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9
제1장 서 문 21
제1절 문제의 제기 21
제2절 연구의 범위와 내용 24
제3절 연구의 방법 26
제2장 내부단속 및 대외교섭 29
제1절 엄격하고 냉혹한 조직관리 29
1. 명령-복종원칙에 입각한 지휘ㆍ통솔 29
2. 노출가능성에 대비한 치밀한 예방 31
제2절 법집행공무원 매수 33
1. 매수가 이루어지는 배경 33
2. 법집행공무원의 타락 실태 34
제3절 협력자 및 비호세력 포섭 36
1. 실력자포섭 및 정치참여 36
2. 경제 및 언론 부문 침투 39
3. 종교계와 밀착관계 유지 41
제4절 마약거래의 다각화 및 분업화 43
1. 유럽 43
2. 중앙아메리카 46
3. 동남아시아 48
제3장 불법마약거래 은폐 55
제1절 생산 및 제조의 은밀성 55
1. 감시 사각지대 이용 55
2. 해외 원정 제조 56
제2절 운반수법의 지능성 58
1. 차량의 내부구조 이용 58
2. 화물선박의 컨테이너 이용 62
3. 여행소지품 및 국제우편 이용 64
4. ‘보디 패커’ 수법 67
5. 미국의 마약운반 감시체계 68
제3절 판매수법의 치밀성 70
1. 마약류의 실체 위장 70
2. 반복점검을 통한 위험 극복 70
3. 검색체계상의 사각지대 이용 72
4. 인터넷 및 우편제도 이용 73
제4절 마약판매수익 은닉 74
1. 은닉의 필요성과 돈세탁 74
2. 돈세탁의 과정 75
3. 마약자금세탁 통계 77
4. 미국의 실태 77
5. 캐나다의 실태 79
6. 국내의 적발사례 80
제4장 마약-테러리즘(Narco-terrorism) 83
제1절 마약-테러리즘의 개념 83
제2절 유 럽 87
제3절 남아메리카 88
제4절 중앙아메리카 93
제5절 동남아시아 97
제6절 중앙아시아 100
제7절 동북아시아 104
제5장 마약조직의 효과적 규제방안 109
제1절 국제협력의 지속적 확대 109
제2절 수사수단의 적극적 확보 113
제3절 마약류범죄 수사의 과학화 115
제4절 마약자금에 대한 감시체제 보완 117
제5절 정보교류의 확대 및 활성화 119
제6절 마약정보의 공유시스템 구축 120
제7절 마약수요의 지속적 억제 121
제8절 마약류범죄에 대한 집중연구 122
제6장 조합 및 결론 125
참고문헌 129
영문요약 135
제1장 서 문
국제마약조직들이 국제사회 및 세계 각국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불법마약거래를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체포를 면할 수 있는 전략과 노-하우(know-how)를 확고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약거래의 안전과 판매수익의 보호를 위한 마약조직의 행태들은 실로 다양하고, 기발하고, 은밀하고, 기민하고, 집요하고, 치밀하고, 대담하여 막강한 수사력을 갖춘 나라들도 마약조직을 제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므로 이 연구에서는 기존의 연구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직ㆍ접적으로 포착되고 드러난 마약조직의 행태를 입체적, 체계적으로 분석ㆍ정리해봄으로써 마약류의 불법공급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단서와 대안들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로 마약류를 공급하는 국제마약조직들의 생존행태를 다각도로 분석하여, 국내에 외국마약조직이 상륙 혹은 잠입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방법도 탐색해보고자 한다.
