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약 9
제1장 서 론 17
제1절 연구의 목적 17
제2절 연구의 범위 및 방법 19
제2장 이론적 배경 21
제1절 한국사회의 폭력문화 21
제2절 폭력의 개념 26
제3절 폭력을 설명하는 이론적 관점들 29
1. 생물․심리학적 이론들 29
2. 사회학적 이론들 37
제3장 조사방법 및 절차 43
제1절 조사방법 및 조사대상자의 특성 43
1. 표본 및 조사방법 43
2. 조사대상자의 특성 44
제2절 변인의 측정 46
1. 종속변인 46
2. 독립변인 50
제4장 폭력에 대한 국민의식 분석 57
제1절 폭력에 대한 태도 57
1. 폭력의 효율성에 대한 인식 60
2. 폭력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62
3. 훈육적 폭력에 대한 인식 63
4. 요 약 64
제2절 폭력에 대한 허용도 66
제3절 가족 구성원간의 폭력 74
1. 자식구타에 대한 태도 76
2. 부부사이의 폭력에 대한 태도 79
3. 부모로부터 맞은 경험 분석 83
제4절 폭력 행위의 경험 94
제5절 폭력행위의 가능성 102
제5장 결 론 107
참고문헌 113
영문요약 121
부록/설문지 125
1. 서 론
이 연구는 폭력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로서 다음과 같은 내용에 관심을 둔다. 첫째, 폭력에 대한 의식조사를 통하여 폭력허용의 정도를 파악하고 이것이 사회인구학적 특성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본다. 둘째, 실제로 얼마나 자주 폭력행위들이 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본다. 셋째로, 폭력의 유발에 있어서 개인들의 사회심리적, 사회인구학적 변인들이나 행위자가 처한 상황적 요인들이 주는 영향에 대한 파악을 통해 폭력 발생의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 연구에서는 설문조사 방법을 통해서 국민들의 폭력에 대한 태도, 폭력의 허용정도, 폭력의 가해 및 피해경험, 개인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욕적인 상황이나 분쟁에서 개인들이 보여주는 반응 등을 조사하고, 사회인구학적 변인, 과거 가정에서의 폭력피해경험, 상대적 박탈감, 법에 대한 태도들과 위에서 제시한 폭력에 대한 태도 및 행위들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살펴본다.
2. 이론적 배경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폭력에 대한 사회학적 담론들은 “폭력문화”라는 개념으로 대표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폭력문화가 존재하는가 하는 점도 탐구의 가치가 있는 쟁점이 될 수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폭력행위나 폭력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가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가 그것이 개인적인 특징이나 사회구조적 요인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폭력은 매우 다양하며 그 형태에 있어서 일괄적으로 유형화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학이나 심리학에서는 폭력과 유사개념들을 혼용해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폭력의 개념과 유사한 것으로 사회학, 심리학 등에서 흔히 쓰이는 것으로 공격(aggression) 혹은 공격행위(aggressive behavior)가 있다. 폭력 혹은 공격(행위)이라는 개념은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매우 넓은 범위의 사회현상에 적용될 수 있다. 신체에 대한 상해, 살인, 언어적으로 모욕이나 비꼬는 행위, 배우자 학대, 국제간 전쟁이나 내전, 경제적 갈등 등 다양하다.
사회전체의 폭력성, 폭력문화에 대한 설명에는 역사적 사회변동의 관점과 이론적 틀을 필요로 한다. 폭력에 대한 거시적 이론들에 의하면, 어느 한 사회의 폭력성은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은 기대감으로 인한 좌절감, 부나 권력, 신분 등 사회보상의 배분에 있어서 불평등으로 인한 계층간의 갈등에서 기인한다. 한편, 정부의 강압적 통제가 정치폭력, 나아가 사회전체의 폭력을 증가시킨다는 견해도 있다. 전쟁 등으로 인한 사회질서의 와해도 폭력의 조건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한국 사회를 돌이켜볼 때, 지난 수십 년간의 일제통치, 그리고 남북의 대치라는 극한 상황에서 독재정권의 존재와 이에 대한 저항, 급격한 경제성장 등으로 인한 지역간 계층간 갈등상황과 같은 요인들은 폭력을 구조화․일상화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폭력이 용인되고 개인간의 분쟁에 있어서 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개인간의 분쟁에 있어서 국가의 공식적 개입이 문제해결에 효율적이지 못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개인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제도적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즉 제도적 해결의 가능성을 기대하지 못할 경우 폭력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렇게 본다면 개인의 의식은 폭력발생에 있어서 중요한 관건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본 연구에서는 폭력에 대한 태도와 행위에 있어서 개인적 차이에 초점을 맞춘다. 폭력이 개인들의 일상생활에서 내면화되어 행위로 표출되고, 나아가 일상화․구조화되는 기제를 찾아보고자 한다.
