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15
제1장 서론(홍영오․허태균) 23
제1절 연구의 필요성 25
1. 사법현실과 연구의 필요성 25
2. 기존 연구의 한계 28
제2절 연구의 내용 및 방법 31
1. 연구의 내용 31
2. 연구방법 33
제2장 사법판단에 있어서 불확실성(홍영오․이영주․김나경) 37
제1절 불확실성의 이해 39
1. 불확실성의 개념 41
2. 불확실성의 유형 43
3. 불확실성의 효과와 대응전략 49
제2절 사법판단에 있어서 불확실성 이해의 기초 53
1. 사법절차의 불확실성 53
2. 사법판단의 구조 56
제3절 사실 인정의 구조 61
1. 사실 인정의 의의: 마당적·장면적 이해 62
2. 사실 인정의 특성: 불확실성의 등장 62
제4절 자유심증주의의 구체화 73
1. 자유심증주의의 구체화 74
2. 국가별 논의의 전개 82
제5절 형사절차에서 불확실성의 유형 103
1. 자백과 사실 인정의 불확실성 104
2. 자백 이외의 진술과 사실 인정의 불확실성 108
3. 간접증거(정황증거) 114
제3장 불확실성에 대한 심리적 대응(홍영오․허태균) 117
제1절 사법판단 결정 모형 119
1. 입증의 기준: 합리적 의심 120
2. 수학적 접근법 123
3. 설명 중심 접근: 이야기 모형 124
제2절 불확실성 하에서의 판단기제 126
1. 휴리스틱스(Heuristics) 127
2. 이중처리모드(Dual Process Mode) 129
제3절 불확실성 하에서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 131
1.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연구 133
2. 배심재판에서 편견과 고정관념의 효과 135
3. 언론의 보도가 재판에 미치는 영향 136
제4절 불확실성 하에서의 판단오류 139
1. 닻 내리기 효과(Anchoring Effect) 139
2. 틀 효과(Framing) 140
3. 후견편향(Hindsight Bias) 141
4. 자기중심 편향(Egocentric bias) 141
5. 후광효과(Halo-Effect) 142
6. 결합오류(Conjunction Fallacy) 142
7. 소박한 현실주의(Naive Realism) 143
8.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144
제4장 사법판단에서 불확실성에 대한 반응의 국가비교(홍영오) 145
제1절 연구목적 147
제2절 연구대상 151
제3절 연구방법 153
1. 시나리오 155
2. 주요 변인의 측정 160
제4절 국가별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 및 대응방식 결과 165
1. 국가별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식 차이 166
2. 국가별 범인일 확률 지각에 대한 회귀 분석 173
3. 국가별 불확실성 유형에 따른 사법판단 178
제5절 소결 188
제5장 사법판단주체별 불확실성 대응 차이(허태균․윤상연) 193
제1절 연구목적 195
제2절 연구대상 197
제3절 연구방법 198
제4절 판단 주체별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 및 대응방식 결과 198
1.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식 차이 199
2. 주체별 불확실성 유형에 따른 사법판단 204
제5절 소결 212
제6장 정보가치와 여론정보가 사법판단에 미치는 영향(허태균․윤상연) 215
제1절 연구목적 217
1. 증거로서 정보적 가치 218
2. 여론정보 220
제2절 연구대상 222
제3절 연구방법 224
1. 정보가치 224
2. 여론변인 227
3. 주요변인 측정 228
제4절 연구결과 233
1. 변량분석 결과 234
2. 회귀분석 결과 258
제5절 소결 262
제7장 요약 및 제언(홍영오․허태균) 265
제1절 결과 요약 및 의의 268
1. 국가별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사법판단 268
2. 판단 주체별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사법판단 270
3.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사법판단에 정보의 가치와 여론정보가 미치는 영향 273
제2절 정책 관련 제언 275
1. 심리학적인 개선방안 276
2. 형사사법의 정책적 방향 279
참고문헌 283
Abstract 303
부록
부록 1. 온라인 조사 설문지(한국, 미국, 독일, 일본) 313
부록 2. 실험연구 설문지 386
1. 연구목적
형사사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다. 사법판단은 이미 존재한 사실에 대한 판단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시점에서 이를 재구성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현실의 사건이 법적 사실로 구성되기 위해서는 이를 입증하는 증거가 필요하지만 시간의 경과, 그리고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등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서 그나마 남아 있는 증거들마저 완벽하게 특정 사실을 입증하지는 못한다. 