세계의 마약조직들이 마약거래의 안전과 판매수익의 보호를 위해 보여주는 행태들을 크게, (1) 내부결속 및 대외교섭, (2) 불법마약거래 은폐, (3) 마약-테러리즘(Narco-terrorism) 등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하여 고찰과 논의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주로 국제형 마약조직에 관심을 집중하여 고찰과 논의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제2장 내부단속 및 대외교섭
마약조직은 위계질서가 확립되어 있고, 조직원의 호화생활을 보장해 주고, 당국의 추적을 피해 도피중이거나 체포된 동료 및 그 가족을 최대한 보살피고, 이탈자나 밀고자를 철저하게 응징하면서 범법행위를 반복하는 특징을 보이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태리 시실리 섬의 대표적 마약조직으로 널리 알려진 ‘코사 노스트라’는 계보(family)체계와 계서조직과 내부규율에 입각한 엄격한 조직관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조직원들은 두목에 대하여 무조건적 충성심을 갖고 명령에 절대로 복종해야 하며 조직의 위계질서는 전쟁중인 군대의 모습을 능가할 정도다. 조직의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두목 내지 상급조직원과 이를 실행하는 행동대원 등 하급조직원은 직접대면이 불가능하도록 ‘인(人)의 장막’으로 차단되어 있다.
조직의 규율이나 수칙을 어기는 조직원은 무자비한 응징으로 다스리고, 배신자나 밀고자에 대하여는 잔혹한 보복을 가하여 오로지 조직에 대한 충성에만 열중하게 만든다.
조직의 말단들은 상층부와 하층부를 이어주는 중간간부의 명령과 지시에 따라 행동할 따름이라, 마약류를 불법으로 거래하다 적발되어도 중간간부 선에서 법적 제재가 차단되어 조직의 상층부는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는다. 특히나, 두목급 간부들은 해외에 머물면서 점조직 형태의 하부조직을 이용해 마약거래를 행하기 때문에 상층부의 신상명세를 알더라도 “심증은 가지만 입증은 곤란한 상태”로 법적절차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밀고와 같은 배신을 않더라도, 그대로 두면 화근이 될 가능성을 지닌 조직원은 가차 없이 제거하는 조직의 습성을 통해서도 조직과 조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증거인멸에 철저한 마약조직의 행태를 엿볼 수 있다.
마약조직은 마약거래의 안전판을 마련하고자 단속공무원을 매수하는 데 전력을 투구하며, 마약거래조직 세계에서는 공직자에 대한 뇌물제공을 일종의 투자로 간주한다. 세력이 막강한 마약조직은 통치권자ㆍ통치권자의 측근ㆍ권력의 실세ㆍ단속책임자 혹은 장래가 기대되는 정치지망생들을 매수하기 위한 뇌물공세를 집요하게 펼친다. 파나마의 ‘노리에가’는 마약자금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어 마약사업을 직접 지휘하다 미국에 압송되어 수감되어 있다. 유럽대륙의 이탈리아에서도 정치인들이 마약조직과 결탁한 사실이 탄로나 기소되거나 해외로 도주하는 사례가 중단 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태리에는 ‘시실리안 마피아(Sicilian Mafia)'들이 아예 독립적인 정치집단으로 현실정치에 참여하면서 불법마약거래를 통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 세계적인 마약조직들은 불법마약거래와 합법적인 투자사업을 동시에 관장하면서 막대한 부(富)를 축적해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고수익이 보장되는 합법사업에 투자하여 영업이익의 극대화를 도모한다. 금융인들을 포섭하여 마약자금의 출처를 위장하는 데 활용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언론인 혹은 언론기관을 매수하여 마약조직의 홍보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마약중독자가 늘어나는 현상을 정부의 정책실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의 확산과 연계시켜 보도하면, 국가의 마약사범 엄벌정책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수의 국민이 마약류사범들을 선의의 피해자로 인식하고, 마약류의 해악성을 망각한 채 집권자 혹은 수권정당의 과오를 탓하는 데만 관심을 집중할 개연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마약조직이 세탁한 자금으로 신문사ㆍ방송국 등을 매입하거나 언론사의 간부들을 매수하는 방법으로 대중매체를 장악하면 마약퇴치에 앞장서야 할 언론기관이 도리어 마약조직의 이익을 대변하는 상황이 야기될 수도 있다.
