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15
제1장 연구목적 43
제1절 문제제기 43
1. 연구의 배경 43
2. 연구주제의 설정 44
3. 민간경비의 성장을 설명하는 국내 이론들에 대한 비판적 검토 48
4. 글의 구성 53
제2절 민간경비의 이론적 전망 55
1. 민간경비의 개념 및 이를 둘러싼 쟁점 55
2. 민간경비에 대한 거시이론적 전망 60
3. 보안시장에서의 구매행동에 대한 미시이론적 전망 87
제2장 연구방법 91
제1절 자료와 그 특성 91
1. 자 료 91
2. 조사대상자의 일반적 특성 96
제2절 주요개념의 측정 108
1. 민간경비의 이용 108
2. 무인 경비시스템 이용요인에 대한 모델의 구성 109
제3장 한국의 민간경비 산업의 성장 123
제1절 민간경비 시장의 규모측정 방법 123
1. 측정의 불확실성 123
2. 자료의 문제 124
제2절 민간경비 산업의 규모 127
1. 민간경비업체의 현황 127
2. 청원경찰의 현황 136
제3절 민간경비 시장의 구조와 특성 141
1. 시장의 분할 141
2. 경비시장의 주요고객 146
3. 경비업체의 종사자 규모 157
4. 경비업체의 지역적 분포 161
5. 경비시장의 독점화 현상 166
6. 비전문화된 경비시장의 구조 169
제4절 민간경비원의 사회경제적 특성 180
1. 경비관련업 종사자의 남녀 현황 181
2. 고용형태 182
3. 민간경비원의 연령과 교육수준 184
제5절 민간경비원의 충원, 근무조건 그리고 이직률 188
1. A경비회사의 경비원 충원방식과 근무조건 188
2. B경호회사의 충원방식과 근무조건 191
3. 평 가 193
제6절 경비원의 활동, 경찰과의 관계, 피해보상의 문제 196
1. 개 관 196
2. A경비회사의 경비원의 일상활동 198
3. 민간경비원과 경찰의 관계 201
4. 피해보상 202
제7절 한국의 민간경비 산업의 성장요인 203
1. 재정압박이론의 검증 205
2. 민영화이론에 대한 검증 219
3. 다원주의 이론에 대한 검증 224
4. 소 결 231
제4장 민간경비 산업에 대한 규제와 통제 235
제1절 민간경비업의 운영에 대한 규제 238
1. 경비업의 허가기준과 경비업 종사자의 자격요건 238
2. 경비지도사의 선임․배치 기준 242
제2절 민간경비원의 지위와 활동에 대한 규제 245
1. 민간경비원의 형사법적 지위 245
2. 민간경비원의 복장, 장비 등에 대한 규제 248
제3절 민간경비원에 대한 교육훈련 252
1. 교육훈련의 규정 252
2. 교육훈련의 현실 255
제4절 경비업체 단속현황 : 위반사항 및 조치 260
제5장 치안활동의 상품화와 정치․사회적 함의 267
제1절 민간경비 서비스의 이용실태 267
1. 일반시민의 범죄예방 활동 268
2. 자영업체의 방범활동 272
제2절 민간경비 이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탐색 276
1. 변인의 설정 277
2. 분 석 278
3. 소 결 286
제3절 치안활동의 복지국가 모델과 수익자 부담모델 간의
수용태도 비교 287
1. 치안활동 영역에서의 공공경찰력에 대한 평가 287
2. 방범활동에 대한 복지국가 모델과 수익자 부담모델 288
3. 세금부담을 통한 공공 치안력의 확보 혹은 시장을 통한
개인적 선택 292
4. 토의 : 일반시민 조사를 중심으로 295
제4절 민간경비 산업의 규제에 대한 시민의견 299
1. 치안활동과 민간경비의 역할 300
2. 민간경비원의 권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 309
3. 소 결 312
제5절 민간경비의 함의 : 비판적 고찰 314
1. 탈현대 사회와 민간경비 314
2. 소비주의, 안전에 대한 개인주의적 대응, 그리고 탈정치화 318
3. 통치와 감시, 그리고 프라이버시의 침해 323
제6장 맺음말 327
참고문헌 335
영문요약 365
<부록 1> 국내 10대 민간경비 회사의 주요 사업목적과 주요제품 369
<부록 2> 설문지 403
1. 연구목적
1970년대 말 10여개에 불과했던 민간경비업체가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200배 이상의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였다. 미8군에 대한 군납서비스로 출발한 우리의 민간경비가 지금은 국내의 주요공항들의 경비와 보안검색을 담당할 만큼 업무영역이 확대되었다. 민간경비에 대한 우리 학계의 관심은 민간경비가 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그러한 관심의 밑바탕에는 머지않아 민간경비가 국가경찰의 치안활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가 깔려 있다. 그리하여 민간경비 산업의 미래를 전망과 건전한 육성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들이 1980년대 말 이후로 계속되어 왔다. 현행 민간경비제도의 불합리한 점과 경비업법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질 높은 경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적 요건들(경비지도사제도의 시행, 경비관련 전문자격증 제도의 도입의 필요성, 경비원 교육훈련 프로그램 개혁 등)은 무엇인지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민간경비에 대한 당위적 믿음과 신뢰는 그 현실에 대한 정확한 규명에서 비롯되지는 못했다. 민간경비 산업의 규모나 실태에 대한 기초적인 작업들은 너무도 부족했고, 학자들마다 제시된 자료들은 서로 어긋나기가 일쑤였다. 민간경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학계의 공통된 의견은 국가에 의한 공적 치안활동이 일상적․경제적 차원에서 제기되는 범죄피해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들을 불식시키는 데 충분하지 못하다는 현실인식에 기초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들은 학계가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경비업체의 이해관계로부터 비판적 거리를 유지를 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비판적 성찰보다는 성장이 우선이라는 문제의식은 우리사회에서의 민간경비의 실상을 정확히 규명하는 데 부정적인 요인으로 다가갔고, 민간경비가 갖는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의미들을 포착할 수 없게 하였다.
