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11
제1장 서 론 31
제1절 문제의 소재 31
제2절 연구의 목적 및 방법 34
제2장 미결구금제도의 본질 37
제1절 미결구금제도의 의의 및 목적, 정당성 37
1. 미결구금의 의의 37
2. 미결구금의 목적 39
3. 미결구금의 정당성 43
4. 미결구금의 범주 44
제2절 미결구금의 요건 47
1. 미결구금요건에 대한 실무운용의 현실 47
(1) 위장된 미결구금(구속)사유 47
(2) 법정외적 미결구금(구속)사유로서의 실형선고가능성 49
2. 미결구금의 실질(실체)적 요건 51
(1) 범죄혐의의 상당한 이유 51
1) 범죄혐의 상당성의 본질 51
2) 범죄혐의의 상당성 판단기준 정립의 필요성 53
3) 미국의 범죄혐의 상당성 판단기준 54
4) 실무운용에의 적용 57
(2) 미결구금(구속)사유 59
1) 주거부정 59
2) 증거인멸의 염려 60
3)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 62
(3) 미결구금(구속)의 비례성 66
제3장 미결구금제도의 운용실태 69
제1절 미결구금운용의 현상 69
제2절 미결구금율 73
제3절 미결구금자 입․출소사유 79
제4절 소년사건의 미결구금 84
1. 소년사건절차의 특징 84
2. 소년미결구금의 실무운용 85
3. 소년미결구금의 개선방향 86
제4장 미결구금제도의 문제점 89
제1절 법이론적 측면의 문제점 89
1. 무죄추정의 원칙과 미결구금 89
(1) 무죄추정원칙의 의의 89
(2) 무죄추정원칙의 기능 90
(3) 무죄추정원칙의 내용 92
(4) 미결구금의 제한원리로서의 무죄추정의 원칙 93
2. 불구속수사 및 재판의 원칙과 현실적 문제점 94
(1) 불구속수사 및 재판의 당위성 94
(2) 불구속수사 및 재판의 원칙과 실무운용상의 문제점 95
(3) 불구속수사 및 재판 원칙의 구현방향 97
3. 미결구금요건의 문제점 98
(1) 미결구금요건의 오용 98
(2) 독립된 미결구금사유의 도입여부 99
(3) 법정미결구금요건으로서의 ‘주거부정’의 삭제여부 100
제2절 형사정책적 측면의 문제점 101
1. 미결구금의 역기능 101
(1) 수용시설의 과밀화에 따른 미결피구금자 처우의 곤란성 101
(2) 과잉미결구금해소의 필요성 104
2. 미결피구금자의 법적 지위 106
(1) ‘무죄추정권’ 향유자로서의 미결피구금자 106
(2) 미결피구금자지위의 한정성 108
3. 실질적 단기자유형의 대용문제 112
(1) 단기자유형의 의의 112
(2) 집행유예와 미결구금을 통한 실질적 단기자유형의 대용 113
4. 미결구금중의 징벌 115
(1) 징벌의 의의 및 집행원칙 115
(2) 징벌제도의 문제점 117
5. 미결피구금자의 방어권 제한의 문제점 119
(1) 외부교통의 의의 119
(2) 방어권보장의 전제로서의 ‘접견교통권’ 120
1)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 121
2) 비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 121
3) 접견교통권의 제한 123
4) 수사단계에서의 접견교통권의 보장 124
5)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권 보장 129
6) 행형단계에서의 접견교통권의 보장 133
6. 대용교도소(대용감방)의 문제점 133
(1) 대용교도소의 의의 133
(2) 대용교도소의 실무운용상의 문제점 135
(3) 대용교도소의 법적 문제점 137
제5장 미결구금제도의 합리적 개선방향(결론에 갈음하여) 139
제1절 불구속수사 및 재판의 확대를 위한 영장실질심사제도의
적극적 활용 139
1. 영장심사실무의 관행과 문제점 139
2. 영장실질심사제도의 본질 141
3. 영장실질심사제도의 적극적 활용 143
제2절 필요적 보석요건의 완화 및 기소전 보석제도의 보완 144
1. 보석의 의의 및 기능 144
2. 보석요건 완화의 필요성 146
3. 부당한 미결구금에 대한 구제수단으로서의 보석활용 148
4. 보증금납입조건부 피의자석방제도(기소전 보석제도)의 보완 149
(1) 의의 149
(2) 각국의 동향 150
(3) 현행 보증금납입조건부 피의자석방제도의 문제점 151
(4) 피의자보석제도의 개선방안 152
제3절 미결구금집행의 대안으로서의 전자감시 154
1. 전자감시의 의의 154
2. 전자감시의 도입배경 155
3. 전자감시제도의 도입여부 156
제4절 미결구금 교정시설의 독립 159
제5절 미결구금집행법(가칭)의 제정 160
1. 미결구금집행법제정의 필요성과 제정 방향 160
(1) 제정의 필요성 160
1)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제정이유 161
2) 국가인권위원회의 성격과 업무 163
3)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있어서 미결피구금자의 권리 165
(2) 제정 방향 168
2. 제정 내용 169
참고문헌 171
영문요약 181
1. 문제의 제기 및 연구의 목적
(1) 未決拘禁은 형사피의자 또는 피고인으로서 구속영장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 수사 및 공판절차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을 방지하며, 종국에는 형의 집행을 확보할 목적으로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신병을 일정한 국가의 구금시설에 수용하는 형사절차상의 강제처분이라 정의할 수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교정시설의 1일 평균 수용인원을 살펴보면, 1일 평균 수용인원의 약 42% 이상이 有罪의 確定判決 없이 수용되어 그들의 기본권(특히 신체의 자유)을 제한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미결구금이 헌법상 ‘無罪推定의 原則과 不拘束搜査 및 裁判의 原則’에도 불구하고 실무상 남발되는 원인으로는 수사상의 필요, 신문 및 자백획득의 필요, 범죄에 대한 응징, 피해변상의 수단 또는 일반예방의 일환이라는 형사절차상의 관행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형사사건에서 아직 유죄판결이 확정되지 않아 無罪로 推定되는 피의자나 피고인에 대하여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고 구금시설 내에서 일정한 권리와 자유의 제한을 가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제한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미결구금제도는 法理論的인 측면에서는 구속영장발부시 발부사유심사의 