2003년 9월에는 차기 교황 후보로도 거론되는 중남미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후안 산도발 이니게스 멕시코 추기경의 이른바 ‘돈세탁 스캔들’에 피델 카스트로 쿠바 지도자, 멕시코 도박황제까지 연루돼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전체 국민의 90퍼센트가 가톨릭교도인 멕시코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유럽에서는 '엑스터시' 판매에 따른 이윤 폭이 크기 때문에 마약거래상들이 네덜란드 및 벨기에산 엑스터시를 이웃나라의 마약시장과 국제마약시장에 유통시켜 이득을 취하고 있다. 네델란드, 벨기에, 그리고 러시아의 범죄조직을 비롯한 유럽의 마약상들은 엑스터시의 생산 및 판매 뿐 아니라, 다른 밀수조직에 원료를 공급하는 방법으로 엑스터시 밀수에 가담하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유럽의 마약조직 이외에 이스라엘의 범죄조직도 엑스터시 유통에 관여하고 있다. 러시아마피아들은 마약거래와 돈세탁에 관여하여 돈벌이를 하고 있다. 러시아마피아의 대다수는 발틱해 인근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지를 상대로 여러 종류의 마약류를 판매하고, 북유럽의 핀란드와 스웨덴을 상대로 암페타민을 판매한다.
동남아 지역 “황금의 삼각지대”와 연계된 헤로인거래상들은 특정 상대와 고정적 거래를 계속하기보다는 수시로 거래상대를 바꿈으로써 거래의 탄력성을 유지하면서 조직의 보호를 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중국계 인종들로 이루어진 동남아시아의 마약상들은 외국의 마약상들과 매우 복잡한 동반자적 동업관계를 맺고서 마약거래를 행하는 것으로 분석되어 있다.
제3장 불법마약거래 은폐
미국 마약수사청(DEA)의 마약정보자료에 따르면, 미국으로 마약류를 밀반입하는 조직들은 수사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온갖 기발한 방법을 다 동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미국국경을 통과할 때는 자동차 내부의 숨겨진 공간에 마약류, 현금, 혹은 무기 등을 은닉시켜 마약거래 사실과 마약류의 존재를 숨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자동차의 적재함이나 트렁크 대신에 부품들의 연결부위나 운전석의 가려진진 공간 등에 마약류 나 현금 및 무기류를 숨겨서 운반하다 적발되는 사례들이 다양하게 소개돼 있다. 운반에 이용되는 자동차의 종류도 일반승용차, 트럭, 미니버스, 트랙터-트레일러 등 매우 다양하다.
아울러서 차량 이외에 사람을 태우는 선박이나 여객기에 마약류나 현금을 숨겨서 운반하는 경우도 많다. 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마약운반에 이용되는 바로 이러한 경로와 수법들이 테러범 및 그들의 테러범행을 미국으로 밀수해 들여오는 데도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동남아시아의 “황금의 삼각지대"지역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헤로인은 수출용 화물컨테이너를 통해 전 세계로 밀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제조된 헤로인은 화물수출용 대형 컨테이너에 은닉된 상태로 대만, 홍콩, 싱가포르, 일본, 한국 등을 경유하여 미얀마,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의 항구도시로 운반된다. 그런 다음에 헤로인 소비시장이 존재하는 유럽, 호주, 캐나다, 미국 등지로 컨테이너를 보내는 수법으로 전 세계의 소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산 헤로인이 중국 남부의 항구도시 광조우를 거쳐서 밀수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의 다섯 개 경제특구에서 합법적으로 생산되는 대량의 소비재들이 모두 광조우항을 통해 해외로 운반되는 만큼, 마약거래상들이 헤로인을 숨겨서 내보낼 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회원국이 된 이후로 전례 없는 수준의 국제무역이 이루어져 화물선으로 물품을 실어 나를 필요성이 급속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마약거래상들이 이러한 변화를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마약조직이 해외(주로 중국)에서 마약류를 제조해 국내로 들여오거나 일본 혹은 미국 등지로 반출하다 적발되는 사례들을 통해 마약류 운반의 은밀성을 확인할 수 있다. 목적지 국가의 세관검색을 피하기 위해 여러 국가를 경유하는 경우 및 외국인 관광객이나 해외교포 등을 운반책으로 고용하는 사례 등도 마약류 운반의 은밀성을 잘 나타내준다.