기존의 연구들은 치안유지와 경비를 위한 보안시장의 활성화가 내포하는 의미를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 보안장비나 서비스들을 소비하는 매력은 무엇인가? 사람들과 조직들이 보안․경비시장에 의존하는 계기는 무엇인가? 치안활동과 보안의 상품화가 개인들의 정체성, 권위에 대한 감수성, 사회적 관계의 질과 짜임새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도 있는 타인에 대한 은밀한 감시와 통제, 프라이버시 침해, 민간사법(private justice)의 형태로 행해지는 민간경비원의 권한남용의 문제들은 아직까지 민간경비의 주요한 쟁점으로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요컨대 이 글은 그간 우리의 학계에서는 주변적인 관심에 불과했던 민간경비의 사회적 의미와 정치적 역할들에 주목하려는 것이다. 이 글을 통해 필자가 밝히고자 했던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는 우리사회에서 민간경비의 성장을 설명해왔던 기존의 이론적 전망들과 비판적 거리를 취하면서 이와는 다른 접근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한국사회의 민간경비의 현황을 경비 시장의 규모, 구조적 특성, 경비원 충원구조 등을 중심으로 실증적으로 접근해보는 것이었다. 세 번째로는 민간경비가 갖는 사회적․정치적 의미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었다. 궁극적으로 필자는 치안문제를 시장으로부터 해결하는 것이 갖는 정치적․사회적 의미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해봄으로써 이와는 전혀 다른 가능성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2. 이론적 전망
본 연구에서는 민간경비의 문제를 치안활동(policing)의 맥락 속에 두고 이해하고자 한다. 통상적으로 치안활동은 ‘경찰’을 중심으로 이해되어져 왔다. 이러한 입장에서 봤을 때, 치안활동은 경찰활동을 의미하며, 이에 대한 사회학적 탐구들은 물리력과 강제력의 정당한 사용자로서의 국가 공공경찰의 지위와 역할에 그 분석의 초점을 맞추게 된다. 하지만 최근들어 치안활동을 경찰활동과 동일시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치안활동의 상당부분은 경찰이 아닌 다른 조직과 사람들에 의해 수행되어 왔다는 사실에 대한 암묵적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치안활동 개념이 공식적인 국가 규제체계로서의 ‘경찰’이라는 초기의 의미보다는 ‘사회통제’라는 좀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쉐링과 스테닝(Shearing and Stenning)에 의해 묘사된 바 있는 디즈니랜드에서의 치안활동은 보다 공식적인 규제뿐만 아니라 비공식적 사회통제로서의 치안활동의 예를 잘 보여준다. 이들은 질서유지를 전담하는 디즈니 직원들의 활동뿐만 아니라 환경설계에 의해 은밀하게 작동하는 통제 전략들을 강조한다.
현재 치안활동이라는 개념은 사적․공적 지배기법들을 아우르는 사회통제의 포괄적인 집산이 되었다. 민간경비 역시 이러한 치안활동의 한 영역을 담당하고 있으며, 넓은 의미에서 사회통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하여 본 연구에서는 민간경비를 민간차원에서 수행되는 치안활동의 한 차원으로 규정하며, 민간치안활동을 사회통제의 맥락으로 확장시키는 네 가지 이론적 전망들을 검토하였다.
가. 민간경비의 거시이론적 입장
그간 우리사회에서는 민간경비 산업의 성장이 주로 경제환원론, 공동화이론, 이익집단이론, 수익자부담이론, 민영화이론 등에 의해 설명되어져 왔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들의 시선은 민간경비가 성장하게 된 표면적 효과에만 머물었을 뿐, 그 기저에 있는 중요한 원리들을 포착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이에 필자는 맑스주의적 전망, 자유주의적 전망, 다원주의적 전망, 위험사회론적 전망의 네 가지 이론적 접근들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우리사회에서의 민간경비의 성장과 그것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보려고 했다.
맑스주의 이론은 민간경비를 도구주의적이고 일면적인 방식으로 바라본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상품화와 민간경비의 본질 간의 관계,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보안의 물상화(fetishism of security) 현상을 포착할 수 있게 해준다. 최소한 자본주의 체계의 일반논리 하에서는 사람들이 시장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론적 안전을 추구하면 할수록, 더욱더 소외된 보안 생산물(alienated product of security)에 의존하게 되고, 그 결과 (방호벽과 보안장치가 설정된 출입문 등에 의해) 육체적으로는 물론 (불신과 공포에 의해) 심리학적으로도 점점 더 우리자신을 다른 시민들로부터 격리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맑스주의 이론들은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면서, 개인의 안전문제가 개인의 시장능력에 의존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공동체 수준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정치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자유주의적 접근은 집합적 수준에서 범죄에 대한 통제력이 확보되지 못했을 때 그 대안으로써 시장이 선택하게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본주의의 성장률 둔화와 재정압박에 직면한 자본주의 국가들은 국가정책분야에 시장논리, 즉 국가개입의 축소와 민영화의 논리를 적용함으로써 그 위기를 탈출하려 한다. 치안분야 역시 시장원리가 적용됨으로써 범죄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기에 이른다. 그 결과 물리적 안전에 대해 위협을 느낀 개인과 집단들은 시장을 통해 범죄에 대한 자신들의 통제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 자유주의적 접근의 기본 골자이다. 이러한 자유주의적 접근은 시장 구매력이 없는 소외된 계층의 안전문제를 제기하며, 그리하여 국가의 치안활동 자원 재분배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다원주의적 접근은 자본주의적 소유관계의 변화로부터 민간경비의 출현을 도출해 내는 구조주의적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기존의 공과 사의 구분방식으로는 더 이상 설명하기 힘든 공간들이 등장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이른바 “대형 상업시설”(mass private property) 인데, 이 공간은 소유관계의 측면에서는 사적부문에 해당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상호작용을 하고 관계를 형성한다는 측면에서 공적인 성격을 띠는 준-공공적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의 등장은 공적인 공간의 치안은 국가경찰이 담당하고 사적인 공간에 대한 치안책임은 소유주에게 귀속된다는 전통적인 관념을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게 한다. 한편 이와 같은 공간에서 발생하는 사고나 피해는 소유주의 손실을 의미하기 때문에 소유주 입장에서는 안전과 보안유지가 시급한 과제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다원주의적 접근은 자본주의의 소유관계와 공간의 구조적 변화에서 출현하는 민간경비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더욱이 다원주의적 접근은 이러한 준-공공적 공간이 여전히 개인간의 행위와 관계를 규정하는 사법(私法)의 지배를 받게 됨으로써 나타나는 다양한 쟁점들(민간경비원에 의한 개인의 자유․사생활의 침해 문제, 민간경비원의 권한남용의 문제 등)을 포착할 수 있도록 한다.
