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11
제1장 서 론 23
제1절 문제제기 23
제2절 연구내용과 방법 28
제2장 인신매매의 실제와 쟁점들 35
제1절 개념과 유형 35
1. 「인신매매」와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 35
2. 범위와 영역 41
3. 매매경로 유형과 특징 45
제2절 인신매매의 발생, 지속 및 확산의 원인 53
1. 공급측면 53
2. 수요측면 58
제3장 인신매매의 국제적 동향 65
제1절 인신매매의 세계적 현황과 추이 65
1. 부녀 인신매매의 발생현황 65
2. 지역별 현황과 특징 66
제2절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국제적 정책동향 76
1. 국제법 77
2. UN 의정서 81
3. 미국 [인신매매 및 폭력피해자 보호법(2000)] 83
4. 유럽 법제도 87
제4장 우리나라의 인신매매 범죄통제 현황 89
제1절 인신매매 관련법과 정책동향 89
1. 현행 법규정 89
2.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국내 정책동향 97
제2절 인신매매 발생추세와 범죄처리 현황 108
1. 공식통계에 나타난 인신매매 발생현황 : 1991~2000 108
2. 인신매매범에 대한 사법처리 동향 112
3. 2001년 사법처리된 인신매매 관련범죄의 실태와 특성 122
제3절 인신매매에 대한 형사법적 대응현황 134
1. 분석대상의 유형과 성격 134
2. 범행의 구조와 과정 137
3. 범행관련자 구조 156
4. 범죄통제 170
제5장 인신매매 통제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89
제1절 형사법적 대응과정의 문제점과 한계 189
1. 관련 법령과 제도적인 문제점 189
2. 인신매매 법적 통제의 분절성과 비형평성 195
3. 직업소개행위에 내재된 매매성의 재검토 199
4. 「윤락행위등방지법」 제20조 채권무효조항의 사문화 204
5. 부채예속 인신매매에 대한 형사법적 대응의 필요성 206
6. 십대 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규율의 비형평성 211
제2절 인신매매에 대한 효과적 법적 대응을 위한 제언 213
1. 인신매매 용어 규정 및 구성요건의 확대 213
2. 관련법 정비 및 인신매매 관련특별법 제정 215
3. 처벌의 강화 218
4. 실력적 지배의 입증책임 전환 검토 219
5. 피해자 보호제도 강화 222
6. 관련 법집행 공무원 교육 및 훈련프로그램 강화 223
7. 인신매매 예방교육과 NGO에 대한 지원 224
참고문헌 227
영문요약 235
부 표 237
Ⅰ. 연구목적
지난 2000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친 군산 시 성매매 집결업소의 화재참사 사건, 특히 속칭 ‘쉬파리골목’의 화재에서 매춘여성이 쇠창살에 갇힌 채 그대로 숨지는 사건에서 드러나듯이, 성을 파는 여성의 인권침해와 착취 고리의 심각성에 주목한다면, 성 착취 목적의 인신매매는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시급히 해결해야 할 심각한 범죄문제임을 재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서비스산업의 외피를 둘러싼 강제된 성매매 및 그와 연관된 인신매매의 실태를 밝히고, 현행 형사법적 대응실태 및 처리과정상의 문제점을 진단․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다 실효성 있는 입법조치와 정책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Ⅱ. 연구내용과 범위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다루었다.
■ ‘인신매매’에 관한 개념정립과 그에 접근하는 인식론적 관점 정리 : 현재까지 인신매매에 대한 개념은 국제사회에서 합의되지 않은 상태이다. 인신매매에 대한 역사적인 정의가 시대착오적이고 부정확할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인신매매 현실 및 그에 수반되는 학대의 성격과 정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법체계상 구성요소, 가령 현행법상의 부녀매매죄에 따른 시대착오적인 개념에 집착하기 보다는 피해여성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데 기반을 둔 인신매매 개념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요구된다. 인신매매 범위와 영역, 그리고 매매경로별 유형과 특성을 살펴보고, 인신매매의 발생, 지속 및 확산의 원인과 과정을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경제사회학적으로 고찰한 후, 인신매매의 국제적 동향을 살펴봄으로써 문제의 현주소를 확인하였다.
■ 인신매매에 대한 형사법적 개입을 둘러싼 쟁점 : 먼저 관련 법제도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을 정리한 후, 인신매매에 대한 형사법적 통제 현황을 검토하였다. 통제현황은 공식적으로 보고된 범죄통계와 더불어 인신매매 범죄관련 수사 및 재판기록에 대한 내용분석(contents analysis)을 통해 고찰하였다.