마약감시원들이 검색에 소홀할 가능성을 예측하여 용모가 단정한 젊은 여성들을 운반책으로 고용해 단속망을 피하는 수법도 알려져 있다.
2003년 4월에는 페루인 콜라소스 후고(Collazos Hugo·35)가 마약을 입으로 삼켜 몸 안에 넣고 밀반입하는 이른바 ‘보디 패커(Body Packer)’를 시도하였다가 체내에서 마약이 새는 바람에 숨지는 사건이 국내에서 발생했다.
국제마약조직들이 대량의 마약류를 운반하는 수법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치밀하고도 조직적이다. 미국 국방부는 마약유통의 길목인 국경지대를 봉쇄하기 위해 남부 국경지대인 텍사스주 킹스빌과 버지니아주 체사피크 두 곳에 ‘로터(ROTHR․ Relocatable Over the Horizon Radar)’라고 하는 해군의 레이더 감시장치를 설치해 24시간 카리브해 목표지역을 중복감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멕시코를 경유한 마약류공급이 계속되자 미국은 1990년부터 7년 동안 마약류유입을 막기 위해 마약카르텔들을 상대로 국방부까지 나서는 이른바 ‘녹색클로버작전(Green Clover Operation)'을 전개하였다.
하지만 미국정부의 작전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남미의 마약조직들이 아마존 같은 미로(迷路)형 강을 통해 보트로 코카를 수송하거나, 감시가 느슨한 동쪽 국경을 경유해 미국으로 들어가는 경로를 새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필로폰을 최종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고사바리’들은 필로폰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고객을 확보하고 판매망을 넓려간다. 마약조직원들이 마약류를 운반하고 전달하는 수법은 실로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다. 의심이 느껴지는 소비자는 철저한 검증을 거침으로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다닌다. 그물망 같은 점조직을 통해 마약류를 유통시키다가도 수사망을 좁혀 가면 공급자와 수요자간 연결고리가 순식간에 끊어진다.
1992년 이태리 수사당국에 검거된 마피아 가운데는 살인을 포함한 강력범죄를 주도한 여성 두목이 7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정부당국의 집중단속을 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감시가 느슨한 여성들을 두목으로 내세워 조직을 관리하는 방법이 모색된 것이다.
아동은 단속기관의 검색을 피하기가 쉽고 마약류를 운반하다 적발되어도 형사미성년자라서 처벌이 면제되는 점을 이용하여, 순진한 철부지 아이들을 마약류운반책으로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체코에서는 인터넷 카페나 휴대전화를 통해 불법 약물의 판매 및 구입이 가능하며, 네덜란드 기업들은 인터넷을 통해 마약 씨앗과 부산물을 세계 전역에 판매하는 실정이다. 또한 태국에서는 허가를 받은 온라인 의약품 판매업체가 불법약물과 향전신성약물 외에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팔 수 있는 약품까지 팔고 있다.
마약거래는 반드시 현금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수표거래는 금융기관에 흔적이 남아 수사기관에 적발될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운반과 보관에 불편과 위험이 따르더라도 거래의 비밀을 감추기 위하여 현금거래의 불문율이 확립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금거래를 하더라도 자금의 출처를 숨기지 않으면 당국에 몰수될 위험이 따르므로, 마약조직은 마약대금으로 취득한 자금을 합법적 수입으로 둔갑시키는 수법을 일상적으로 이용한다.
마약거래수익을 세탁할 필요성은 불법마약거래 사실을 은폐하여 수사기관의 추적을 차단하고 마약판매에 따른 수익금을 합법자금으로 둔갑시켜 호화생활에 지출하거나 사업자금으로 활용함으로써 재산증식을 도모하려는 데서 비롯된다.
돈세탁의 수법을 크게 (1) 현금뭉치운반, (2) 금융기관 이용, (3) 물품거래 이용, (4) 지하금융제도를 통한 송금 등 네 가지 범주로 구분하는 관점이 있다. 하지만, 위의 네 가지 가운데 어느 범주에 속하든 돈세탁은 모두가 배치단계(placement), 반복단계(layering), 통합단계(integration)로 불리는 3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 마약자금의 이동경로(자금지문)를 숨기기 위해 금융기관을 직접 설립해 마약판매수익을 세탁하는 사례도 있다.