위험사회이론의 자원들은 후기 자본주의 혹은 탈현대 사회에서의 민간경비가 통치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상품화된 사회통제는 평온과 안녕이 상품화된 보안 공급자에 의해 조달되는 감시의 규율적 기법들에 의해 구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위험사회이론은 민간경비 산업이 위험사회의 중요한 특징인 체제 내적 위험에 대한 행위자들의 심리적 요인, 즉 불안과 두려움에 호소함으로써 이윤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성찰하게 한다.
나. 보안 시장에서의 구매행동에 대한 미시 이론적 전망
보안 시장에서의 소비행위를 설명하는 이론적 전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하나는 집합적 보안 모델(collective security model)이고 다른 하나는 대형 상업시설 모델(mass private property model)이다. 집합적 보안 모델은 무질서와 행위를 제한하는 데 있어 기존 사회통제 방법들이 무력하다는 인식에 대한 반응이다. 대형 상업시설 모델에 의하면 민간경비는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자신들의 재산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의 축적의 산물이다. 집합적 보안 모델이 범죄피해 및 그에 대한 두려움을 중심으로 민간경비의 선택행위를 설명한다면, 대형 상업시설 모델은 손실예방의 관점에서 민간경비에의 참여를 설명한다. 전자가 집합적 안전이 확보되었다면 민간경비는 이용되지 않았을 것으로 파악하는 데 반해, 후자의 입장에서는 민간경비의 이용을 손실예방의 합리적이고 계산된 적극적인 선택행위로 간주한다.
집합적 보안 모델은 자조행위에 입각한 사회통제를 구현하려는 것이다. 맥도웰과 로프틴(McDowall and Loftin, 1983)은 자기방어는 한 사회에서의 사회통제의 힘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안정된 사회, 집합적 안전 및 법과 질서가 존중되는 사회에서 자조적 보호는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불안정한 사회, 법과 규범들이 집합적 안전에 대한 위협에 제한을 가하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자신들을 보호하려 한다는 것이다.
반면 벡커(Becker, 1974)는 민간경비의 출현이 공적 치안활동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부유한 자들은 오히려 공공경찰을 환영한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부자들은 공공경찰을 민간경찰과 병렬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규정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민간경찰을 자본가들의 자기이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규정한다. 쉐링과 스테닝(Shearing and Stenning, 1983)은 이러한 가설을 확장하여 앞의 다원주의의 이론적 전망에서 살펴본 “대형 상업시설 이론”을 제기한다. 이들은 대형 상업시설 이론이 사회통제의 공동화 이론보다 민간경비의 발달을 설명하는 데 보다 더 많은 시사점들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프라이버시와 사유재산의 관념은 소유주는 자신들의 사유시설의 사용 혹은 그곳에서의 활동들을 제한할 수 있는 규범이나 규약을 개발하는 데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소유주들은 이러한 규칙들을 집행하기 위해 민간경비원을 자유롭게 고용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대형 상업시설 이론에 대한 경험적 검증은 많지 않다. 그러한 관계를 검증하고 변인들을 측정하기 위한 과학적인 연구가 요청된다. 본문에서는 민간경비의 차별화된 활용을 설명하기 위한 집합적 보안 모델과 대형 상업시설 모델의 적합성을 경험적인 수준에서 검증해봤다.
3. 연구방법 및 자료
가. 자 료
이 연구에서 사용하고 있는 자료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우리나라 민간경비 산업에 대한 각종 통계자료들이다. 이는 민간경비 산업의 발전과정과 성장요인을 파악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재 민간경비 산업과 관련하여 구할 수 있는 자료로 경찰청 방범국의 자료와 한국경비협회, 그리고 통계청의 ‘전국사업체기초통계조사’ 자료 등이 있다. 그런데 한국경비협회의 자료는 경찰청 방범국의 자료를 토대로 작성하기 때문에 둘 간의 차이는 거의 없다. 반면 통계청의 전국사업체기초통계조사 자료는 경찰청 자료와는 집계방식이 상이하다. 이러한 상이성은 우리나라 민간경비 산업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민간경비산업의 경제규모와 시장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에서 발간한 『2003 한경기업총람』의 경비업 관련자료를 활용하였다.
두 번째 자료는 민간경비원들에 대한 심층면접 자료이다. 심층면접 대상자로는 우리나라 중견 경비업체인 A경비회사의 경비원 2명, B경호회사 경호원 2명을 선정하였다. 더 많은 경비원들에 대한 심층면접을 기대했지만, 각 경비업체에서는 보안문제를 내걸어 협조받기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이들 4명에 대한 면접결과는 우리나라 민간경비업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자료는 서울시민 600명과 서울에서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자영업주 200명에 대한 설문조사 자료이다. 설문조사를 통해 민간경비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과 민간경비 서비스의 이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들이 구성되었다.