사건의 복잡성, 정보의 불충분 등의 외적 상태가 유발하는 불확실성이라는 심리적 상태는 법적 판단의 어려움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따라서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사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의 진단과 관리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형사사법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극복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보다는 다른 원칙에 의해 제한하거나 법기술적으로 입증책임의 문제로 전환함으로써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또한 심리학 등의 영역에서도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사법판단에 관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어 왔으나 불확실성을 전제로 보편적인 심리적 기제를 확인하는데 그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형사사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과 판단 경향을 이해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같은 우리나라의 사법현실을 이해하고 배심제의 운영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본 연구는 불확실한 사법판단 상황에서 한국인들의 사법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먼저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과 관련하여 한국의 고유한 법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국가별 비교를 하고, 사법종사자들과 비교했을 때 일반인들의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 판단 주체별 사법판단의 차이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일반인들의 비합리적 판단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정보가치와 여론정보의 효과를 확인하였다.
2. 연구방법
불확실성은 형사사법뿐만 아니라 심리학에서의 판단이나 의사결정 연구 분야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수많은 연구자들이 불확실성을 이해하기 위해 이 영역을 탐색해 왔다. 하지만 불확실성 자체가 가지는 모호성이라는 속성 때문에 이 주제는 명확히 규정되고 직접적으로 다루어지기 보다는 판단이나 의사결정에 있어서 상황적 특징으로서 간접적으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본 연구는 불확실성의 이러한 특징을 고려하여 문헌연구를 통해서 불확실성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외부 전문가들과의 자문회의를 통해서 연구내용과 연구방법을 검토하는 등 적합한 연구방법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사법판단에 있어서 불확실한 상황 하에서의 일반인들의 인식과 대응을 밝힌다는 전체적인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i) 불확실성 유형별 국가 간 인식과 판단의 차이, ii) 불확실성 유형별 판단 주체 간 차이, iii) 우리나라에서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사법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의 특징이라는 세 가지 독립된 연구 과제를 수립하였으며, 개별 연구들의 연구목적에 맞는 측정변인, 연구대상과 조사방법을 선정하였다.
본 연구는 기본적으로 사법판단에 있어서 불확실한 상황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반응으로서 유․무죄판단, (피고가) 범인일 확률, 형량 등을 측정하여 비교 집단에 따른 사법판단의 차이를 확인하는 형태로 수행되었다. 그리고 법지식, 법 관련 미디어에의 노출, 사법부에 대한 신뢰 등 개인의 법인식뿐만 아니라 불확실성 회피성향이나 인지적 욕구 등의 순수한 개인적 특성을 측정함으로써 집단 간에 발생하는 사법판단에 있어서의 차이를 설명하는 동시에 상황정보나 개인특성이 사법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과정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세 개의 독립된 연구 중 첫 번째 비교문화 연구에서는 우리나라와 법률적인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 독일, 일본의 국민들 500명(성별 및 연령대는 각 국가별 인구비례표집) 씩을 우리나라의 국민들과 비교하였다. 두 번째 연구과제인 판단 주체별 비교 연구에서는 첫 번째 연구에서의 일반인 500명과 우리나라의 사법 종사자들(경찰 69명, 검사 50명, 판사 23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세 번째 연구에서는 사법판단 상황에서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변인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일반인들만을 대상으로 총 300명에게 실험연구의 형태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변인의 측정과 국가간 비교 등 다양한 연구대상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본 연구는 인터넷 조사(Internet Survey)를 기본으로 하였다. 인터넷 조사는 조사업체의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다수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 참여자의 성실한 응답을 유도하고, 연구자가 원하는 조건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 있어서 본 연구의 수행을 위해 채택하였다. 그리고 본 연구에서는 국내와 외국의 유수의 조사업체를 선정함으로써 인터넷 조사가 가질 수 있는 패널의 대표성 문제를 최소화하였다.
