 우리 현행 형사사법체계는 이에 적절히 부응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 제기된다. 먼저 일반형법에 국한하여 살펴보자면 우리 형법전에서 ‘직업과 결부된 범죄 및 형사제재’라는 형사정책적 관점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형법 제41조는 9가지 형벌을 열거하여 ‘형의 종류’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제4, 5호의 ‘자격상실’과 ‘자격정지’는 일견 직업과의 맥락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른바 “자격형” 또는 “명예형”으로 일컬어지는 자격정지와 자격상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제43조를 살펴보면 제4호의 “법인의 이사, 감사, 지배인”과 같은 법인관련 업무의 주요직책을 제외하면 형법상 자격상실과 자격정지는 “공직자격” 관련 제재임을 알 수 있다. 즉 일반적인 직업행사에 요구되는 “자격”의 상실이나 정지와는 무관한 규정이다. 일반형법의 틀 밖에서 “직업과 범죄”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형사정책이슈가 된 것은 최근 성폭력범죄와 식품관련범죄가 미디어를 통하여 문제화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특히 성범죄와 관련하여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성범죄자의 취업제한이 입법화되었으며, 이 법은 이른바 ‘도가니법’으로 불리는 개정법을 통하여 최근에 다시 강화되어 의료인 성범죄자의 경우 최대 10년의 취업제한이 가능하게 되어 사실상 ‘직업금지’ 제재가 도입된 측면이 있다. 그 밖에도 각종 직업 및 영업의 행사와 관련하여 관련 개별법들은 대부분 행정처분으로 중대한 위법행위에 대하여 자격정지, 면허정지, 업무정지,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규정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변리사회, 대한의사협회 등 제도화된 직업단체의 경우 해당 직업단체의 윤리위원회 또는 징계위원회의 징계절차를 거쳐 또는 이와 별개로 직접 관할행정청이 이러한 행정처분을 내린다. 먼저 이러한 행정처분을 통해 내려지는 면허·자격정지 등 직업금지에 준하는 행정제재에 대하여는 통계자료 등 신뢰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여 그 실효성을 검증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또 직업단체의 자치적 징계규정 및 징계절차의 구성에는 온정주의적 “동료재판”의 요소가 존재하여 징계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 이와 같은 직업단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직업의 경우, 해당 직업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범죄를 제재함에 있어서 그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 연구에서는 먼저 형사제재론의 관점에서 한편으로는 헌법상 직업의 자유와의 맥락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직업과 결부된 실효성 있는 형사제재의 검토라는 측면에서 형사제재로서의 ‘직업금지’에 대해 이론적인 검토를 한다. 나아가 위에서 언급한 현행법상 직업관련 처분들에 대하여 그 요건과 절차 및 체계상의 문제점과 한계점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비교법적 검토에서는 독일, 프랑스, 미국의 직업관련 형사제재를 중심으로 고찰함으로써 우리 형법상 직업금지의 형사제재화와 관련한 시사점을 찾아 이를 형법상 구체화하는 방안의 토대로 삼고 있다. 직업의 자유의 제한과 제한의 한계에 대한 ‘단계이론’의 관점에서 고찰한 바에 따르면 국민의 생명과 건강·안전을 다루는 직업이나 전문적 지식·기술을 가져야만 원활히 행사할 수 있는 직업에 대하여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하여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금지시켜 놓은 후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에 한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를 회복시켜 주는 자격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거의 모든 현대국가의 추세라 할 수 있다. 최근 사회의 전문화·세분화로 자격의 종류와 자격에 따라 수행되는 업무의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직업분야에서 자격제도가 차지하는 비중 및 사회적 중요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편으로는 이를 규제하는 개별 자격법률에 의한 기본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격과 직업을 남용·악용한 범죄의 중요성과 심각성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자격과 직업의 남용 및 악용에 의한 범죄행위에 대하여서도 “범죄행위의 맥락과 가장 밀접하게 결부된 제재”가 정당한 응보를 통한 정의의 실현이란 관점이나 일반인에 대한 위하 또는 규범의 안정이라는 일반예방의 관점, 나아가 범죄자의 재범으로부터 일반을 보호하는 특별예방의 관점에서 설득력을 갖게 된다. 