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서 론 1
제1절 문제의 제기 1
제2절 연구대상과 연구방법 6
제3절 보고서의 구성 10
제2장 선행연구의 검토 12
제1절 과정으로서의 범죄행위 12
제2절 흉기사용과 피해의 크기 16
제3절 가해자의 범행의도 23
제3장 범죄자와 피해자의 특성 27
제1절 범죄자의 특성 27
제2절 피해자의 특성 33
제3절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 37
제4절 요약 및 논의 42
제4장 범죄의 발생과 진행과정 46
제1절 사건의 특성 46
제2절 공격과 반응의 과정 51
제3절 사건의 종결 58
제4절 요약 및 논의 64
제5장 범죄행위와 흉기의 사용 68
제1절 사건의 특성과 흉기 69
제2절 범죄자-피해자와 흉기 75
제3절 흉기 사용의 준비 80
제4절 요약 및 논의 90
제6장 범죄피해의 결정요인 94
제1절 사건 및 당사자의 특성 95
제2절 범죄자와 피해자의 상호작용 99
제3절 치명적인 흉기의 사용 110
제4절 요약 및 논의 115
제7장 결론 및 제언 118
제1절 폭력 허용 태도의 개선 118
제2절 범죄 발생 및 진행과정 120
제3절 흉기 사용에 대하여 122
◇ 참고문헌 125
◇ 부 록 : 조사표 131
1. 연구의 배경
사람의 신체를 공격하는 범죄를 살펴보면 범죄자의 행위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신체 피해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자의 행위 의도는 실제 벌어진 사건의 결과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건이 시작되는 순간에 ‘범죄 행위’를 하고자 하는 확실하고 부인하기 어려운 의도를 가진 범죄자도 상대적으로 드문 것이 발견된다. 본 연구는 행위자의 의도를 벗어난 행위결과의 발생이라는 일반적인 문제틀 내에서 왜 범죄자의 의도를 벗어난 사건의 결과가 발생하는가 하는 것을 구체적인 사건 자료를 통해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범죄자가 일반인과 구별되는 일정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특성의 발현으로 범죄행위를 설명할 수 있다는 기존의 이론적 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 동안 범죄학 이론에서는 범죄의 진행과정에 대한 미시적 측면의 논의를 생략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범죄자의 특성, 범죄의 발생 조건, 범죄 발생의 결과 등에 논의의 포커스를 맞추면서 행위자로써의 범죄자와 피해자, 범죄사건이 진행되는 역동적인 과정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대하여 본 연구는 행위자의 특성이나 행위 의도보다는 행위의 객관적인 진행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범죄 사건을 연구함에 있어서 범죄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역시 정당한 행위자로서 복원될 필요가 있다. 피해자가 정당한 행위자로 복원되는 것은 범죄를 순간의 사건이 아닌 일련의 진행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을 의미하며 범죄사건을 범죄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포함한 관련자들의 일련의 행위의 연속 또는 행위와 그에 대한 반응이 일정한 흐름을 형성하면서 진전되는 것으로 이해하려는 태도와 연결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기본적으로 범죄행위도 다른 사회적 상호작용과 마찬가지로 당사자 사이의 상호작용의 한 유형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2. 자료 및 방법
본 연구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직접 대면하는 대인범죄 가운데 대표적인 살인과 폭행, 상해 등을 논의 대상으로 한다. 분석에 사용한 자료는 검찰에 보관 중인 ‘수사 및 재판기록’을 열람하는 기록조사를 통하여 수집되었다. 이 연구에서 조사한 사건 기록은 1995년부터 1997년까지 3년 동안 서울지방검찰청, 서울지검 동부지청, 서울지검 남부지청, 서울지검 북부지청, 서울지검 서부지청 등 서울 지역 소재 5개 검찰청에서 처리한 사건에 대한 것이다.
조사표는 사건의 일반적 내용, 범죄자에 대한 사항, 피해자에 대한 사항, 사건의 진행과정에 대한 사항 등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열람한 기록 건수는 전부 501건인데, 죄명별로는 살인과 폭행·상해가 각각 반 정도가 되도록 하였다. 기록을 통하여 조사된 범죄자는 547명이고 피해자는 608명이다. 사건별 범죄자의 성별 구성은 남자만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90%이고, 여자만으로 이루어진 경우는 9%이며, 남녀 혼성으로 이루어진 경우는 1% 등이다.
본 연구의 분석단위는 크게 ‘사건’과 ‘개인’ 등 둘로 나누어진다. 먼저 사건의 진행과정, 상호작용과 흉기의 사용 등과 같이 사건 전체에 대한 내용이나 상대방과 관련된 내용을 분석할 때는 각 사건을 분석단위로 하였다. 조사된 기록을 보면 사건에 따라 범죄자 또는 피해자가 둘 이상인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범죄자 또는 피해자 가운데 첫 번째로 나타나는 사람의 기록을 기준으로 하였다. 다음으로 범죄자의 특성이나 피해자의 특성 등 상대방을 감안하지 않고도 분석이 가능한 항목에서는 사건에 관련된 각 개인을 분석단위로 하였다.