3. 사법판단에 있어서의 불확실성과 심리적 대응
사람들은 제한된 시간과 인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판단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합리적으로 최적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며, 인지적 자원의 절약을 위해 현재의 판단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가치관, 신념, 동기, 판단 방략 등을 활용하게 된다. 이러한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은 매우 보편적인 것이어서 불확실성을 내포하는 법적 판단 상황에서도 이러한 심리적 기제가 작동한다.
실제로 형사절차 또는 형사소송에서의 사법판단은 문제가 되는 사실 관계를 확정하고 이에 기초하여 법적 판단을 내리는 과정인데, 이 과정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가 내재해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법적 대응으로 형사소송법(제307조 제1항)에서는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는 증거주의뿐만 아니라,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해서는 증거를 통한 증명의 정도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합리적 의심을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형소법 제307조 제2항). 이는 위에서 밝힌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적 특징인 제한된 합리성에 대한 법적인 주의이자 제한이라고 할 수 있다.
합리적 의심이 요구되는 심증 형성의 주된 대상은 ‘증거의 증명력’이라 볼 수 있지만, 판단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불확실성의 유형들은 형사절차(사법연수원, 2012: 212-224)뿐만 아니라 심리학(Lipshitz & Strauss, 1997: 155)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정보(증거)의 신빙성 부족, 정보(증거)의 충돌, 정보(증거)의 불충분, 정보(진술․물적증거)의 충돌, 정보(증거)의 일관성 부족, 정보(증거)의 양립 가능성 등은 비합리적인 판단을 야기하는 공통적인 불확실성의 유형 또는 불확실성의 원인들이다.
법은 법적 판단을 위해 법률적(legal) 요소들에 의해서만 판단하도록 요구하지만 직접적인 정보(증거)가 부족한 불확실성 상황에서는 무관한 법률 외적(extra-legal) 정보라고 하더라도 정보를 활용하게 되며, 이때 개인의 특성이나 상황정보가 판단을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비합리적이라고 부르는 다양한 심리적인 기제들이 작동하게 되는데, 편견(prejudice)과 고정관념(stereotype)뿐만 아니라 편의적 사고(heuristics)나 각종 편향(bias)들로 인해 동일한 현실을 놓고 판단자에 따라 다르게 상황을 지각하고, 다른 판단을 내리게 된다.
4. 연구결과
가. 국가별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사법판단
비교문화 연구를 통해서 법문화에 따라서 사법판단과 관련된 다양한 심리적 특성을 나타내며, 사법판단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인이 보이는 판단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합리적 의심 기준은 가장 낮은 반면 범인일 확률을 높게 지각하였으며, 이로 인해 범행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또한 범죄의 심각성이나 비난 가능성 평가 역시 한국인이 가장 높았으며, 다른 나라와는 달리 사건의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범인일 확률지각을 증가시켰다. 이러한 특징들을 종합하면, 한국인들은 대체로 사법판단에 있어서 사건 자체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개인특성이나 법률 외적 정보를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한국인들의 판단이 가진 비합리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인은 불확실성 상황에서 사건을 유죄로 판단하는 경향은 낮았지만, 가장 높은 형량을 부과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인들이 가진 또 한 가지 특징은 심리적으로 법에 대해 친밀하게 느낀다는 것인데, 사법부 판단과의 판단 일치,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들이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높을수록 유죄로 판단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독일인은 합리적 의심의 기준은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범인일 확률도 높게 지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는 경향이 높았다. 독일인들은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범죄의 심각성을 높게 지각할수록 범인일 확률을 높게 지각했다. 반면 한국인들의 특징과 가장 대비되는 국가가 일본이었는데, 일본인은 합리적 의심의 기준이 미국인과 한국인에 비해 높았고 범인일 확률 지각이나 유죄 판단에서도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타인에 대해 평가나 판단을 소극적으로 하는 일본인의 문화 심리적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사법판단이 법문화에 의해서 결정되며, 동시에 이러한 판단이나 개인특성 자체가 하나의 법문화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 판단 주체별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사법판단