형식화, 부당하고 부적법한 미결구금 방지제도로서의 영장실질심사제도(구속전 피의자심문제도) 및 구속적부심제도의 실질화,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되는 ‘무죄추정권’의 필수적인 전제로서 ‘자기방어권’과 관련한 실질적인 접견교통권(예컨대 변호인과의 야간접견 허용 등)의 완전한 보장, 미결구금의 구제제도로서의 필요적 보석요건의 완화 및 기소전 보석제도의 보완 등과 같은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으며, 또한 刑事政策的인 측면에서도 미결피구금자의 처우문제와 관련한 미결구금의 역기능, 미결구금시설의 구별화(독립문제), 대용교도소(대용감옥)문제, 미결구금과 보석 또는 집행유예의 결합을 통한 실질적 단기자유박탈 등의 문제점(사실상 단기자유형의 대용문제)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미결구금이 너무 쉽게, 너무 자주,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계속된다는 제도적인 문제점은 세계 각국이 안고 있는 공통된 현상이라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도 형사절차상 미결구금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관한 한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2) 형사절차에 있어서 미결구금의 남용은 단지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침해에만 관련하는 것이 아니라 미시적으로는 행형의 위기를 초래하고 거시적으로는 전반적인 형사정책과 형사사법체계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형사절차에서 미결구금의 남발을 지양하고 불구속수사․재판 및 엄정한 미결구금의 집행을 준수함으로써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이를 바탕으로 일반국민에 대한 규범의식의 강화를 꾀하는 적극적 일반예방효과의 제고를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미결구금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점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미결구금(구속)사유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기준의 정립과 정립된 판단기준에 입각한 미결구금(구속)영장의 신청 및 발부 그리고 엄정한 미결구금의 집행을 통하여 미결구금의 남용요인을 억제하고 배제할 필요가 있다.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한 미결피구금자의 처우에 관한 논의도 결국은 이러한 문제의 연장선상에 놓여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미결구금이 남발되는 원인을 분석하고 남발요인에 대한 억제책을 강구함 없이 미결피구금자의 처우문제에만 눈을 돌리는 것은 미결구금제도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간과한 지엽적인 문제해결책이 되기 쉽다 할 것이다. 물론 헌법과 국제인권준칙에 의해 보장된 미결피구금자의 기본적인 권리가 침해되지 않고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 여부를 심도있게 분석하는 것도 미결구금제도에 관한 연구에 있어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 할 것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그 근본적인 문제의 발상지로서 미결구금이 남발되는 원인을 분석하여 남발요인에 대한 억제책을 강구하는 것 또한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미결구금제도와 관련된 법이론적 문제점과 형사정책적 문제점을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결구금제도의 합리적인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2. 미결구금의 본질 및 요건
(1) ‘判決宣告前 拘禁’이라고도 불리는 미결구금은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자의 신체를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일정한 시설에 구속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형사사법절차를 확보하고 장차 행하여질 형의 집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는 피의자나 피고인을 구금시설에 수용하여 그 신병을 확보하는 것으로 현행 형사소송법은 명백하게 제70조 제1항에서 ‘도망의 방지와 증거인멸의 방지’를 미결구금의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실무가적 입장은 우리나라의 강력범죄발생율과 재범율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월등히 높은 점을 감안하여 ‘重犯罪에 대한 顯著한 嫌疑’나 ‘再犯의 危險性’을 독립된 미결구금(구속)사유로 명문화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일부 학설은 성범죄, 상해죄, 강도죄, 공갈죄, 사기죄, 방화죄 및 마약범죄와 같은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한 중범죄’에 국한시켜 ‘재범의 위험성’을 독립된 미결구금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재범의 위험성’을 미결구금의 요건으로 인정하는 경우에는 미결구금이 형사절차의 확보라는 목적이외에도 예방구금처분 즉 일종의 예방적인 보안구금으로서의 성질을 긍정하는 견해임을 부인할 수 없고 또한 미결구금의 반사적 효과에 지나지 않는 재범방지를 위한 ‘재범의 위험성’을 그 본래의 목적으로 파악하는 愚를 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굳이 ‘재범의 위험성’을 미결구금의 독립된 요건으로 추가해야 할 필요성은 없는 것처럼 보여진다. 다만 ‘再犯의 危險性’은 法定未決拘禁事由인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를 판단함에 있어서 다른 요소와 함께 보충적인 판단자료로 고려할 수는 있을 것이다.