제4장 마약-테러리즘(Narco-terrorism)
오늘날의 주요 마약조직들은 국제적인 연결망을 구축하고 도피와 은신을 방패삼아 첨단무기로 무장하고 국가공권력을 극복하려고 시도하는 사례가 많다. 합법적인 정부의 공권력에 맞서면서 마약거래를 주도하는 마약조직들의 대항력은 실로 놀라울 정도다. 민족국가 혹은 사회주의국가 건설을 추구하며 특정 지역을 근거지 삼아 무장투쟁을 계속하는 반군세력 등이 불법마약거래에 관여하여 조직원들의 생계 및 활동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집단들은 예외 없이 합법정부의 공권력이 안 미치는 깊은 산속이나 밀림에 은신하여 핵심 인물의 지휘 하에 마약류를 생산하거나 유통을 독점하여 생계비와 활동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래에는 마약류와 폭력 사이에 전혀 다른 종류의 연계가 이루어져 심각한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즉, 테러집단이 마약거래에 관여하여 조직의 활동비를 조달하는 이른바 “마약-테러리즘(narco-terrorism)”이 인류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새로운 위험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마약-테러리즘이란 마약거래상들이 마약류판매를 확대할 목적으로 테러공격을 자행하는 경우 및 불법조직에 속하는 테러집단이 테러활동을 계속할 목적으로 마약거래에 관여하는 경우를 동시에 함축하는 개념으로 정의하여도 무방할 것이다.
미국 마약수사청의 정보자료는 마약-테러리즘의 개념을 “정부 또는 인구집단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에 입각하여 비무장의 일반국민에게 피해를 입히는, 정치적 동기가 가미된 계획적 폭력을 확대하거나 혹은 재정적으로 지원할 목적으로 마약거래의 공범자가 되는 조직화된 행동”이라고 정의해놓고 있다. 문제는, 마약-테러리즘의 개념과 특징을 어떻게 이해하든지 간에, 마약류거래의 배후에 전투력이 막강한 군대조직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고, 이러한 상황은 곧 합법정부의 공권력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 되므로 세계 각국의 마약류규제 노력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마약류의 유통을 막으려는 입장에서는 순수 마약조직의 저항이나 도전보다도 무장군대까지 구비한 후자에 의한 조직적 도전이 훨씬 더 위협적이고 제압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약류 자체가 인류의 보건과 사회질서에 미치는 해악성도 문제지만, 마약거래로 얻어지는 막대한 이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명을 무차별 살상하는 테러리즘의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는데도 양자의 관계를 단절시킬 방법을 찾기가 어려워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고민에 직면한 상태다.
제5장 마약조직의 효과적 규제방안
첫째, 마약조직을 규제하기 위한 국제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국제적 조직망을 갖춘 대규모 마약조직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날로 확대되는 무역거래의 다각화 추세에 편승하여 국제적 조직망을 가진 해외 마약조직의 국내침투 및 국내 마약조직과 해외조직 간의 연계 가능성은 높다고 할 것이므로, 동남아시아ㆍ남아메리카ㆍ중앙아시아 등지의 마약류생산국 및 경유지국가들과 감시 및 수사공조체제를 강화하여 우리 영토에서 국내외 마약조직들이 활개를 치는 상황을 사전에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상론에 빠져 기본권과 적법절차만을 강조하기보다는 마약조직의 특징적 행태를 심각하여 인식하여 확실한 대안을 모색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마약류범죄 수사의 과학화를 진전시켜야 할 것이다. 수사활동의 부단한 과학화를 통해 한계극복을 시도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이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의 각종 선박이 출입하는 국제항구 및 출입국장소에 대한 과학적 검색체계를 지속적으로 보강하여 각종 은닉수법으로 해외로부터 마약류를 밀반입하는 사례들이 철저히 색출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투약 혹은 소지 여부를 현장에서 탐지하는 수사요원들의 개인장비를 첨단형으로 교체시켜 주고, 지능적인 투약자나 공급자가 교묘한 수법으로 수사망을 벗어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셋째, 마약자금에 대한 감시체제를 보완하여야 할 것이다. 기왕에 설치된 금융정보분석원(Financial Intelligence Unit)의 기능을 재점검 및 보완하는 방법으로 마약자금을 비롯한 각종 불법자금에 대한 감시체제를 강화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예컨대, 서구국가들처럼 고액 현금거래는 예외 없이 보고하도록 하는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를 조기에 채택하고, 대외거래에 한정된 FIU의 계좌추적권을 국내 금융거래에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정비하여 시대적 요청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서, 변호사ㆍ회계사ㆍ카지노ㆍ부동산중개인ㆍ고가품 딜러ㆍ회사설립전문가 등 업무수행과정에서 돈세탁혐의를 접할 수도 있는 전문직 종사자도 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및이용등에관한법률 제4조(금융기관등의 보고등) 규정된 보고의무자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넷째, 정보교류의 확대 및 활성화에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 법률체계를 조화시키더라도 국제조직범죄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이 없으면 효율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므로 국내외 수사기관 및 정보기관 상호간의 정보교류를 확대 및 활성화하는 조치기 필요하다. 