3. 범죄자와 피해자의 특성
살인과 폭행·상해의 범죄자는 남자가 90%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한 반면, 피해자는 남자가 60% 정도로 남자의 비율이 범죄자에 비하여 훨씬 적다. 범죄자와 피해자의 성별 조합과 관련하여 살인의 경우에 여자가 남자를 공격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 점이 특이하다. 이는 대인범죄에 있어 범죄자는 동성을 공격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일반적인 사실과 상반되는 결과인데, 여성 살인범에 있어서 주된 공격의 대상은 일상생활에서 갈등의 대상이 되기 가장 쉬운 남성, 특히 배우자라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범죄자의 연령은 30대, 20대, 40대에 집중되어 있는데 비하여 피해자는 50대 이상의 연령층에 해당하는 경우도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여 범죄자에 비하여 피해자가 상대적으로 넓은 연령층에 걸쳐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자와 피해자의 연령관계를 보면 살인은 범죄자의 연령이 높은 경우가 가장 흔한데 비해 폭행·상해는 피해자의 연령이 높은 경우가 상대적으로 흔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범죄자의 연령에 따라 피해자의 연령에 차이가 있는데 나이가 많은 범죄자일수록 나이가 적은 피해자를 공격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자와 피해자는 사건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경우가 2/3 정도로 집계되어 대인간 폭력 범죄의 다수가 아는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비율은 폭행·상해보다 살인 사건에서 더욱 높은데, 특히 살인 사건의 1/3이 가족관계에서 일어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성별로는 남자보다 여자의 경우에 아는 사람의 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가족관계의 사건 비율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범죄자와 피해자가 일정한 상호작용을 한 경우 서로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던 당사자 사이에 일어난 사건이 전체의 과반수에 이른다. 당사자 가운데 한쪽이 관계를 주도하던 사이에서 발생한 사건에서는 일반적으로 범죄자가 관계를 주도해오던 경우가 많은데, 살인 사건에 있어서는 피해자가 관계를 주도하던 경우도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건 발생 이전의 당사자 사이의 감정을 보면 나쁜 편이었던 경우가 70% 정도인데, 살인 사건의 경우에 범죄자와 피해자 모두 상대방에 대하여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던 비율이 폭행·상해에 비하여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4. 범죄의 발생과 진행과정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주거지와 노상·야외가 전체의 80% 정도인데, 특히 살인 사건은 주거지에서 발생한 경우가 전체 사건의 과반수에 이르렀다. 사건 발생 영역을 보면 범죄자 또는 피해자의 주거지나 업무·영업 장소에서 일어나는 비율이 과반수에 이르는데, 특히 살인 사건에서는 그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살인이나 폭행·상해 등의 범죄는 범죄자와 피해자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에서 흔히 일어나는 갈등의 한 형태로써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범행의 동기를 보면 살인은 정서적 갈등, 치정·애정문제가 가장 빈번하며, 폭행·상해는 사소한 말다툼이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일어난 경우가 많았다. 폭행·상해는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대부분인 반면 살인은 사건의 내용과 결과에 대하여 범죄자가 미리 생각한 경우가 과반수를 차지하여 범행의 계획성 정도에 차이가 있었다. 한편, 조사된 사건의 절반 정도에서 범죄자가 사건 당시 음주를 한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자가 도구를 사용할 경우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칼인데, 살인의 경우 칼, 낫 등 흉기를 사용한 사건이 전체의 2/3를 상회하고 있다. 범죄자가 사용한 흉기·도구의 준비여부를 보면 살인의 경우 범죄자가 미리 준비하거나 현장에 있는 물건을 사용하는 경우가 비슷한 정도로 많으며 폭행·상해에서는 현장에 있는 물건을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범죄에 있어서 최초의 공격자는 일반적으로 범죄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사결과 전체 사건의 1/4 정도에서는 피해자 또는 제3자가 공격을 개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살인의 경우에는 범죄자가 최초의 공격자가 아닌 비율이 더 높았다. 사건에 따라서는 피해자가 사건을 유발하고 사건 전개의 주도권을 가진 경우도 발견되었다. 피해자가 먼저 흉기·도구를 사용하거나 신체적인 공격을 개시한 경우 또는 사건의 직접적인 계기를 제공한 경우는 전체 사건의 10%에 약간 미달하는데, 살인에 있어서는 이 비율이 15% 정도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일반적으로 사건의 진행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 역시 범죄자이다. 사건 진행 과정에서 범죄자가 흔하게 하는 행동은 욕설을 하거나 모욕을 주는 것과 신체적인 폭력을 사용하는 것, 흉기·도구를 사용하는 것 등이었다. 전체 사건의 과반수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하여 대항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가 오히려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전체의 1/5 정도에 해당하는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범죄자 못지 않게 주도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범죄자에 비해 흉기·도구를 사용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은 대신 상황을 조정하려고 시도하거나 사건을 회피·도망하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건의 현장에 범죄자와 피해자를 제외한 제3자의 존재는 사건의 진행에서 단순히 제3자로서 뿐만 아니라 범죄자 또는 피해자에게 잠재적인 반대편 또는 조정자로서 사건의 진행에 개입할 수 있는 환경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조사된 사건 가운데 40% 이상에서 사건 현장에 제3자가 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3자가 존재한 경우 이들이 조정을 시도하는 것은 흔한 일인데 제3자가 있었던 사건의 60% 정도에서 실제로 그러한 행동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3자가 존재할 경우 과반수의 사건에서 사건의 당사자 가운데 한쪽 편을 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은 사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피해자의 편을 드는 경우가 더 많았다.