■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각국의 대처현황 및 국제적 정책동향 : 미국, 영국, 유럽, 필리핀 등의 정책노력을 검토함으로써 현행 인신매매에 대한 형사법적 대응체계 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정책적 개선방안을 모색하였다.
Ⅲ. 주요 연구방법
● 조사방법 : 구조화된 분석표를 이용한 수사 및 재판기록 내용분석
● 조사기간 : 2002년 7월 22일-8월16일 4주간
● 조사대상 : 1999-2001년의 3년간 [약취유인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중 인신매매 관련세부 죄명(11개) 위반으로 기소처리된 사건들과 함께, 2001년 한해동안 [윤락행위등방지법], [청소년성보호법] 및 [직업안정법],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기소처리되어 형이 확정된 사건
● 대상기관 : 전국의 14개 지방검찰청
● 표집방법 : 대검찰청의 협조를 얻어 인신매매 관련사건들은 14개 각급 검찰청에서 보유하고 있는 해당범죄의 사건번호 리스트 전수를 확보하고, 이외의 범죄유형들은 너무 많아서 2001년 기소처리된 사건들 가운데 확정판결된 사건리스트를 표집틀(sampling frame)로 이용, 각 죄명별로 SPSS(10.0) 통계패키지를 이용하여 15%의 임의표집(random sampling)으로 표본 추출.
● 조사된 기록 : [인신매매관련 사건] 91건, [출입국관리법] 99건, [윤락행위등방지법] 236건, [청소년성보호법] 144건, [직업안정법] 75건으로 총 647건에 대하여 내용분석 시행.
Ⅳ. 주요 연구결과
1. 인신매매에 대한 사법처리 동향
■ 지난 9년동안 사법당국의 정책변화와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1993년에 부녀매매죄로 접수된 인원이 관련피의자(396명) 중 16.6%(66명)에 불과하던 것이 2001년에는 관련피의자(706명) 중 42%(295명)가 ‘부녀매매’로 인지되었다. 하지만 인신매매에 대한 높은 인지도와 사법당국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실제 부녀매매죄로 기소된 수는 12명에 불과하여, 그에 버금가는 치밀한 수사활동 및 체계적인 공판활동이 뒤따르고 있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신매매사건의 특성상 시발점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고, 여러 단계의 ‘매매과정’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기소 죄명은 부녀매매죄 보다는 상대적으로 구성요건의 입증부담이 적은 특가법상의 ‘영리약취유인’또는 형법상의 ‘영리약취유인’으로 규율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 인신매매에 대한 형사사법당국의 관심과 적발노력은 커져서 인신매매 관련사건의 인지율은 크게 늘었지만, 이에 증가된 인지율을 뒷받침할 만한 수사절차의 적절성과 효율성, 범죄입증의 치밀성 등 공판활동의 적극성이 뒤따르지 못하였고 있다. 인신매매 관련범죄의 기소율은 전반적인 수준에 비추어서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며, 부녀매매’의 기소율은 오히려 최근에는 10% 이하로 크게 떨어지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부녀매매죄의 적용노력으로 새로운 판례 형성과 인신매매에 대한 관점 변화를 유도해가는 등의 형사법상의 변화 노력은 저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부녀매매죄의 혐의없음 처분율은 1993년에도 불기소 전체의 45.7%로 상당히 높았는데, 최근 국제적 이슈로 제기되면서는 더욱 높아져 2000년에는 61.7%, 2001년에는 72.7%로 불기소 사유의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인신매매 범죄수사의 전문성과 치밀성을 보강하고, 공판활동의 적절성을 보장할 대책이 시급하게 요구되는 실정이다.