판단 주체 간의 차이를 통해서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사법판단에 있어서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범죄자에 대한 처벌욕구를 반영하는 무처벌 오류 회피 성향은 일반인과 경찰이 판사와 검사에 비해 높았다. 반면 시나리오 상의 피고인이 실제 범인일 가능성을 지각하는 정도는 검사가 다른 집단에 비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판사와 일반인, 경찰이 범인일 확률을 가장 낮게 지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국적인 유죄 판단에 있어서 사법 종사자들(경찰, 검사, 판사)은 일반인에 비해서 유죄판단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법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제한 기준인 합리적 의심의 기준이 판사와 검사 집단이 경찰과 일반인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문화 간 비교에서와는 달리 사법 종사자들은 개인특성에 있어서는 일반인들과 차이가 없었지만, 유독 사법판단이나 사법판단 관련 변인에 있어서 일반인들과는 차이가 있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즉, 경찰이나 검사, 판사들도 불확실성 회피, 인지욕구 등 한국인들이 가진 일반적인 개인특성에서는 전혀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법판단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식적인 차원에서의 생각, 다시 말해서 사법 종사자들의 직업 특성과 일치하는 것이며, 일반인들과 달리 사법 종사자들은 직업 상 합리적인 법적 판단을 훈련받으며, 보다 엄격한 기준에서 판단을 내리도록 요구되는 직업상의 특성이 사법판단에 있어서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사법판단에 정보의 가치와 여론정보가 미치는 영향
한국에서 사법판단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형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legal) 요소와는 무관한 용의자나 피해자 등에 관련된 법률 외적(extra-legal) 정보들을 언론에서 많이 다루는 경향이 있다(정보의 가치). 그리고 정확한 사실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휩쓸려서 판단을 내리는 경향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여론 정보).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불확실성 상황에서 사법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 변인들의 효과를 확인하였다.
그 결과 법적으로 요구되는 관련정보를 준 경우보다 비관련 정보를 제공한 경우에 더 많은 사람들이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실질적으로 사건 자체에 대해 유․무죄를 판단할 만한 정보가 아무 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주변적인 정보에 더 영향을 받았다. 또한 피험자들에게 사건에 대한 여론의 입장이 유죄 쪽인지 무죄 쪽인지에 대한 정보를 줬을 때 이러한 정보를 주지 않은 통제조건에 비해서 유죄여론 정보를 줬을 때는 유죄 판단을 더 많이 하였고, 무죄여론 정보를 주었을 때는 무죄 판단을 더 많이 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유․무죄판단에 영향을 미친 정보 가치와 여론 정보의 효과가 판단에 대한 확신과 피고인이 범인일 확률, 사건 이해도와 판단 난이도와 같은 인지적인 요소들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본 연구에서 설정한 변인들이 유․무죄판단의 인지적 과정에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인 판단에 대해서만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유․무죄판단 이전의 사건에 대한 이해과정에서는 아무런 정보로서의 효과를 못 가지지만 최종적인 유․무죄판단을 할 때는 익숙한 정보의 형태에 영향을 받고, 여론의 규범적인 효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인에게 유․무죄판단이라는 것은 사실관계에 근거한 중립적인 인지적 작용이라기보다는 매우 사회적인 의미를 가지는 행위적 성격을 가진 것일 수 있다.
5. 결론
비교문화적으로 한국인들은 비합리적으로 유죄판단의 경향성이 드러났다. 그리고 한국인들의 이러한 특징은 사법 종사자들과 비교했을 때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유․무죄라는 사법판단을 내리는데 있어서 법적인 판단 요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피해자 등에 대한 정보에 영향을 받고 여론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들은 법적인 판단에 있어서 한국인의 비합리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러한 특징들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와도 관련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본 연구에서 드러난 문화적인 차이는 한국인들의 비합리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는 했지만, 문화에 따른 다양성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일반인들과 사법종사자들 간의 차이는 형사정책적으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즉, 개인적인 성향에 있어서는 사법종사자들도 일반인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법판단의 영역에 있어서는 사법종사자들이 더욱 법적인 요구에 맞는 합리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국가 간 차이와 판단주체 간 차이에서 공통으로 얻을 수 있는 해답은 바로 ‘합리적 의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