사건 이후에 범죄자는 경찰 등에 신고하거나 가족 등 주변에 알리려고 하기보다 사건 현장으로부터 도피하는 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특히 살인 사건의 경우에는 과반수가 도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이후 범죄자의 행동을 보면 살인과 폭행·상해 사이에 차이가 있는데, 경찰 등 사법기관에 신고·자수하는 것, 가족이나 이웃 등 주위사람에게 알리는 것, 사건 현장으로부터 도피하는 것, 범행내용을 은폐하려고 시도하는 것 등의 행동을 한 경우는 살인 사건의 범죄자가 더 높은 빈도를 나타내었다.
사건 직후 사건의 내용에 대하여 자신이 잘못한 것이라고 인정하는 경우가 상대방이 잘못하였거나 상대방과 자신이 모두 잘못하였다고 하는 경우에 비하여 많은데, 이와 같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비율은 폭행·상해의 범죄자보다 살인 범죄자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조사결과에 대하여 범죄자는 일반적으로 사건의 결과가 자신이 의도한 것 이상으로 확대되거나 심각해진 경우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벌어진 결과에 대하여 회피하고자 하는 욕구를 강하게 드러내는 등 혼란스런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5. 범죄행위와 흉기의 사용
일반적으로 범죄와 관련하여 가장 큰 위험요인은 칼과 같은 치명적인 흉기를 사용하는 행동이다. 이것은 흉기 자체가 가지는 치명적인 쓰임새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흉기를 내보인다는 것 자체가 대립하는 상대방에 대하여 사용자가 의도하는 이상의 과도한 의미를 표상하여 주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흉기를 소지하거나 위협하는 행위를 포함하여 상대방에 대하여 사용한다는 것은 사용자가 의도하건 하지 않건 상대방에 대하여 흉기와 관련된 사회적 의미를 제시하는 것이며 상대방으로 하여금 흉기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나름대로 해석을 강요함으로써 자신의 의도를 관철하고자 하는 것이다.
살인과 폭행·상해에 있어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흉기·도구는 칼이며, 사용된 흉기는 미리 준비하기보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건의 당사자 가운데 흉기를 사용하는 쪽은 주로 범죄자인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사건에 따라서는 피해자가 좀더 적극적으로 흉기를 사용하거나 때로는 먼저 사용하기도 하는 사례가 발견되기도 한다. 흉기가 사용된 사건의 경우 3/4에서는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흉기가 사용되었으며 1/4에서는 사건이 시작되면서부터 흉기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자가 가운데에는 남자가 여자에 비해 칼과 같은 치명적인 흉기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흉기나 도구를 사용할 경우 미리 준비하는 경우도 많아 흉기 사용 행태에는 성별 차이가 있다. 피해자의 성별에 따른 범죄자의 흉기 사용의 차이는 남자에 비하여 여자에서 두드러지는데, 여자가 남자를 공격할 경우 흉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다른 경우에 비하여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자와 피해자의 친소관계와 관련하여 사건 이전에 서로 모르고 지내던 타인보다 가족, 이웃, 친구, 동료 등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에서 발생한 사건에서 흉기가 사용된 비율이 두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사자가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에서 발생한 사건 가운데 범죄자와 피해자가 가족관계인 경우에는 현장에 있던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미리 준비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사건 이전에 당사자 사이에 갈등이 있었을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흉기가 사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발생 이전의 관계를 범죄자가 주도한 경우보다는 피해자가 관계를 주도하였거나 서로 대등한 관계를 유지한 사람 사이에 일어난 사건에서 범죄자가 흉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피해자가 사건을 유발한 정도가 높을수록 범죄자가 흉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흉기·도구의 준비와 관련해서는 사건 발생 이전에 관계를 주도하던 사람이 피해자가 된 경우에 사건에 사용한 흉기·도구를 범죄자가 미리 준비한 비율 및 피해자가 먼저 사용한 물건을 빼앗아 사용한 비율이 높았다.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신체적 피해를 가져오는 사건에서 범죄자가 사용하는 흉기는 사건 현장 주위에 있는 물건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것일 때가 많다. 말하자면 범죄자가 사건현장에 있던 흉기를 사용하는 행동에는 사건현장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물건 가운데 특정한 물건을 선택하는 의도적 행위(예를 들어 주방에서 칼을 가지고 오는 것과 같은)를 포함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6. 피해자가 피살될 가능성
범죄자와 피해자의 특성에 따라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은 차이가 있다.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은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서는 큰 차이가 없다. 범죄자와 피해자의 성별 조합을 보면 여자가 남자를 공격할 경우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의 비율이 가장 높은데, 이는 살인 사건의 경우 여자가 공격하는 가장 흔한 대상이 배우자이며 이 경우 치명적이고 뒤집기 어려운 정도의 공격을 함으로써 사건 발생 전 당사자 사이에 존재하던 불균형적 세력관계의 역전을 달성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추론된다.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친밀한 사이에 일어난 사건일수록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사건 발생 이전에 당사자 사이의 감정이 좋은 편이었던 경우에 사건이 발생한 사건에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았다. 