(2) 憲法上의 ‘無罪推定權’에도 불구하고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의 신체적 자유를 박탈할 수 있는 강제처분의 근거, 즉 未決拘禁의 正當性은 형법의 保護的 機能과 保障的 機能에서 찾을 수 있다. 범죄로부터 사회를 지키고 일반인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무죄로 추정되는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여 특별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대한 犯行嫌疑가 존재한다고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근거가 존재하는 경우에 국가의 권한이 다른 방식으로 보장될 수 없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嫌疑者를 구금할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체자유의 박탈이 무제한적으로 인정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국가형법이 개인을 처벌하는 경우에도 그의 기본권을 최대한 존중하여야 한다는 法治國家的 保障目的은 불가피한 신체자유의 박탈을 제한하는 기본원리로 작용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결구금(구속)은 그 제한원리인 ‘無罪推定의 原則’과 ‘比例性의 原則’에 따라 수사 및 공판절차에 있어서 원칙이 아니라 다른 방법에 의해서는 형사소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불가피하게 작용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될 때에만 그 정당성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3) 그러나 우리의 영장실무현실은 미결구금(구속)사유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단지 범죄의 혐의(특히 犯罪의 輕重)만으로 미결구금이 행하여진다는 문제점(즉 미결구금남발의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외형상으로는 법이 정한 미결구금(구속)사유에 의하여 영장이 발부되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다른 이유에서 구금영장이 발부되는 이른바 ‘僞裝된 미결구금(구속)사유’가 실무관행상 공공연히 인정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예를 들면 1) 자백획득의 수단, 2) 수사편의를 위한 고려, 3) 위기조정 및 특별예방적 고려, 4) 先取刑罰과 집행유예의 전제조건 및 단기자유형으로서의 고려, 5) 여론의 압력 등과 같은 사유를 ‘僞裝된 미결구금사유’로 거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충분한 심리를 통하여 범죄의 원인과 대책이 냉정하게 반추되고 그 절차 내에서만 책임과 법적 효과가 선언되어야 할 공판절차를 形骸化시킬 우려가 있다 할 것이다.
또한 현행 미결구금제도는 신병을 확보하여 형사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제도라고 하기보다는 수사를 한 뒤에 피의자를 처벌하기 위하여 행하는 종국적인 강제처분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으므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데 前科有無, 사안의 경중, 피해변제 여부 등과 같은 法定外的인 사유를 기초로 구속의 필요성 유무에 따라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있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 여기서 영장발부단계에서 문제가 되는 ‘法定外的 未決拘禁事由’는 ‘實刑宣告可能性’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종래의 영장실무에서 미결구금여부를 사실상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실형선고가 예상되면 피의자가 재판에 출석하지 아니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형선고가능성’ 자체는 법정미결구금(구속)사유중의 하나인 ‘도망할 염려’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참고자료에 지나지 않고 우리와 같이 양형단계에서 구속피고인에 대한 ‘집행유예’의 선고비율이 높은 재판현실 아래 법관이 영장심사단계에서 실형선고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가 라는 점은 차지해두더라도 실형선고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법관이나 수사기관의 선입견에 좌우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점이 문제라 할 것이다.
한편 피의자를 미결구금시키기 위한 實質的인 要件으로는 형사소송법 제201조의 1) 범죄혐의의 상당한 이유 및 2) 법원의 피고인에 대한 미결구금(구속)사유(동법 제70조 제1항의 주거부정, 증거인멸의 염려,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 그리고 학설상 또는 영장실무상 인정되는 3) 미결구금의 비례성(필요성)이 충족되어야 한다.