개인의 폭력을 설명함에 있어서 여러 가지 이론적 관점들이 이 연구에서는 고려되고 있다. 폭력의 원인을 설명함에 있어서 생물학자들은 주로 진화적 원칙들, 유전자 코드, 생화학적 요인, 중앙신경체계 등을 공격성이나 행위의 설명 요소로 사용하며 심리학자들은 내적 긴장, 좌절, 학습관계, 감정, 인지 등의 요소에 초점을 맞춘다. 한편 사회학자들은 계급갈등, 인구학적 특징들, 기회구조, 상황적 제약조건 등 구조적 요소와 더불어 문화적 특성들이 폭력을 생산해내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연구에서 특별히 관심을 두는 이론적 관점은 사회학적 관점이다. 상호작용론적 관점의 연구자들은 공격행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갈등이 단계적으로 점증(escalate)하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상대방으로부터 당했다고 하는 인식을 가질 때, 상대방이 이에 대한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 이 사람은 어떤 형태이든 간에 징벌행위의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상대방의 계속되는 혹은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생각에서 즉 적대자를 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먼저 공격행위에 가담하게 되는 수도 있다. 폭력이 학습되는 과정에서 가정은 매우 중요한 사회화의 장이 된다. 자녀의 공격행위에 대해서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는가 하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이나 공격성에 대한 통제는 아무렇게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 따라 차이 있는 반응의 형식으로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녀의 성별이나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자녀양육에 있어서 폭력을 사용하는 정도는 다르게 나타난다.
3. 연구의 결과
가. 폭력에 대한 태도
폭력에 대한 효율성, 필요성, 훈육적 폭력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결과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폭력에 대한 태도에 가장 일관성 있고 강하게 영향을 주는 변인은 법에 대한 태도였다. 법에 대한 소외감을 느끼고 법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하여 합리화 혹은 중화기술(neutralization techniques)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폭력의 효율성, 필요성, 훈육적 폭력의 사용에 대하여 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기제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법이 공정하지 못하고 가진 자와 권력 있는 자들의 편에서 기능하는 등 사회정의를 구현하지 못할 경우 그 사회성원들은 일상생활 가운데 폭력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을 더 사용할 개연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법에 대한 소외와 더불어 상대적 박탈감 또한 폭력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변인은 폭력의 필요성과 훈육적 폭력에 대한 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는 법적인 소외나 상대적 박탈감은 폭력을 유발시키는 행위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매개변인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해준다.
성(sex)은 역시 폭력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인임이 밝혀졌다. 폭력의 필요성에 대한 태도를 제외하고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폭력의 필요성과 훈육적 폭력에 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특히 훈육적 폭력에 대한 회귀모델에서보다 폭력의 효율성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는 모델에서 성이 더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남성의 경우 우리 사회에서 폭력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보다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폭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젊은 사람들보다 연령이 많을수록 더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주었으나 훈육적 폭력에 대해서는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나. 폭력에 대한 허용도
폭력행위에 대한 허용도는 구체적인 행위를 제시하고 이들 행위들에 대한 평가를 조사하였다. 부부간의 폭력, 전쟁시 폭력, 정당방위의 폭력, 상하질서유지의 폭력, 공권력남용, 부모의 자녀에 대한 폭력, 과잉방위의 폭력 등 일곱 가지 유형의 폭력에 대한 태도를 조사 분석한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준법에 대한 태도 즉 법을 어떤 상황이건 잘 지켜야 한다는 의식은 전쟁시의 폭력, 공권력 남용의 폭력에 대한 허용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아마도 준법성이라는 것이 정의(justice), 공정한 게임(fair game), 권위에 대한 태도와 관련 있고 이는 전쟁의 경우이건 정부가 권위행사 중에 발생한 공권력 과잉으로 인한 폭력이건 할 것 없이 허용해야 한다는 태도와 관련이 있지 않았나 추론할 수 있다.
둘째로, 사회 내 폭력에 대한 전반적인 태도는 구체적인 폭력행위에 대한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폭력의 효율성, 필요성, 훈육적 폭력의 필요성에 대한 태도는 행위 유형별로 다소간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의 폭력행위에 대한 태도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었다.