■ 최근 인신매매 처벌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은 인신매매범에 대한 지나치게 경미한 처벌과 사법당국의 심각성 인식부족에 있다. 실제로 미 국무부의 인신매매보고서 등 국제적인 입법동향에 따르면, 각국은 인신매매범을 강간에 준하는 중한 범죄자로서 처벌하는 입법체계를 마련하고, 이와 더불어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처벌수준을 보다 강화시켜 나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인신매매에 대한 처벌수준은 관계법령에 따라 성폭력에 준하는 강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체계는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실제 선고내용을 보면, 전반적으로 성폭력보다도 훨씬 경미한 수준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2000년도 법원에서 처리된 성폭력의 실형선고율은 52.6%(특별법은 44.8%)인데 비해, 약취유인은 이보다 훨씬 낮은 23.2%였고, 이는 전체범죄의 실형 선고율인 26.6% 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또한 집행유예율은 주요한 강력범죄 뿐만 아니라 전체범죄(45.8%) 보다도 더 높은 48.8%로서, 법원이 약취유인 관련자에 대해서 다소 관대한 처벌 경향을 보인다. 약취유인죄로 규율되는 인신매매 사건이 특별법(직업안정법이나 윤락행위등방지법 등)으로 우회적으로 규율되는 인신매매 사건보다 죄질면에서 폭력성이나 강압성 등 실력적 지배혐의가 높은 범죄유형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현재의 양형수준은 인신매매범에게 충분히 처벌적으로 다루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2. 인신매매에 대한 형사법적 대응현황의 문제점과 한계
(1) 관련 법령과 제도적인 문제점
■ 인신매매 개념정의의 어려움과 편견 : 현행 법체계와 실무관행의 가장 큰 문제점과 편견은 ① 인신매매를 부녀매매죄의 범죄구성요건, 즉 물리적 지배하에서의 ‘인신에 대한 금전수수관계’ 성립여부에 따라 매우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부채예속’ 에 의한 노예와 같은 환경에서 일하는 문제나 강제된 윤락행위의 문제는 인신매매의 한 유형으로서 규율되지 않으며, 또한 ‘기망’ 이나 ‘정신적 지배’에 의한 인신매매는 상대적으로 별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도 않다는 점이다. 또한 ② 성매매는 피해자 없는 범죄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어, 다른 강력범죄에 비해 더 적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경찰들은 성매매 집결지역에 대한 사찰이나 수사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쓰지 않지만, 인신매매는 대부분 이러한 사창가와 유흥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은 사건을 ‘윤락행위등’으로 다룰 경우에는 종사여성이 업소로 어떻게 유입되는지에 대한 과정에 대한 아무런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으며, 단순히 종사여성을 업주와 동업자 관계에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공범으로 처리하는 관행이 일반적이다.
■ 관련 법규 적용상의 문제점과 한계 : 대부분의 관련 법률이 그러하듯 현행 법률에서 사용된 용어들은 매우 보수적이며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 이 규정들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① 인신매매의 시발점을 색출하기 어려운 절차상의 어려움, 추업 사용 또는 영리목적 등 ‘목적성’의 입증도 구성요건화 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단순한 불법감금죄보다 더 색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이들 처벌 법규가 인신매매를 가장 직접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듯하지만, 오히려 입증 부담이 적은 타 법률들이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② 1992년 대법원은 부녀매매죄의 인정범위를 다소 확장하였지만, 여전히 “매매성”과 “실력적 지배”를 보수적이고 협의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실제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를 규율하는 데 그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현행 판례는 두 가지 관점에서 재검토를 요한다. 하나는 “매매성” 개념이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실력적 지배(강제력)”의 개념이 여전히 폭력이나 협박 등 물리적 요소를 근거로 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이와 같은 현행법상 범죄구성요건의 허점을 이용하여 인신매매범들은 엄격한 처벌을 피하면서 원활하게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교묘한 전략들을 개발해 가고 있다. ③ 현행 규정들은 육체적 강제력이 아닌 정신적․심리적 강제력에 대해서는 규율하고 있지 않다. 현행 법규를 가지고는 ‘불법 감금’을 색출해내기 매우 어려운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인데, 대부분의 경우처럼 부채예속을 강화한다든가, 신분증을 압수한다든가 협박을 이용한 ‘창살없는 감옥’인 경우가 많아서 인신매매 입증을 위해서는 힘없고 정신적으로 위축된 피해자들의 직접적인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처벌은 더 어려워진다.
(2) 인신매매 법적 통제의 분절성과 비형평성
■ 통제방식의 한계 : 인신매매의 다양한 형태를 규율하는 통일적인 법체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인신매매 관련 범죄의 위험성을 충분히 반영하여 다루고 있지도 못하다. 인신매매는 부녀매매, 영리약취유인, 직업안정법, 윤락행위등방지법 등 개별적 법률들에 의해서 분절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범죄구성요건 및 입증가증성의 차이에 따라 특정 사건은 부녀매매죄 등 「약취유인의 죄」로 규율되기도 하고, 어떤 사건은 직업안정법이나 윤락행위등방지법 등으로 처리되기도 한다. 이처럼, 형량관계 및 사법처리 불균형성, 법률망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함으로써, 섹스 산업의 가장 심각한 인신매매조차도 더 경미한 범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처벌되어 인신매매범은 일반적으로 받아 마땅한 처벌을 피해갈 수도 있다.