1)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의 유무여부가 사실인정의 문제가 아니라 엄연한 법률판단(권리침해)의 문제라고 한다면 그 판단에는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할 것이고 자의적인 미결구금(구속)영장발부의 배제라는 측면에서도 이러한 객관적인 기준정립은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미결구금영장이 한 번 발부되면 구속적부심청구에 의하여 석방되지 않는 한 그 영장 자체의 적법성여부를 다툴 방법이 현행법상 존재하지 않고 구속적부심청구에서 구속이 적법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더라도 피의자의 석방에 한정되어 피의자를 둘러싸고 이루어진 수사활동에는 법률상 그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우리나라의 인신구속제도의 현실을 감안할 때 미결구금의 출발점으로서의 ‘범죄혐의의 상당성판단’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의 정립은 무엇보다도 그 연구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2) 먼저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제1호는 생활의 本據로서 어느 정도 계속하여 기거 또는 침식할 만한 일정한 주소나 거소가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주거부정’도 미결구금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일정한 주거가 없다라는 사유는 輕微犯罪에 대한 유일한 미결구금사유가 된다는 점에서 比例性의 原則과 관련하여 독자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주거부정’은 ‘도망의 위험’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사실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할 것이므로 이를 독립된 미결구금사유로 규정한 것은 타당한 입법태도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즉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범죄혐의’와 ‘주거부정’의 사유만으로 미결구금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주거가 일정하지 않더라도 도망의 염려만 없으면 미결구금시켜야할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주거부정’은 제70조 제1항의 미결구금사유에서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제2호의 ‘증거인멸의 염려 또는 위험’이란 피의자 등이 범죄의 인적․물적 증거방법에 대하여 부정한 변경․간섭 등의 영향을 미쳐 수사와 공판의 진행을 혼란시킴으로써 법원 또는 수사기관의 진실발견을 어렵게 할 구체적 개연성이 존재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증거인멸의 구체적 개연성’은 다음의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켰을 때 인정될 수 있다. 즉 첫째 인멸의 대상이 되는 증거가 존재하여야 하고 ‘증거’는 범죄사실의 입증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어야 하므로 피의자 자신의 진술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둘째로 그 증거는 피의자 측에 의하여 인멸되는 것이 물리적․사회적으로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즉 피의자 측이 이미 증거의 인멸을 획책하였다거나 이에 준하는 정도의 객관적 사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증거인멸의 위험’은 구체적 사실을 기초로 피의자가 부정한 방법을 통하여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긴박한 위험성이 법적으로 또는 소송상 허용되지 않는 그의 행동으로부터 추론될 수 있어야 한다고 할 수 있으므로, 단순히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다거나, 실무상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한 피의자가 피의사실을 다투거나 자백을 거부한다는 이유만으로 ‘증거인멸의 위험’을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피의자가 비록 현재 범행을 자백하더라도 향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관련 참고인(증인)의 진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다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결구금(구속)사유별 사건처리현황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라 할 수 있다. 여기서 ‘逃亡’이란 수사, 공판절차 그리고 장래에 있을 형의 집행을 지속적 또는 일시적으로 회피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하여 ‘逃亡할 念慮’는 구체적 사정을 평가한 결과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이처럼 행위할 ‘高度의 蓋然性’이 있는 것을 말한다. 학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추상적 위험성’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하여 확실성에 이를 정도까지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자료 즉 피의자나 피고인의 심리적 상황, 범죄의 종류, 자수여부, 예상되는 형벌, 범죄적 환경, 주거부정 등과 같은 逃亡誘引要素와 사회적 환경, 가족관계 등의 인간관계에 의한 미결구금을 의미하는 逃亡抑制要素에 의하여 뒷받침되는 고도의 개연성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그 판단에 있어서는 이들 각 요소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후 결과를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지 어느 하나의 사정만을 근거로 도망의 위험을 직접 인정하는 도식적 판단은 지양하여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피의자가 수사기관 또는 법정에 출석하지 아니할 염려가 있는 것만으로도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을 수 있지만 출석하지 아니할 염려가 있어도 경우에 따라서는 피의자의 거소가 확실하고 지금부터는 소재를 변경할 가능성이 없어 출석확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수사기관 및 법원의 출석요구에 불응하더라도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나 구인제도를 활용하면 충분하다 할 것이므로 단순히 출석하지 아니할 염려만으로 바로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하겠다. 