4. 한국의 민간경비 산업의 성장
가. 양적 성장의 지표
경찰청 방범국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비업체 수는 1978년 10개 업소에서 2002년 6월 말 현재 2,022개로 크게 증가하였다. 2002년 6월 말의 경비업체 수는 1978년에 비해 무려 201.31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1978년 약 5,000여명이던 경비원의 숫자는 2002년 6월에는 약 18.6배가 증가한 97,600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나. 시장의 특성
1) 인력서비스 중심의 경비시장
우리나라 경비시장의 80% 이상은 시설경비에 의해 충당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경비시장이 인력서비스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한편, 시설경비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기는 하지만 그 비율은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반면 신변보호의 비율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호송경비의 비율도 미약한 수준이지만 조금씩 그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반면 기계경비가 차지하는 구성비율은 6%선에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2) 다종영역에 종사하는 한국의 경비업체
허가받은 전체 경비업체의 숫자보다는 전체 허가건수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허가건수에 대한 경비업체의 비(ratio)를 보면, 1999년 1.05, 2000년 1.12, 2001년 1.15, 2002년 6월 1.15로 모두 1보다 크다. 뿐만 아니라 그 수치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경비업체에서 1개 이상의 경비업종에 대한 허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복수의 경비영역으로 진출하는 경비업체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로부터 우리나라 경비시장은 아직 업종별로 전문화나 특화를 이루기보다는 한 경비업체가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잡화점’식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하겠다.
3) 경제영역에서 국가와 생활세계 영역으로 확산되는 민간경비 산업
2002년 2/4분기의 경우, 전체 시설경비 대상 중 금융기관의 구성비율이 15.4%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산업시설로 15.3%, 주택 14.5%, 학교 10.4%, 상가 6.8%, 빌딩이 6.6%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금융기관은 전년에 비해 125개가 줄어든 5,207개, 산업시설은 1,973개가 줄어 5,189개, 상가는 3,044개 감소한 2,290개로 나타났다. 반면 주택은 전년에 비해 1,354개가 증가한 4,919곳에서 시설경비를 이용하고 있었고, 학교는 442개가 늘어 모두 3,510곳에서 시설경비를 이용하고 있었다.
주요 이용시설별로 전년대비 증감률을 보면, 언론기관은 3년 연속 시설경비를 이용하는 곳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시설의 경우 2001년에는 전년에 비해 4% 증가하였으나, 2002년 6월에는 전해에 비해 27.5% 감소하였다. 비록 비교기간이 짧아 일반화하는 것이 어렵지만, 산업시설과 금융기관, 언론기관, 빌딩 등은 점차 가입자의 숫자가 줄어드는 반면, 시설경비를 이용하는 주택, 학교, 국가기관, 국영기업체 등은 점차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00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02년 6월 말 현재, 증가율이 가장 높은 시설경비 이용시설은 국가기관으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이 학교, 국영기업체, 주택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민간경비가 경제영역뿐만 아니라 국가부문과 일상생활의 영역 속으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계경비를 이용하는 시설, 기관, 장소는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기계경비를 이용하는 곳은 364,558개소였으나, 2000년에는 이보다 25.2%가 증가한 456,511개소이며, 2001년에는 다시 전년에 비해 28.1%가 증가하여 584,992개소, 2002년 6월 말에는 다시 전년도보다 15.3%가 늘어난 674,494개소에 이르고 있다. 1999년부터 2002년 6월 말까지 3년간 기계경비 이용업체는 85.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기계경비를 이용하는 시설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언론기관, 학교, 금융기관, 주택, 산업시설에서 기계경비를 이용하는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반면 국가기관, 국영기업체에서 기계경비를 이용하는 비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특히 산업시설, 언론기관의 경우 시설경비의 이용률은 감소하는 데 비해, 기계경비 이용률은 증가하고 있다. 국가기관과 국영기업체는 이와 반대로 기계경비 이용률은 감소하면서 시설경비 이용률은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낸다. 주택, 학교의 경우는 시설경비는 물론 기계경비의 이용률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4) 경비업체의 영세성
한국경비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경비업체의 대부분은 규모에 있어 매우 영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12월 말 기준으로 봤을 때, 종사자 규모가 20인 이하인 경비업체의 비율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1.6%에 이르고 있다. 종사자 규모를 50인 이하로 늘이면, 이 비율은 80%에 육박한다. 51인 이상 100인 이하의 경비업체의 구성비율은 11.7%이며, 101인 이상 200인 이하의 구성비율은 5.5%, 201인 이상의 구성비율은 3.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경비업체의 ‘영세화’ 현상은 통계청 자료를 보면 더욱더 확연히 드러난다. 2000년도 ‘전국사업체기초조사’ 자료에 근거하여 경비업체의 종사자 규모를 보면, 1-4명인 경비업체의 비율이 40.2%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5-9명으로서 19.3%이며, 10-19명의 비율은 14.9%, 20-49명은 14.7%, 50-99명은 5.1%, 100-299명은 4.5%, 300명 이상은 1.3%로 집계되고 있다.
요컨대 우리나라 경비관련업체 수의 증가는 종사자의 규모가 10인 이하의 영세한 경비관련업체들의 계속적인 경비시장 진입에 따른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영세한 경비업체들은 대부분 시설경비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경비원들의 숫자가 적은 영세업체들의 시장경쟁력은 낮을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경비로 인한 범죄예방 혹은 치안유지의 효과도 제한적이게 된다.