■ 인신매매 범죄자 처벌의 경미함 : 현행 인신매매에 대한 법적 처벌의 미약함은 가장 심각한 범죄인 부녀매매범 및 영리약취유인범에 대한 선고형량이 평균 1년 6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사실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제껏 다루어진 인신매매 사건들을 살펴보면, 성폭력 사범들과 비교해서 인신매매범들의 형량은 너무 낮으며, 이 과정에서 그들이 범한 인권 침해 사실을 많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범죄수익에 비해서 충분히 처벌적이지 않은 선고형량으로 성착취 사범들이 다루어지고 있다. 윤방법 관련사범의 84%는 구약식으로 처리되며, 이들의 90%이상은 벌금형으로 처리되며, 단순윤락행위와 마찬가지로 성매매 알선영업자 역시 구약식(76%)’으로 처리, 평균 259만원정도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인신매매범 처벌을 위한 명확한 선고지침이나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판사들은 적용법률 유형에 따라서 인신매매 관련사건에 대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향이 많다.
■ 국제적 인신매매 통제의 미미함 : 국제적인 인신매매 대응정책의 흐름과는 달리 인신매매 관련방지 대책이 출입국 관련제도 및 절차와 연관되어 검토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불법체류 및 불법취업 문제를 더 중심현안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간 한국에서 젊은 외국인 여성이 ‘엔터테이너’라는 예술흥행비자(E-6)와 관광비자(C-3)로 2001년말 현재 약 1만명 이상이 국내 체류 중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로 각종 성산업에 종사하면서, ‘노예’와 같은 착취적 상황에 빠진 외국인 여성의 존재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3) 인신매매와 성매매의 착취적 연결고리에 대한 통제 미비
■ 부채예속 인신매매 및 성적 착취에 대한 형사법적 대응 미비 : 실제로 [윤락행위등방지법]상 제24조‘윤락행위강요죄’ 적용사례는 성매매 전체의 0.7% 불과하다.
■ 현행 [윤방법]을 통한 성매매 통제정책의 한계 : 현행 정책이 성착취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성매매 방지라는 포괄적 목표에 초점을 둠으로써, 오히려 핵심 사안인 성착취의 쟁점이 그 속에서 뒤엉키게 되고, 착취문제의 심각성을 모호하게 희석시키는 폐단을 낳고 있다.
■ 윤락행위등방지법 제20조 채권무효조항의 사문화 : 수사실무과정에서 사기죄 성립여부를 수사하면서 단순 사기죄로 여겨 성매매 종사여성의 인권이나 강제성 여부는 알아보지 않고 '선불금을 갚을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만을 중심으로 수사하는 것이 현재의 관행이다. 이처럼 형사사법적 실무과정에서 성산업 시장에서 발생하는‘차용증’과‘빚’의 문제를 성매매를 둘러싼 불법적 고용조건과 “착취”문제로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사인(私人)과의 관계에서의 ‘계약’문제로서만 다루고 있는 현행 형사사법당국의 태도가 오히려 성매매 착취구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 “직업소개행위”에 내재된 ‘매매성’ 간과 : 소개수수료 및 선불금의 불법성 및 채무형성과정 등이 면밀하게 검토되지 못함으로써, 보다 심각한 성착취 행위도 사소한 규율위반으로 처리되는 경향이 상존. 강제노동이나 성착취를 처벌하기 위해선 현행 법체계하에서 높은 증명력을 요하는데, 검사들의 입장에선 성매매 여성들의 협조없이(성매매가 불법화된 상태에선 이 역시 쉽지 않음) 이러한 문제를 자신들이 증명하는 데 한계가 있고, 따라서 우회적인 처벌로 선회하는 경향이 많다. 실제로 많은 성착취 사건에서 인신매매범들과 윤락업주들은 형벌정도가 더 강한 납치, 협박, 강요, 공갈 등으로 형을 받는 것이 아닌, 직업안정법이나 성매매 알선매개 등으로 경미하게 처벌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4) 십대 청소년 성착취 규율의 비형평성
■ [윤방법]과 [청소년성보호법]간의 처리과정상 비형평성이 두드러진다. 청소년성보호법을 통한 청소년 성매수자는 매우 엄격하게 처벌되는 반면, 가출한 10대 청소년들을 고용한 티켓다방에 대한 윤락법 등 관련법률에 의한 업주나 관련자는 상대적으로 경미하게 처벌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방 식품위생법상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되므로, 티켓다방은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여, 가출하여 당장 숙식을 해결해야 할 10대 소녀들을 유인하여 ‘티켓비’ 등 성 착취적 노동조건을 강요, 많은 경우, 10대라는 신분 때문에 주민등록증이 요구되지 않는 다방에 취직하고, 그 궁박한 처지 때문에 선불금을 땡기면서 노동강도와 조건이 매우 열악한 티켓다방에 유입되면서부터, 인신매매의 착취고리에 얽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무엇보다도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되어 있는 “다방” 종업원들의 근로조건과 노동환경을 면밀하게 지도․단속하고, 감독하는 일은 인신매매 피해자 유입을 막는 일차적인 예방책으로 판단된다.