단 피의자가 수사기관에 임의출석하지 않는 것 자체는 그 후 피의자의 도망할 염려를 추측케 하는 간접사실로서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3)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와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위험’이라는 미결구금(구속)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법관은 영장을 발부할 때 미결구금의 목적과 미결구금이라는 수단 사이에 비례관계(이익형량)가 인정되지 않으면 영장을 발부할 수 없다. 미결구금에 의한 개인의 기본권침해와 형사절차의 확보라는 미결구금의 기능은 ‘比例性의 原則’에 의하여 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사절차에 있어서 비례성의 원칙은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위한 강제처분이 소송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정한가(적합성원칙), 이러한 수단이 불가피한 것인가(최소침해의 원칙=필요성원칙), 이 수단이 투입됨으로써 피고인에게 미치는 침해정도가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균형성원칙)에 대해 형사절차 전반에서 포괄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한편 형사소송법은 체포의 필요성을 규정하고 있는 제200조의2 제2항 단서(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2는 체포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기준을 유형화하고 있다)와는 달리 미결구금의 비례성(필요성)에 대하여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일반 사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미결구금의 필요성이 적은 경미사건의 경우에는 ‘주거부정’의 경우에 한하여 미결구금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동법 제70조 제2항을 감안하면, 우리 형사소송법은 법정미결구금(구속)사유 이외에도 미결구금의 비례성(필요성)을 묵시적인 미결구금의 요건 즉 非類型的인 미결구금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미결구금의 운용실태
1991년도부터 2000년도까지의 제1심 형사공판사건 중 구속사건의 비율(구속기소율)은 연평균 61.5%에 이르고 있다. 특히 2000년도의 구속기소율은 기소인원수 191,654명 중 구속기소인원수 88,338명의 46.1%로 최근 10년간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또한 2000년도의 구속영장발부율은 구속영장청구인원 122,359명 중 구속영장발부인원 106,089명(직권에 의한 영장발부인원 포함)으로 86.7%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 중 구속기소인원수는 88,338명으로 영장발부대구속기소율은 83.3%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도의 제1심 형사공판사건 처리결과를 살펴보면 생명형이 선고된 인원수는 20명, 자유형(집행유예제외)이 선고된 인원수는 50,684명으로 구속공판인원수 94,892명의 53.4%에 달하고 있다. 이상의 통계자료를 통하여 살펴보건대 최근에 들어 영장기각율이나 제1심에서의 불구속재판율이 예년에 비추어 증가한 것만큼은 사실이지만 형사공판사건에 있어서는 구속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이 아직도 여전히 높은 편이며 또한 생명형 및 자유형(집행유예제외)의 선고비율이 구속공판인원수에 비하여 현저하게 낮은 점등은 우리 형사사법이 미결구금(구속)위주의 형사절차를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미결구금의 집행과 관련하여서는 일정시설에 수용된 후 석방되기 전까지 미결피구금자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파악할 것이며 또한 이에 상응하는 미결피구금자의 처우를 여하히 행할 것인가 하는 점이 주된 관심사로 등장하게 된다. 먼저 우리나라 교정시설은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인원을 수용하고 있어 수용자들의 삶의 질이 매우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으며 현재 전국 44개소의 교정시설에 1일 평균 약 70,000명의 미․기결수가 구금되어 있는 상황은 피구금자의 처우에 기본적인 한계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전국 40여 개소의 교정시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 1,500~2,000명을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수용자들의 재사회화를 위한 처우목적의 프로그램을 마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국제기준에서 요구하고 있는 수용적정인원 500명의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라 할 수 있는데 대형교정시설과 과밀수용은 피구금자의 자유를 박탈하고 외부세계와 단절된 생활만을 강요하게 될 뿐만 아니라 피구금자를 위한 교정교육도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게 만들 것이다. 실제로 교정공무원 사이에서도 보안을 담당하는 부서가 우대를 받고 교화를 담당하는 부서는 소외되는 교정행정의 현실은 이를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입법태도의 문제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결구금제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율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미결구금의 요건과 절차에 대해서만 규율하고 있을 뿐 처우와 관련된 집행에 대해서는 ‘접견교통권’에 대한 규정을 제외하면 행형법상의 몇 가지 특칙규정을 들 수 있을 정도이다. 즉 현행 행형법상 미결피구금자에 대한 특칙은 제14장(미결수용)에 규정된 참관금지(제63조), 분리수용(제64조), 단삭(두발, 수염)금지(제65조), 변호인과의 접견 및 서신(제66조), 신청에 의한 작업과 敎誨(제67조) 등을 들 수 있지만 이러한 규정들은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자(즉 일반시민)로서의 기본적 자유를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할 수 있으며 헌법상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규정(헌법 제27조 제4항)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합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 미결피구금자의 현실이라 할 것이다.