5) 경비업체의 수도권 집중화
우리나라 경비업체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시설경비 도급건수의 70% 이상이 이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민간경비원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배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경비산업 및 경비시장의 수도권 집중현상은 우리나라 전 산업에서 차지하는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의 구성비율을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전체 사업체 수에 있어 서울이 차지하는 구성비율은 23.9%, 경기도의 구성비율은 16.2%, 인천은 4.7%로, 수도권의 구성비율은 44.8%이다. 그리고 서울에는 전체 사업체 종사자의 26.6%가 몰려 있고, 경기는 17.7%, 인천은 4.9%로서 수도권에만 전체 종사자의 49.2%가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는 경비업체 및 경비원들의 구성비율은 이 지역의 전체 사업체와 종사자의 구성비율보다는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6) 보안시장의 독점구조
한국경제신문(2002)의 자료를 통해 매출액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경비업체 수는 모두 225개였으며, 이들 업체의 2001년 총매출액은 대략 1조 3,890억 원 정도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집계에서 누락된 약 1000-1500개 업체의 전체 매출액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 경비시장의 매출액 규모는 약 1조 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경비업체의 절반이 넘는 52.7%가 연간 매출액이 2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간 매출액이 100억 원 이상인 경비업체는 8%에 불과했다. 경비업체의 매출액 1-2위를 차지하는 에스원과 캡스의 시장점유율은 40.7%이며, 연간 매출액 규모를 기준으로 했을 때 상위 5개 기업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이 훨씬 넘는 53.3%이다. 그리고 연간 매출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 상위 20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72.1%나 된다. 요컨대 우리나라 경비시장이 몇몇 대기업에 의해 독점되고 있으며, 대기업을 제외한 영세한 기업들 간에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7) 비전문화된 경비시장의 구조
한국경제신문(2002)의 자료를 통해 추출한 225개의 경비업체의 주요 사업목표들을 분석한 결과, 순수하게 경비업무만을 담당하고 있는 곳은 3개 업체(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98.7%에 해당하는 경비업체들이 경비 이외의 업무를 겸하고 있었다. 3개의 업무를 겸하고 있는 경비업체의 비율이 24.0%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4개(23.6%), 2개(17.8%), 5개(17.3%)의 순이었다.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해볼 때, 경비업체의 72.9%가 최소 3개 이상의 경비 이외의 분야로 사업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비업체들이 경비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업무의 숫자를 연간 매출액 규모로 구분해본 결과, 매출액이 큰 경비업체일수록 경비 고유의 업무와는 별도로 수행하는 기능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간 매출액 규모가 100억원이 넘는 경비업체들의 경우, 경비 고유의 기능 이외에도 최소 5개 이상의 경비 외적인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상의 결과들을 놓고 봤을 때, 우리사회의 경비시장은 순수한 경비전담 업체에서 경비업무를 부수적인 사업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사업체에 이르는 복잡한 구조에 의해 짜여져 있다고 평가된다. 따라서 ‘이론’상의 경비개념과 ‘현실’의 경비개념 간의 어긋남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경우 경비업체의 서비스는 ‘인력제공’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고, 범죄로부터의 인명이나 재산보호로서의 ‘경비’ 서비스의 제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 우리나라 경비시장의 현실이라고 하겠다.
8) 경비원의 충원구조
현재 우리나라 경비업체의 대다수는 시설경비를 위주로 하고 있으며, 일부가 경호경비 및 기계경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기계경비라고 해도 전적으로 무인경비시스템에 의해서만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인력경비(출동요원)가 여기에 추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경비원이나 경호원들의 선발에서 중요한 조건으로 고려되는 항목은 지원자들의 신체조건이며, 결과적으로 군 특수부대 출신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경비시장의 조직과 구성이 ‘군대모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대모델은 경비의 문제를 ‘군사작전’ 개념에 입각하여 접근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군대와 유사한 조직, 서열화, 배치, 훈련, 작전수행 등의 원칙이 경비업무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경비원의 충원과정에서도 전투력으로 상징화되는 ‘신체적 강인함’을 주된 요소로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경비원과 경호원들의 평균임금 수준은 열악한 상태였고, 승진기회마저 제한적이어서 경비업종은 높은 이직률을 보이고 있었다. 경비업체들은 직원들의 높은 이직률을 만회하기 위해 신규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경비원들의 업무수행능력을 향상시켜야 하는데, 몇몇 대규모 경비회사들을 제외하고는 이마저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않고 있다. 낮은 임금수준과 낮은 승진기회는 높은 이직률로 이어지며 이는 경비업체의 비효율적인 업무수행으로 귀결된다. 대규모 경비업체에서 이직한 경호경비 경력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살려 새로운 경비회사를 설립하지만, 그 규모의 영세성으로 인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일이 허다하다.
외국 사례와는 달리 전직 경찰 출신들이 경비회사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에서는 경비업체들이 경찰과의 정보교류 및 협력관계의 유지 등을 목적으로 전직 경찰들을 채용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고 된다. 전직 경찰들을 채용하는 국내 경비업체들이 많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현재 국내의 경비시장은 경찰과 민간경비업체 간의 긴밀한 연결망 형성을 요구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많은 경비회사와 경호업체들에서는 경호경비 관련학과의 대학생, 졸업생들과 심지어는 고등학교 재학 중인 신체 건장한 청소년들까지도 일당직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채용된 경호원들에게도 업무수행에 관련되는 간단한 교육이 행해지지만, 그 시간과 내용은 매우 제한적이다. 더욱이 현행 경비업법에 따르면 경비원이 되려면 지원자들에 대한 범죄경력조회를 거치게 되어 있으나, 아르바이트로 경호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범죄경력조회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경호경비 무자격자에게 의뢰인의 생명과 재산을 위탁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될 수 있다. 경비업체가 자신들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편이 시민들에게는 위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 한국 민간경비 산업의 성장요인
거시적 수준의 자료들을 통해 분석한 결과, 재정압박 이론이나 민영화 이론보다는 다원주의 이론이 한국의 민간경비의 비약적인 성장을 설명하는 데 보다 현실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재정압박 이론은 경찰에 대한 예산의 증액이나 경찰인력의 증원 등 경찰의 치안자원은 계속적으로 증가하지 못하고 일정수준에 머물러 있게 됨으로써 경찰력의 빈 공간이 존재하는데, 이 틈새를 민간경비가 채우게 된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찰력에 대한 재정압박이 가해져 온 것은 사실이나 감소하는 경찰인원과 조직은 경찰의 기계화에 의해 상쇄되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민간경비업체에 의해 경비와 보안이 이루어지는 시설들의 대부분은 처음부터 경찰의 치안활동이 집중된 지역은 아니었다. 민영화 이론 역시 우리나라 민간경비 산업의 성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탈규제나 자유화 등에 의해 민간경비업체가 공공경찰의 치안활동을 대체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 이후부터의 현상에 불과하다. 청원경찰제도를 공적 치안활동 영역에서의 민영화의 단초로써 해석할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청원경찰은 비록 신분상으로는 민간인이지만 제한된 지역에서 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준-경찰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청원경찰제도는 공공경찰제도의 연장선상에서 파악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원주가 청원경찰을 고용하지만 고용관계에 있어 국가로부터 상당한 제약을 받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민간) 경찰력을 청원주가 구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최근 인천국제공항 등 전국 11개 공항에서의 승객과 화물에 대한 검색이 경찰뿐만 아니라 청원경찰과 특수경비원에 의해서도 가능하게 됨에 따라 민영화를 통한 민간경비 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앞으로 남아 있다.