셋째로, 법적 소외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상하질서유지를 위한 폭력에 대해서 허용하는 정도가 낮은 반면, 공권력의 남용이나 정당방위의 폭력에 대해서는 보다 허용하는 경향이 발견되었다. 이는 아마도 법적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국가 기관의 권위행사가 철저하게 되어야 한다는 바램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넷째로, 성(sex)이 모든 행위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반드시 여성보다 남성이 폭력에 대해 허용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섯째로, 훈육적 폭력에 대한 태도가 자녀폭력에 대한 태도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폭력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실제로 자녀를 구타하거나 폭언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보여준 것은,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폭력의 필요성은 분명 인정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여섯째로, 상대적 박탈감이 폭력허용도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 박탈감은 정당방위의 폭력에는 부적(negative)인 영향을 미쳤지만 과잉방위, 상하질서유지, 전쟁시 폭력에는 일관성 있게 정적(positive)인 영향을 주었다. 또한 법적인 소외보다도 상대적 박탈감이 폭력의 허용정도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다. 가족구성원간의 폭력
폭력이 내면화되는 사회화과정에서 가정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하여 이 연구에서는 가정에서의 폭력에 관한 조사를 포함시켰다. 가정에서의 폭력과 관련한 중요한 분석결과들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국민들은 부부에 대한 폭력보다 자녀폭력에 대하여 보다 더 허용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폭력의 허용 정도에 대한 분석이나 각 폭력행위에 대한 느낌(필요하다, 정상이다, 좋다)을 분석한 결과도 일관성 있게 이 사실을 지지해 주었다.
둘째, 아이가 자랄 때 맞은 경험은 커서 자신의 자녀폭력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부부간에 행사하는 폭력에 대한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과거 응답자의 부모간 구타경험은 자녀에 대한 구타행위와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과거 부모간의 구타사실은 부부간의 폭력행위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라. 폭력행위의 경험
일상생활에서 자식, 배우자, 다른 가족이나 친척, 알고 있는 다른 사람, 낯선 사람 등 사이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폭력행위로서, 다른 사람에게 고함을 지르거나 심하게 논쟁을 한 경우, 떠밀거나 세차게 밀치거나 손으로 친 경우, 주먹이나 어떤 물건으로 친 경우, 칼이나 총으로 위협하거나 해를 가한 경우 등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자.
먼저, 지난 일년 동안 자식에게 고함을 치거나 심하게 논쟁을 한 경우 전체 자식이 있는 조사대상자의 절반이 넘는 54%에 이르렀고 배우자에 대해서는 약 38%의 응답자가 고함을 치거나 심하게 논쟁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척의 경우는 약 8%가, 알고 있는 다른 사람의 경우는 약 20%에 가까운 사람들이 고함을 치거나 심하게 논쟁한 것으로 응답하였다. 낯선 사람의 경우는 약 7%의 응답자가 그런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다른 사람들을 밀치거나 손으로 친 경험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고함을 치거나 심하게 논쟁을 한 것보다는 낮은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자식을 밀치거나 손으로 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자식을 둔 응답자 중에 20%나 되었으며 배우자에 대해서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약 10%, 기타 가족이나 친척은 1%에 지나지 않았다. 다른 알고 있는 사람을 밀치거나 손으로 친 경험은 약 6%가 되었고 낯선 사람의 경우는 2.5%가 되었다. 주먹이나 물건으로 친 경험은 자식들에게 한 경우는 9%정도 되었고 배우자에 대해서는 3%, 다른 알고 있는 사람의 경우는 약 4%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4. 결 론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폭력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는 잠재적 폭력성으로서, 이는 어떤 상황이나 사회구조적 제한 속에서 폭력행위로 표출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특히 개인들 사이에 원만한 의사소통방식이 그리 발달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권리나 이익을 존중하려는 마음이 희박한 우리 현실에서 폭력적인 상호작용의 가능성은 더욱 크다. 국민들은 개인간의 분쟁이나 갈등에 대한 제도적 해결이 미약할 경우 법적 제도적 절차를 밟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여기에 개인의 갈등은 폭력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고, 갈등해결의 가능성을 기대하기 힘든 경우 불만이나 좌절감에 대한 표출방식의 하나로 폭력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 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 전반에 걸쳐 개인들 사이의 분쟁이나 갈등이 제도적으로 표출되고 해결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의 기반이 구축되어야 한다. 또한 폭력이 학습되어지는 과정, 특히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폭력이 근절되어야 한다. 가정에서 부부사이, 부모와 자녀사이 폭력이 용인되지 않는 분위기의 조성이 필요하며, 학교에서도 폭력이 아닌 사랑과 인내로서 학생들을 훈육하고 교육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서 법 집행의 공정성이 보장되어 법적 소외감을 불식시키고 상대적 박탈감을 줄임으로써 폭력유발의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법과 질서를 지키도록 유도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