4. 미결구금제도의 문제점
(1)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아무런 제한없이 적용되어야 하는 원칙이라 할 수 있으므로 미결피구금자의 범죄혐의에 의해 무죄추정의 원칙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제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사전형벌의 효과를 추구하기 위하여 행하는 미결구금이 정당화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적극적 또는 소극적 일반예방의 목적이나 재사회화 혹은 특별예방의 목적을 추구하는 것은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형법이 실현될 때에 비로소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실무상 인신구속의 관행으로 정착되어 온 범죄응징 및 일반예방적 효과를 꾀하기 위한 미결구금은 결코 허용될 수 없는 것이며 이를 단기자유형의 대체수단으로 운용하거나 재범방지를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는 것도 허용될 수 없다. 즉 범죄로 인한 공동체의 동요를 방지하고 더 이상의 범죄가 발생하지 않게 할 목적 즉 범죄투쟁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미결구금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형벌의 사전집행수단으로 기능함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인신구속에 대한 제한원리로서의 ‘무죄추정의 원칙’으로부터 피의자에 대한 수사와 피고인에 대한 재판이 원칙적으로 불구속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불구속 수사 및 재판의 원칙’이 파생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무죄의 추정을 받고 있는 피의자나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기도 전에 자유형과 같은 효과를 가지는 강제처분을 과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죄추정의 원칙’이 형사절차 전반을 관철하는 원칙이라 할 지라도 이로부터 직접 미결피구금자의 처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도출할 수는 없다. 다만 소극적인 의미에서 자유형의 확정을 전제로 한 그 어떠한 처우(불이익한 처우, 불필요한 고통, 부당한 대우)도 금지되며 체포 또는 구금중의 생활이 일반의 생활상태나 피구금자의 사회생활상태와 가능한 한 동등하여야 한다는 요청을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무죄추정의 원칙’은 미결피구금자에게 구금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나 안전하고 원활한 시설내의 공동생활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으로서 향유하는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처우실무상의 기본원칙임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 헌법상의 적법절차의 원칙(제12조 제1항)과 영장주의의 원칙(동조 제3항), 헌법(제27조 제4항) 및 형사소송법(제275조의2)상의 무죄추정의 원칙 등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인신구속제도의 전반적인 취지를 감안하면 피의자나 피고인을 불구속상태에서 수사하고 재판하여야 하는 것이 형사절차의 기본원칙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불구속재판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영장단계에서부터 미결구금사유를 엄정하게 심사하여야 할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지만 영장실질심사제도만으로 불구속재판의 원칙을 달성하기에는 제도적인 한계가 있다 할 것이므로 기소전 보석제도와 보석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보증금을 납입받은 후 피의자나 피고인을 석방하는 단계별 역할분담방안이 실무에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3) 한편 현행 징벌제도는 행형법에 의하여 그 정당성을 부여받았지만 과거의 전례 나 출소자설문조사 등을 통해 볼 때 규정에 반하는 징벌행위가 존재하였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교정행정영역 중 징벌제도는 1980년대 이후부터 빈번한 비판과 간섭을 받고 있는 분야 중의 하나라 할 수 있으며 교정행정에 대한 법원의 개입도 징벌제도와 관련한 판례가 존재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행 징벌제도는 어떤 식으로든 개선 또는 대체되어야 할 대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미결피구금자와 관련하여서는 미결피구금자와 수형자를 구분하여 행형법에 징벌제도를 규정하여야 할 것이다. 즉 미결피구금자는 무죄추정을 받고 있고 형사절차의 원활한 진행과 재판의 집행확보를 위하여 일시적으로 구금되어 있는 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구금시설 내의 질서에 위반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체나 재산 등에 대한 제한을 과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미결피구금자에 대하여는 최소한의 징벌, 즉 경고만을 규정하고 시설 내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로는 계호의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실무상으로는 미결피구금자의 규율위반행위에 대하여 경고와 같은 너무 경미한 징벌만을 가할 경우에는 시설 내 질서유지가 곤란할 수 있으므로 경고만을 징벌로 규정하는 것은 재고하여야 할 것이지만 이때 미결피구금자의 특성에 맞는 징벌제도를 연구․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4) 미결피구금자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완전하게 보장하기 위한 전제로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의 광범위한 보장을 꾀하고 특히 수사절차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시비를 줄여 수사기관의 수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권’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즉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도입함으로써 수사절차단계에서 피의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밀실수사, 고문수사 등의 폐해가 발생할 수 있는 근원을 제거할 수 있게 되어 위법수사관행이 일소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참여권을 명문으로 보장하면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참여를 고지하고 변호인의 참여를 원하는 경우에는 변호인의 참여를 기다려 신문하도록 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연장으로서 신문을 받기 전에 피의자가 변호인과 신문대처방안에 대해 협의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미결피구금자의 헌법상 및 형사소송법상의 권리인 접견교통권을 