행위자가 소지하고 직업적으로 행사하는 자격의 경우에는 대부분 직업단체가 존재하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치적 징계제도를 통한 이른바 “직업재판권”이 행사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관할 행정청이 직접 징계권을 행사하며 행정처분을 내린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징계위원회를 통해 행사하는 변호사징계제도를 들 수 있으며, 후자의 경우로는 보건복지부가 직접 징계권을 행사하는 ‘의료인’에 대한 징계제도를 들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대표적인 이 두 가지 유형의 징계제도를 고찰하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직업단체들이 “직업자율성, 단체자치성, 사법공공성”의 토대 위에서 엄격하고 공정한 직업재판권을 행사하는 방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비교적 자리가 잡힌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징계위원회의 징계실무를 보든, 아직 “자율징계권” 쟁취를 외치며 자체 징계위원회제도를 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보건의료단체의 접근법을 보든, 이 자격 및 직업들이 지니는 사회적 중요성에 상응하는 징계제도의 운용이라는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 실정이다. 후자의 경우 감독당국인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 실무도 대부분 이른바 “솜방망이징계”의 모양새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직업단체의 이른바 “직업법정” 내지 “명예법정”이 스스로의 직업적 신뢰와 품위를 지키는데 미온적인 한편, 관할행정청에 의한 행정처분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직업 관련 제재는 사실상 무력한 상태로 평가되며, 따라서 형사제재로서의 직업금지의 의의와 필요성이 매우 큰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직업금지를 형사제재로 구성함에 있어서는 현재 사실상 부수형의 형태로 “아청법”을 통해 입법된 성범죄자의 취업제한과 같이 “거친 형태”의 입법형식은 피하여야 할 것이다. 취업제한처분은 장래에 특정직업을 취득하여 행사할 사람에게는 일반인에 대한 위험의 차단을 위한 진입장벽에 해당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현재 해당직업을 행사하는 사람, 예컨대 최근에 피처분대상자로 포함된 의료인의 경우에는 이로써 사실상 직업금지가 법제화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원인행위의 경중을 막론하고 일괄적으로 10년의 직업금지를 부과하는 것은 과잉금지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 직업금지를 형사제재로 규정함에 있어서는, ‘보안처분모델’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의 현행 직업금지모델은 독일과 스위스의 실무경험에 비춰볼 때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 특히 보안처분의 본질적 요소인 “미래에 직업을 행사하면서 이와 관련하여 중대한 범죄를 저지를 재범위험성”을 예측한다는 것은 형사법관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일종의 전문법원인 ‘형사집행법원’을 전문적 위험예측기관으로 도입하지 않는 이상 이를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 할 것이다. 그리고 위험예측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원인행위에 비중을 두고 위험성을 판단하여 보안처분인 직업금지처분을 사실상 ‘직업금지형’의 형태로 부과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수형자인 피처분자의 입장에서는 직업금지제재를 보안처분이라는 이름만을 단 “상표사기” 내지 “이중처벌”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우리 현행 형사제재 가운데 이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보안처분의 형태로 도입된 위치추적전자장치부착명령, 즉 전자감독제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직업금지를 형벌로 구성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더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 경우에도 독일에서 위헌판단을 받아 삭제된 바 있는 독일형법의 “재산형(Vermögensstrafe)모델”이나 교통범죄를 겨냥한 독일형법의 보안처분의 하나인 “운전금지 내지 면허정지(Fahrverbot)모델”을 차용한 “부수형(Nebenstrafe)모델”은 직업금지형의 구성모델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검토된다. 현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모델은 자유형 및 벌금형에 준하는 “주형(主刑, Hauptstrafe)모델”로 직업금지를 도입하는 방안이라 생각된다. 특히 자유형 또는 벌금형과 결합하여 선택·병과·대체형의 방식으로 직업금지제재를 투입할 때 직업금지는 직업의 행사와 결부된 범죄에 대하여 직접적 맥락 속에서 기능하는 제재로서 한편으로는 억제적 형벌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보안과 개선의 목적을 동시에 지향하는데 적합한 형사제재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안처분모델과 같이 위험성예측의 난제에 봉착하는 문제를 피할 수 있고, 또 준법예측을 토대로 한 직업금지의 집행유예제도를 함께 규정함으로써 재사회화 고려의 여지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방안의 입법화는 우선 “형의 종류”에 자유형(징역), 벌금과 함께 직업금지를 규정하고, 자유형의 집행유예에 관한 조항은 준용규정을 통하여, 그리고 직업금지에 관한 본 조항은 자유형과 벌금형에 관한 규정에 이어 “자신의 직업이나 영업을 악용하거나 이와 관련한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범죄행위로 인하여 6월 이상의 자유형에 처해지는 때에는 법원은 6월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동안 해당 직업이나 영업의 행사를 금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