이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범죄자와 피해자가 친밀하고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관계에서는 심각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적은 반면 일단 심각한 분쟁이 발생하여 범죄상황으로 치달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정서적 친밀성이 오히려 사태의 전개를 악화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범죄자가 욕설을 하거나 모욕을 주는 것은 어느 정도 피해자에 대한 물리적인 공격을 완화시켜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피해자에 대하여 범죄자가 치명적이지 않은 신체적 폭력을 행사할 경우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범죄자가 의도하는 것이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적 손상이 아닌 경우가 많으며,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사용하는 행위는 범죄자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결과에 이르지 않고서 상황을 장악하거나 자신의 의도를 달성할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신체적 피해를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범죄자가 상황을 조정하려는 시도를 한 경우에 조정 노력의 실패는 피해자가 사망한 비율이 오히려 높아지게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범죄자가 하는 행동 가운데 피해의 크기를 확대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보다 흉기·도구의 사용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범죄자가 칼을 포함한 치명적인 흉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였다. 또한 피해자가 흉기나 도구를 사용할 경우에 피해자가 결과적으로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면 오히려 피살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사건 현장에 제3자가 존재할 경우에는 사건의 결과가 치명적으로 진행되는 비율이 훨씬 낮았다.
사건 전개과정에서 피해자의 행동에 따라 피해자의 사망여부를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피해자가 조정을 시도하거나 회피·도망을 시도할 경우에는 치명적인 신체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적었다. 또한 범죄자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경우에도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이에 비하여 피해자가 욕설을 하거나 모욕을 줄 경우에는 피살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피해자가 범죄자에 대항하여 신체적인 폭력을 행사하거나 흉기·도구로 범죄자를 위협 또는 직접 사용한 사건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피해를 당한 경우가 많았다.
7. 몇가지 쟁점
살인과 폭행·상해와 같은 범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폭력적 상호작용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폭력은 예상외로 널리 퍼져있는 현실에서 그만큼 이러한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널리 퍼져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일상적인 생활주변에서부터 폭력에 대한 허용태도를 개선하고 민주적인 인간관계를 확립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소한 폭력에 대해서도 용인하지 않는 태도를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며, 사소한 폭력은 상대방의 더 큰 반응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개인간의 관계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교육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폭력에 대한 허용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특성 및 성역할, 연령규범 등을 고려하여 폭력에 대한 사회문화적 태도를 연구하고 이를 통하여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폭력의 사용을 억제하는 법적, 제도적 강제를 도입·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하여 적극적인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범죄자는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왜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갈등 상황에 개입된 당사자의 행동은 무의식적인 행동이 아니라 의미가 포함된 행동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측면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 상대방의 신체적 피해를 행동의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범죄자가 사용하는 욕설이나 모욕, 신체적인 공격의 위협, 흉기를 사용한 위협 등은 반드시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공격의 개시를 암시하는 것은 아닐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체면을 지키기 위한, 또는 이미 손상된 자아의 동일성을 지키기 위한, 또는 집단 또는 조직의 규범을 수호하기 위한, 또는 더 높은 가치를 지키기 위한 행위로서의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체계적 고찰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행위 당사자의 행동은 상황의 전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사건에 따라서는 피해자의 효과적인 대응이 피해를 모면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잘못된 상황파악과 그릇된 대응은 피해를 오히려 확대하고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 밝혀진 몇 가지 사실들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건상황에서 피해자가 취한 대응방식에 따라 사건의 전개 과정과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