교정단계에서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는 미결피구금자의 변호인접견시 제한없는 ‘교도관 무입회제도’를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행형법시행령 제58조 제2항은 “죄질이 가벼운 미결피구금자로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자(동항 제2호)”와 “기타 교화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동항 제3호)”의 경우에는 면담요지의 기록이나 교도관의 참여 없이 접견할 수 있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행형법시행령의 입법취지를 감안하면 미결피구금자에게는 현재 일률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교도관접견입회제도’를 개선하여 ‘무입회접견’을 원칙으로 하여야 할 것이며 특히 미결피구금자의 방어권을 철저하게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행형법상의 원칙인 ‘가시권내 입회제도’는 하루 빨리 제한없는 ‘교도관 무입회제도’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4. 미결구금제도의 합리적 개선방향
(1) 令狀實質審査制度는 인신구속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피의자를 법관의 면전에 출두시켜 그에게 변명과 이익사실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고 이를 판단의 자료로 삼아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실질심사의 방식에 따르면 “꾸며진 조서”에 의한 사실왜곡의 위험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라는 미결구금요건을 판단함에 있어서 피의자가 자신의 처지를 법관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영장실질심사제도는 미결구금사유의 실질적 심사를 가능하게 해 준다는 장점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형사정책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로는 소위 密行主義가 지배하는 수사절차에 제3의 공정한 판단자인 법관과 피의자가 대면하는 단계를 설정함으로써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나 고문을 방지할 수 있는 결정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 둘째 영장실질심사는 구속되는 피의자에게 자신의 처지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인신구속의 재판에 승복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법관면전에서의 이익사실진술은 공권력에 대한 맹목적 반감을 완충하는 장치가 될 뿐만 아니라 공권력의 권위를 존중하여 법을 통한 국민적 통합과 설득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 준다 할 것이다. 셋째로 영장실질심사제도는 인신구속의 법리운용에 있어서 인도주의적 지향점을 높여준다. 법관은 영장실질심사를 통하여 피의자와 직접 대면하게 되는데 이를 통하여 법관은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형성하여 왔던 현실인식에서 벗어나 시민의 일상생활에 보다 가까운 위치에서 인신구속의 판단을 내리게 된다. 따라서 영장실질심사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는 대부분의 피의자를 불구속 수사함으로써 피의자의 인권보호, 사법제도의 효율적 운용,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등과 같은 제반 현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2) 한편 미결구금에 대한 ‘보완성원칙’의 내용을 이룰 뿐만 아니라 피고인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가운데서 자신의 방어기회를 준비할 수 있게 보장하고 적정절차와 공정한 재판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保釋制度라 할 수 있다. 이는 보증금의 몰수라는 심리적 압박에 의하여 피고인의 출석을 담보함으로써 피고인의 출석확보라는 미결구금(구속)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한편 피고인에게 생업에 종사하고 방어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신체의 자유를 허용함으로써 피고인의 人權保障과 當事者主義의 구현에 기여하고 나아가 구금비용의 절감, 長期未決拘禁으로 인한 죄수간의 악영향 방지에 기여하는 데 그 존재이유가 있다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은 필요적 보석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지나치게 광범위한 예외를 인정함으로써 미결구금에 대한 보완성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보석제도의 기능을 지나치게 축소하고 있으며 그 결과 필요적 보석의 원칙이 사실상 법원의 재량에 의한 보석으로 변질되고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필요적 보석의 요건을 보다 완화하여 미결피구금자에 대한 보석의 가능성을 지금보다 확대하는 것도 실질적인 미결구금기간을 단축하는 방법으로 미결구금의 보완성원칙을 실현하는 방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제214조의 2 제4항에서 보증금납입조건부 피의자석방제도를 도입하여 피의자에까지 보석을 확대한 것은 구속을 제한하여 피의자의 석방가능성을 넓혔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다 할 것이지만 입법기술상의 체계적인 문제점과 피의자의 보석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점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피의자보석제도를 활성화시키기 위하여는 그 전제로 보석결정까지의 구금기간이 짧아야 할 것이다. 보석제도는 불구속재판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불구속재판의 원칙은 불구속수사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기소되기 전 피의자단계에서 보석의 기회가 주어져야 불구속재판의 원칙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보증금납입조건부 피의자석방제도(기소전 보석제도)도 진일보한 제도라 할 수 있지만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한 피의자에게만 그 기회가 주어지는 관계로 불구속수사 및 재판을 위하여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보석을 원하는 피의자에게 그 요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적부심사를 청구하게 하는 것은 옳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요적 심문제도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로 영장실질심사단계에서 보석 등 조건을 붙여 피의자를 석방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이는 영장실무단계에서 보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법이 정한 구속사유를 중심으로 구속영장심사가 이루어지게 할 수 있는 보장책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할 것이다.