Ⅴ. 인신매매에 대한 효과적 법적 대응을 위한 제언
■ 인신매매의 범죄구성요건 확대 : 성매매를 둘러싼 자발과 강제란 이분법의 문제점은 ‘통제의 연속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인신매매를 보다 현실적으로 개념화할 필요가 있다. 불법성의 가장 중요한 기준점은 만일 노동의 당사자가 그 일을 그만두고 싶어 함에도 불구하고, 강제적으로 그 노동을 계속하도록 하였다면, 그것은 곧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착취적 인신매매(또는 강제노동)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 관련법 정비와 성착취 및 인신매매 관련특별법 제정 : 현재 시급하게 정비․보완되어야 할 조항으로서는 “부채예속”과 관련된 인신매매와 성착취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① 채무대위변제를 통한 성산업으로의 취업알선 또는 고용행위에 대한 가중 처벌규정을 마련함과 동시에 ② 강제 성매매에 대한 가중된 처벌 규정 및 윤락행위등 방지법 제20조 채권무효 조항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선불금 지급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 마련해야 한다. ③ 보다 포괄적인 성 착취를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성 착취, 다시말해 성매매 행위주체가 아니라 제3자가 그로 인하여 금전적 이득을 얻었을 경우, 이를 성 착취로 규정해 처벌하는 일이다. ④ 성착취 및 인신매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형사사법 관련자들에 대한 교육, 훈련과정이 요구되며, 성매매를 다루는 효과적인 수사처리방안 및 선고지침과 기준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처벌강화 : 성착취범과 인신매매범들에 대한 처벌을 법적으로 강화하는 일과 더불어 공판활동 강화를 통해 판례변경을 유도하는 일도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 성착취 및 인신매매를 다루는 수사기관과 검찰은 현재처럼 물리적 폭력과 협박이 있었는지의 여부를 밝히는 데만 주력하는 것이 아닌 정신적인 압력이 있었는가를 밝혀내는 능력을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 ‘실력적 지배’의 입증책임 전환 검토 : 채무관계나 업종의 성격으로 보아서 당연히 실력적 지배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반대로 업소주에게 실력적 지배가 없었음을 입증시키는 책임 전환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 피해자 보호제도 강화 : 성착취 피해자들은 의료, 정신 치료, 그리고 법률 서비스를 받을 필요가 있다. 이들은 단순한 거주시설 이외의 의료적 처치나 정서적 치료, 신변안전 보호 등이 다른 어떠한 범죄의 피해자보다 절실하다. 그리고 시설들이 피해자에게 의료, 법률, 정신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정부는 이들에게 권한을 줄 필요가 있고, 각 법무법인들에게도 피해자를 위한 법률 서비스나 자문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야 할 것이다.
■ 관련 법집행 공무원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 강화 : 수사당국은 성매매를 심각한 잠정적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성매매가 직접적인 범죄성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여기에는 협박과 폭력이 분명히 일어나고 있으며 조직범죄도 결탁되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일선에서 성착취 및 인신매매 정보를 취득하고 사건을 다루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인신매매와 착취범죄의 수사와 처벌에 대한 지침서를 발간할 필요가 있으며, 여러 기관들의 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체계를 만들고 관련 담당자들에게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