한편, 한국사회의 자본주의화는 국가전체는 물론 국민 개개인의 소득수준을 향상시켰고, 대량생산체계와 대중소비문화는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중대한 변화를 야기했다. 밖에서 식사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전통적인 시장보다는 대형할인매장이나 백화점 등에서의 쇼핑을 더 선호하며, 레저문화가 사람들을 밖으로 내몰고 있다. 이와 더불어 소유권의 형태로는 사적 영역에 속하지만 공간적으로는 공적인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는 대형 상업시설이 증가하게 됨에 따라 그러한 준공공적 공간에서의 치안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대두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경비와 보안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기회비용으로 간주됨으로써 치안영역에서도 수익자 부담원리가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자체경비나 계약경비를 통해 다양한 위험들에 대한 대응이 모색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다원주의적 설명방식은 한국사회의 민간경비 성장을 설명하는 데도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라. 민간경비 산업의 규제
첫째, 경비업의 전문화를 유도하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경비업 자체가 인명을 다루는 업종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영세한 경비업체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경비서비스의 질은 한계가 있다. 경비도급의 단가를 낮추기 위해 비전문적인 경비원들을 채용하는 것은 고객은 물론 일반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둘째, 국내 경비시장의 활성화와 경비업체의 겸영허용은 별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겸영허용이 경비시장을 활성화하는 필수요건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비업체의 겸영은 경비시장이 활성화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 경비 및 보안시장의 추세는 보안의 기계화․전자화, 그리고 다양한 위험들에 대한 종합관리체계의 구축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단순한 노무제공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인력경비 시장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민간경비원의 신분과 권한 등의 문제를 경비업법에 명시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민간경비원들은 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왜냐하면 경비업무가 경찰작용과 유사해 일반인의 착오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경비원의 실력행사, 심문, 질문, 수색 및 정보수집에 관한 범위와 한계 등을 명백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 경비업법 제7조로부터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은 경비원들의 권한은 ‘일반시민’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간경비원에게는 공공경찰이 행사하는 체포권, 불심검문의 권리, 압수, 수색, 수사 등의 권한이 부여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민간경비원들은 고객의 생명과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종종 실력행사, 심문, 질문, 수색 등의 문제에 봉착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관례적으로 용의자의 ‘동의’ 하에 심문, 질문, 수색 등이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것이 관례적이라는 말은 동의를 통한 심문, 질문, 수색의 권한이 경비업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범죄용의자가 민간경비원의 요구에 따라 신체적 수색에 협력하였을 경우, 민간경비원의 행동은 정당성을 갖는 것처럼 여겨진다. 동의 없이 타인의 권리에 대한 침해가 경비원에 의해 행해졌을 경우 그에게는 책임이 뒤따른다. 또한 ‘동의’는 강요될 수 없다.
그런데 동의가 없는 경우에도 경비작용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법적 근거들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재산소유자가 자신의 재산에 대한 침해를 막을 수 있는 재산보호라는 자기방어의 경우와 신체적 해악을 가하려는 의도가 명백한 타인에 대하여 정당한 실력행사를 할 수 있는 경우가 그것이다. 민간경비원들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 고객의 안전이나 재산보호에 대한 권리를 위임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고객의 생명, 신체, 재산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 제기될 때는 위임받은 범위 내에서 정당한 실력행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러한 경우에도 정당한 목적을 실현하는 데 합리적으로 필요한 양 만큼의 실력행사만이 허용된다. 과도하거나 비합리적인 폭력행위가 자행되었을 경우 그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형사상․민사상의 책임을 져야한다. 또한 민간경비원은 자신이 담당하는 경비구역 내에서 발생한 현행범인을 체포할 수 있다. 이것은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제212조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사인(私人)으로서의 경비원은 체포할 권한을 가질 뿐이며 체포의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5. 보안 서비스 이용요인에 대한 탐색
가. 모델의 구성
미시적인 수준에서 보안서비스의 이용요인(무인 경비시스템의 이용여부)을 탐색하고 있는 대표적인 이론적 전망은 집합적 보안 모델과 대형 상업시설 모델이다. 두 이론적 전망 모두 민간경비를 사회통제의 한 차원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자의 입장은 사회적 차원의 통제에 초점을 두는 반면, 후자는 개별 행위자 차원의 통제를 보다 더 강조한다는 것이다. 즉 집합적 보안 모델은 민간경비의 성장을 기존의 사회통제 방법들이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형 상업시설 모델은 부자들이 자신들의 재산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민간경비를 활용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집합적 보안 모델에 대한 검증을 위해 범죄피해경험, 범죄에 대한 두려움, 범죄에 대한 대응력, 범죄에 대한 노출정도, 전체사회의 범죄상황, 지역사회의 통합정도, 지역사회의 해체정도, 경찰의 방범능력에 대한 신뢰정도를 주요 변인으로 상정하였다. 대형 상업시설 모델의 검증을 위해 사유시설의 크기와 재산적 가치, 소득수준, 영업이익, 영업시간 등을 주요한 변인으로 설정하였다. 모델의 검증은 일반주택과 사업체에 대해 각각 적용되었다.