(3) 지난 20세기말부터 행형분야에서 새로운 형사통제수단으로 등장한 전자감시제도는 일정한 조건으로 (가)석방된 범죄자가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장소에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범죄자의 손목 또는 발목 등에 전자감응장치를 부착시켜 유선전화기 또는 무선장비를 이용하여 원격 감시함으로써 대상자의 생활을 24시간 통제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제도를 말한다. 만일 전자감시에 의한 재택구금이 재판종료시점까지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라면, 재판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피의자나 피고인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형사절차상의 최후수단인 미결구금을 통해 그를 구치소에 수감함으로써 과밀수용 등의 문제를 가중시킬 필요 없이 전자감시를 통해 미결구금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논의단계에 머물러 있는 전자감시제도의 도입여부는 다각적인 시점에서 그 장단점을 살펴보고 심도 있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숙고하여야 할 부분이지만 전자장비에 의한 감시제도를 도입하는 경우에 있어 이에 대한 헌법적 한계를 설정하여 이를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그 운용에 철저를 기한다면 적어도 미결구금집행의 대안으로서 또는 보석의 허가조건으로서의 전자감시제도에는 미결구금의 문제점을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물론 전자감시제도가 결코 헌법상의 기본권침해를 담보로 미결구금의 문제점을 치유해서는 안될 것이지만, 현재 우리 행형현실 아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4) 매년 교정시설 내 1일 평균 수용인원의 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미결피구금자의 과밀수용 및 처우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고 완화하기 위해서는 영장실질심사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에 의한 불구속수사 및 재판의 원칙의 확대와 더불어 불가피한 경우 각 검찰과 법원주변에 미결피구금자를 전문적으로 수용할 소규모 구치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특히 구치지소의 태부족으로 인하여 대용구치소로 사용하고 있는 경찰관서의 유치장(대용감방)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어 미결피구금자의 인권보장과 교정처우에 소홀한 실정이라 할 수 있으므로 소규모 구치지소의 증설과 함께 수용밀도의 적정선을 유지하여 미결피구금자의 증거인멸방지와 수용시설에서의 악풍감염예방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구치지소의 설치가 각 검찰지청별로 실현되면 미결피구금인원의 분산과 함께 소규모 교정시설의 증설로 인한 수용인원의 감소에 의해 사회국가원리에 입각한 미결피구금자의 처우가 개선되고 미결피구금자의 재사회화 처우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구치소의 수용현실은 수형자(형확정자 및 노역장유치자)와 미결피구금자를 함께 수용하는 비전문적인 이중수용의 문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신분상의 차이를 고려한 상이한 교정처우가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처우상의 마찰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즉 구치소만의 특성을 살린 처우의 전문화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구치소나 교도소 보호감호소가 각자의 기능에 부합한 전문시설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특히 구치소의 전문시설은 미결피구금자를 수용하여 도주예방은 물론 증거인멸의 방지 및 악풍감염의 방지 등을 위하여 미결피구금자 분류수용지침에 입각한 수용이 가능하도록 구치소나 구치지소를 확충하여 그 운영을 전문화하여야 할 것이다.
(5) 미결피구금자의 인권과 관련한 문제 중에서 무죄로 추정받는 미결피구금자에 대한 별도의 독립된 未決拘禁執行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즉 미결피구금자의 처우에 대한 문제가 대부분 행형법상의 준용규정에 의해 처리되고 실제로도 각종 교정예규에 따라 규율되고 있는 실정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미결피구금자의 법적 지위에 따른 특수성을 고려하기 어려워 결국 미결피구금자는 처우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것이 교정현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미결구금의 기능과 형벌집행의 기능은 양자가 엄격히 구별되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형집행에 관한 법률과는 별도로 미결구금집행원칙을 법률로 명시하여 미결피구금자의 법적 지위에 상응하는 처우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법률로써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未決拘禁執行法은 그 내용에 있어 집행의 원칙과 개별적인 처우를 구체적으로 포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헌법이나 관련법률로부터 일정한 점을 추론할 수 있다 할지라도 미결피구금자의 적정한 처우와 합리적인 권리제한을 위해서는 원칙규정을 천명하여야 하고 집행내용과 관련하여서도 명령이나 규칙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집행원칙과 관련하여서는 기본적으로 미결피구금자의 ‘人權化’를 지향함을 천명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미결피구금자의 마그나 카르타化를 위한 미결구금집행법의 제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미결피구금자의 기본권이 구금목적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만 제약됨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한다. 집행과정에 있어서도 ‘무죄추정의 원칙’과 ‘방어권 보장’의 적용대상임을 천명함과 동시에 미결피구금자의 자유도 원칙적으로는 ‘도망의 방지와 공동생활유지에 중대한 장해’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성의 원칙’과 ‘비례성의 원칙’에 입각하여 제한할 수 있음을 천명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미결피구금자의 개별적인 처우와 관련하여서는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인권의 보장(헌법 제10조)’을 규정한 헌법정신을 존중하고 형사소송법의 원칙에 의거하여 미결피구금자에게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그 필수적인 전제라 할 수 있는 ‘외부교통권의 광범위한 보장’을 위한 명문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며 구금목적달성을 위해 필요한 미결피구금자의 권리제한은 재판관의 판단에 위임한다는 내용을 명확히 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는 신문시간의 제한, 신문시 변호인의 입회권 인정, 변호인과의 면회를 시설의 장이 제한할 수 없음과 변호인 이외의 자와의 면회에 대하여도 그 제한은 부득이한 경우에 한한다는 점 및 구금과 수사의 철저한 분리원칙을 입법으로 명문화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종교의 자유, 규율 및 징벌의 완화 등과 관련한 별도의 규정을 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대용교도소의 폐지를 전제로 존속기간, 존속시까지 대용교도소의 활용을 억제하기 위한 수용대상자 제한 등과 같은 폐지구제책을 부칙규정 중에 경과조치로서 명확히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