즉, 국가간협력을 통해 기대되는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인접국가 및 세계 여러 국가와 긴밀한 정보교류체계를 구축하여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풍부한 자금과 방대한 조직망을 바탕으로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범죄수익의 소재를 옮기는 범죄자들을 효과적으로 추적하려면 국가마다 관련정보를 부단히 축적하여 세계 각국이 공유하도록 하는 조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제마약거래에 관한 정보가 적시에 수집ㆍ배포될 수 있도록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첩보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마약류범죄의 국제성을 상기하면 마약류 공급조직의 추적에 있어서 해외정보수집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국가정보원(국정원)도 첩보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세계 각국 및 북한의 마약류 생산․밀수출에 관한 정보의 수집ㆍ분석 및 전파에 주력하고 있으나 완벽한 대비를 위하여는 중단없는 분발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다섯째, 마약정보의 공유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마약류범죄의 수사에는 과거에 사건수사 등을 통해 인지한 사실들이 실질적인 바탕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또한 각급 수사기관 및 정보기관간의 긴밀한 공조와 정보제공 등을 통해 요의자 검거 및 상선추적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섯째, 마약류에 대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억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단순한 격리 위주의 처벌대책으로는 투약자들의 재범을 막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치료․재활중심의 수요억제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단순투약자로서 자수 또는 개전의 정이 있는 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치료보호부 기소유예」처분을 하고, 마약투약사범에 대한 「치료보호부 집행유예 제도」 도입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일곱째, 마약류범죄에 대한 집중연구를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소수의 전문가가 여러 영역을 탐색하는 형태보다는 학계, 법조계, 의약계, 민간부문을 포함한 각계의 여러 전문가와 수사기관 및 정보기관의 실무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협동연구의 형태가 바람직할 것이다.
제6장 종합 및 결론
이번의 연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국제마약조직들은 체포를 면할 수 있는 노-하우(know-how)를 바탕으로 국제사회 및 세계 각국의 강력한 규제를 극복하며 불법마약거래를 계속한다. 마약거래의 안전과 판매수익의 보호를 위한 마약조직의 행태들은 실로 다양하고, 기발하고, 은밀하고, 기민하고, 집요하고, 치밀하고, 대담하여 막강한 수사력을 갖춘 나라들도 마약조직을 제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직관리가 엄정하고, 뇌물공세로 보호막을 구축하고, 국제적 연계를 통해 수익의 확대 및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고, 첨단무기로 무장하고 공권력에 맞서는 위세는 인류사회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협할 정도다. 처벌수위를 높이면 마약류공급자들은, 더 많은 수익에 현혹되어 온갖 술수(術數)를 동원해 마약판매를 늘리거나 혹은 합법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기도 하는 행태를 보인다.
그러므로 마약조직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할 것이며, 특히 각급 법집행기관에서 마약수사를 담당하는 일선수사관들의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한 실무중심의 후속연구를 병행하여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실질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다양한 대책들이 제시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