나. 일반주택의 무인 경비시스템 이용모델의 검증
일반주택에서의 무인 경비시스템 이용여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한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 집합적 보안 모델과 대형 상업시설 모델 모두에 의해 설명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설명력에 있어서는 대형 상업시설 모델이 좀더 우세했다. 가장 설명력이 높은 변인은 가구소득이었으며, 그 다음이 주택형태, 주택소유여부, 지역사회의 통합성의 순서였다. 가구소득, 주택소유여부, 주택형태는 모두 사회계층을 반영하는 변인들이다. 이러한 결과들은 민간경비의 문제가 범죄적 요인보다는 계층적 요인에 의해 보다 잘 설명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민간경비는 대형 상업시설 모델에서 이야기 하는 것처럼 사회적인 부유계층의 이해관계, 자신들의 재산 및 재산적 가치들을 보전한다는 계층적 이해관계가 잘 반영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지역사회의 통합성 정도가 민간경비 이용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다는 점은 흥미롭다. 지역사회 통합성의 정도와 민간경비의 이용 사이에는 부정적인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지역사회의 통합성이 높을수록, 다시 말해 이웃주민들 간의 관계가 좋고 친화력이 높을수록 민간경비의 이용 가능성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사회의 통합력이 높다는 것은 사회적 차원의 통제력이 높다는 의미가 된다. 통합적인 지역에서는 범죄에 대해 공동의 감시체계가 가동되고 집단적 차원에서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된다. 그 결과 (민간경비)시장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자율적으로 지역사회의 치안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생성된다. 이웃 간에 제기되는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빌려주고 빌려 쓰는 관계는 친밀성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는 서로에 대해 감출 것이 없다. 그러한 개방성은 주거공간이라고 예외가 되지 않는다. 외부로부터의 내부의 보호, 차단, 폐쇄를 의미하는 감시카메라, 침입경보장치, 무인 경비시스템의 구축은 공동체적 친밀성과 개방성이 구축된 사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일 뿐이다.
계층적 요인과 지역사회 통합성이 민간경비에 대해 정반대 방향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마치 민간경비를 둘러싸고 시장모델과 공동체 모델이 경합하는 느낌마저 갖게 한다. 시장모델에서는 공공재로서의 ‘치안,’ ‘안전’을 상품화한다. 하지만 민간경비라는 상품을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계층들은 한정되어 있다. 이 논리가 강화된다면 민간경비라는 상품을 구매할 수 없는 계층들은 수익자 부담원칙에 의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반면 공동체 모델에서는 치안이나 안전의 문제를 개인적 수준의 문제가 아닌 집합적인 문제로 인식한다. 민간경비 산업의 등장은 지역사회의 사회적 통합의 해체, 사회적 통제력 약화의 또 다른 이면이라는 것이다. 공공경찰력이 약화된다고 해서 지역사회가 범죄에 대해 곧바로 취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약화된 사회통제를 민간경비에 의존해서 보완할 수도 있지만, 지역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사회통제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치안활동은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수행된다. 지역사회의 자율방범활동은 경찰이나 민간경비원의 활동에 못지않은 중요한 치안활동의 한 부분을 구성한다. 민간경비와 지역사회 자율방범활동이 대립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치안활동 영역에서 민간경비라는 상품원리가 지나치게 강조되다보면, 이 문제를 공동체의 과제로 인식하여 지역사회 수준에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약화될 여지가 있다. 특히 민간경비의 활용이 계층적 지위의 문제라면 사회통합적 의미에서도 결코 바람직스럽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다. 사업체의 무인 경비시스템 이용모델의 검증
사업체에 대한 로지스틱 회귀분석결과, 무인 경비시스템의 이용여부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인은 사업체의 자산가치로 나타났고, 그 다음이 종업원 규모, 경찰의 방범능력에 대한 신뢰도의 순서였다. 이것은 주택의 경우에서와 동일하게 민간경비는 집합적 보안 모델보다는 대형 상업시설 이론에 의해 보다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사업체의 경우에도 범죄적 요인보다는 경제적 요인, 즉 사업체의 손실예방이라는 측면에서 민간경비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결과를 다만 두 모델 중 대형 상업시설 모델의 설명력이 집합적 보안 모델에 비해 좀더 우세하다는 것일 뿐, 집합적 보안 모델이 부적합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범죄피해를 경험했을 때, 공적인 사회통제력의 약화를 경험할 때, 그리고 범죄피해의 위험성이 제기되었을 때 민간경비가 그 틈새를 메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라. 토 론
이상의 결과들이 함축하는 바는 집합적 안전의 개념과 대중화된 사유시설의 개념이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시장으로부터 구입 가능한 제도화된 방어수단들에 대한 신뢰는 민간경비의 이용여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고려사항들 중의 하나이다. 대형 상업시설 이론에서 말하는 “보호되어야할 재산가치”는 민간경비의 이용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일반적인 집합적 보안 모델보다는 탁월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민간경비의 이용은 대중화된 상업시설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사유재산의 소유주들은 본질적으로 손실예방에 이해관심을 갖고 있다. 더욱이 부유한 소유주들은 자신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민간경비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가 자본주의화 되면 될수록 민간경비는 더욱더 융성하게 될 것이다.
또한 본 연구의 결과들은 공적 안전에 대한 신뢰와 민간경비에의 참여, 자기-방어 간에는 유의미한 관계가 성립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사업체 모델에서만 이 관계가 뚜렷하지만, 민간경비에 대한 수요는 공적 치안활동과 범죄통제의 효과에 대한 인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다. 따라서 안전을 보장하는 공공부문의 능력에 대한 신뢰가 상실될 때 민간경비에 의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공공부문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반드시 시장을 통해 극복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분석결과들은 그것이 지역사회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통제력의 강화를 통해서도 극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해주고 있었다.
6. 치안활동의 상품화에 대한 비판적 논의: 대안적 활동의 모색
전통적으로 치안활동의 몫은 국가, 즉 공공경찰이 담당하는 것으로 인식되어져 왔다. 하지만 민간경비의 등장은 이러한 사고방식에 많은 변화를 초래하였다. 그것은 치안활동 개념의 확장을 낳았으며, 치안활동이 시장에서 상품으로 구매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가져왔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가? 이 문제를 경험적인 수준에서 짚어보는 것은 앞으로의 치안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쟁점은 다음과 같다. 치안활동의 독점적 주체로 인식되어 왔던 국가경찰 및 경찰의 치안력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어떠한가? 여전히 방범능력에 대한 신뢰가 유지되고 있는가? 대안으로 제기되는 민간경비에 대한 신뢰는 어떤가? 궁극적으로 이러한 질문들은 치안활동에 대한 복지국가 모델과 시장 모델 간의 선호의 문제로 이어진다.
범죄예방은 이해관계가 있는 개인에게 주된 책임이 귀속되는가 아니면 국가에게 주된 책임이 귀속되는 것인가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파악하여 보았다. 그 결과에 의하면 “범죄예방의 주된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는 의견은 모두 21.1%였으며, “국가에게 있다”는 의견은 44.7%, “중립적인 의견”은 35.2%로 나타났다. 개인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주된 책임이 국가에게 있다는 의견이 개인에게 있다는 의견보다 23.6%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자영업자 조사 결과는 일반시민 조사와는 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르면 개인에게 주된 책임을 귀속시키는 비율이 35.2%, 국가에게 귀속시키는 비율이 39.2%로 집계되고 있었다. 일반시민 조사의 경우에는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비율과 수익자부담 모델에 대한 비율 간의 차이가 20% 이상이었지만, 자영업자 조사에서는 4%에 불과했다.
범죄감소를 위한 정책방향에 있어서도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일반시민의 경우에 지금보다 범죄가 줄어들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경찰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56.1%로 나타났고, 민간경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12.1%에 불과했다. 자영업자 조사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경찰력 강화에 찬성하는 자영업자가 절반 정도인 50.5%였고, 민간경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19.0%로 집계되었다. 일반시민이나 자영업자 모두 범죄가 감소되기 위해서는 민간경비보다는 국가경찰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치안활동에 대한 공공경찰력의 한계 인식에도 불구하고 인식의 수준에서는 치안에 대한 수익자 부담 모델보다 복지국가 모델을 더 많이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일반시민들은 국가경찰력만으로는 현실의 범죄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그것이 포기되어야만 하거나 아니면 민간부문에 의해 대체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범죄문제에 있어 국가경찰의 한계를 느끼는 사람들이 반드시 시장으로부터 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경찰력의 한계는 시장을 통해서도 극복 가능하지만 경찰인력과 자원들의 확충과 지원들을 통해서도 극복이 가능하다.
국가경찰에 의한 치안유지는 이데올로기적 원칙일 수도 있다. 실제 개인 행위자의 수준에서 이 쟁점을 분석해보면, 거기에는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당수의 시민들은 범죄로부터 자신과 가족의 생명 및 재산보호를 위해서는 기꺼이 비용부담을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보였고, 시장으로부터 민간경비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일반시민들이 생각하기에 범죄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반원칙은 복지국가 모델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원칙이 수익자 부담원칙에 기초한 시장모델에 의해 보완되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동시에 공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치안 영역에서의 상품화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국가경찰력의 강화는 그러한 기대의 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가나 시장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자율방범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범죄문제에 대응하려는 입장도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
8. 후기 현대사회에서의 민간경비의 함의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계속 제기되는 후기자본주의의 위험사회에서 사람들이 신체적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경비를 이용하고자 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맑스주의적 접근이나 다원주의적 접근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민간경비에 참여하는 행위자들의 이러한 심리적 요인들을 단지 계급관계나 소유문제로 환원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필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그러한 치안 상품의 소비 이면에 자리 잡은 민간경비의 또 다른 본질들이다.
치안활동 영역에 시장논리가 개입하는 것은 치안의 문제, 안전의 문제를 개인주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직접적으로 이것은 시장구매력에 따른 선택과 배제의 문제를 낳게 되며, 그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집단, 공동체, 사회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을 흐리게 한다. 그 결과 계층간의 위화감과 갈등의 폭이 심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두터운 벽, 사방을 둘러싼 감시카메라는 ‘우리’와 ‘그들’을 물리적․심리적으로 구분함으로써 사회통합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물신화된 소비주의는 보다 첨단의 완벽한 보안상품에 대한 욕구를 계속 창출함으로써 더욱더 깊숙이 소외된 상품논리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로써 범죄나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의 추구가 집합적 수준에서 제기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치안문제에 대한 탈정치화는 가속화된다.
한편 전통적인 공(公)과 사(私)의 이분법적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대형상업시설의 등장은 민간경비가 성장하게 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지만, 이 공간들이 법적으로는 여전히 사법(私法)적인 관계가 지배하는 영역으로 남음으로써 새로운 쟁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즉 시설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민간경비원들의 행동이 이 시설들을 이용하는 고객들이나 내부직원들의 사생활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민간경비는 은밀한 방식으로 감시와 규제의 통제망을 확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푸코의 규율사회를 촉진하는 역설을 낳을 수도 있다.
9. 맺음말
본문을 통해 우리들은 우리사회의 민간경비의 현실과 그것이 갖는 함의를 비판적 입장에서 고찰해왔다. 이러한 우리의 검토가 민간경비의 무용론을 주장하기 위한 예비단계로 이해되어서는 안 되겠다. 앞에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보안상품과 경비서비스의 소비는 분명 후기자본주의 위험사회가 낳은 구조적 위험에 대한 행위자들의 심리적인 반응이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으로부터의 두려움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상품화 논리인 것이다. 우리들의 주장은 분명하다. 치안영역에서의 상품화․민영화의 논리가 이 영역에서의 국가 경찰의 후퇴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치안영역에 대한 국가의 자원배분은 더욱더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확대된 자원은 민간경비의 시장으로부터 소외된 지역과 계층을 위해 재분배 되어야만 한다. 이와 관련해서 상당수의 일반시민들이 민간경비의 활성화가 경찰자원의 재분배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국가경찰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효과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믿음을 부여하고 상실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시점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의 확보가 나의 문제가 아닌 우리들의 문제라는 점을 기억하고 공동의 노력들을 모색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