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9
제1장 들어가는 말 13
제1절 연구의 필요성 13
제2절 대구지하철 참사의 사건구조 17
제3절 연구방법 및 보고서 구성 24
제2장 선행 연구 및 이론의 검토 29
제1절 정신장애와 범죄 29
1. 심리적 이상의 준거 30
2. 정신장애의 분류 32
3. 정신장애와 범죄의 관계 34
제2절 뇌 손상과 범죄 41
1. 뇌졸중 후 우울증 42
2. 뇌졸중으로 인한 기타 정서적 문제들 49
3. 뇌 손상과 범죄의 관계 53
제3절 방화범죄의 유형과 특성 58
1. 범죄행동의 원인 59
2. 방화범의 유형과 특성 60
제3장 방화범죄의 동향과 특징 67
제1절 방화범죄의 발생추세 67
제2절 방화범의 일반적 특성 72
제3절 방화범의 범죄 관련 특성 90
제4절 동향 및 특성 요약 102
제4장 방화범과 방화행위에 대한 분석 107
제1절 피의자의 생활력 및 사건 관련 행적 107
1. 분석 자료 및 방법 107
2. 방화 피의자 김○한이 살아온 과정 108
3. 방화 직전 및 당시 상황개요 111
제2절 정신상태 및 심리검사 결과분석 113
1. 정신상태 검사 113
2. 심리검사 결과 114
3. 방화 동기의 분석 118
제3절 피의자 행동의 사회적 맥락 120
1. 편견과 차별, 그리고 증오범죄 120
2. 죽고 싶다는 심리와 자살시도 125
3. 사회적 고립과 공격행동 129
4. 낯선 사람에 대한 방화 132
제5장 맺음말 139
참고문헌 143
영문요약 155
이 연구는 2003년 2월 18일 대구시 지하철 중앙로역에서 일어난 방화 사건에 대해 분석한 것이다. 이 사건은 20여분에 못 미치는 짧은 시간 동안 192명의 사망자와 144명의 부상자 등의 엄청난 인적 피해와 추정 재산 손실 516억에 이르는 막대한 물질적 피해가 발생시킨 대형 재난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되풀이하여 발생하고 있는 다른 대형재난들과는 달리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가 분명히 존재할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범죄 행위 역시 의도적인 행위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이번 사건을 대형재난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방화범죄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여 분석하고 있다. 이 연구는 대구 지하철 방화 범죄에 대한 연구로서 사건의 원인, 피의자가 처한 상황, 피의자의 심리, 피의자의 행위 등을 분석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연구에서 하고자 하는 바는 방화 피의자와 그의 방화행위를 설명하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단일 사례에 대한 사례연구에 해당한다. 이 연구의 대상은 방화범 개인이며 아울러 방화범이 저지른 방화행위이다. 이에 따라 이 연구에서는 법칙정립적 설명보다는 사례기술적 설명을 시도하였다. 이를 위하여 다양한 연구방법을 활용하였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구체적인 연구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범죄학과 심리학의 관련 문헌을 검토하였다. 둘째, 대검찰청의 [범죄분석]을 이용하여 방화범죄의 전반적인 실태와 특징을 살펴보았다. 셋째, 이번 사건과 관련된 각종 기록을 열람하고 분석하였다. 열람한 기록은 경찰, 검찰, 법원의 수사 및 재판 관련 기록을 비롯하여 각종 언론매체에 보도된 사건관련 기사 등이다. 넷째, 피의자를 비롯하여 관련 인물에 대하여 면담을 실시하였다.
보고서는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하였다. 제1장에서는 연구의 필요성을 논의하고 이번 참사의 사건구조를 살펴보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연구의 범위를 확정하였다. 제2장에서는 선행연구와 관련 이론을 정리하였다. 여기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부각된 쟁점을 반영하여, 정신장애와 범죄, 뇌 손상과 범죄, 방화범죄의 원인과 유형 등 크게 세 가지 부분에 관련된 연구 성과를 간략하게 정리하였다. 제3장에서는 공식통계 자료를 이용하여 방화범죄의 전반적인 실태와 특징, 방화 범죄자의 일반적 특징 등을 살펴보았다. 제4장에서는 이번 사건 피의자의 성격이나 욕구 등과 같은 개인적 특성과 피의자가 처한 상황적 특성에 초점을 두고 범행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였다. 아울러 방화 피의자의 행위가 나타나게 된 사회적 맥락과 방화 이후의 사회적 반응에 대해서 논의하였다. 제5장에서는 이 연구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였으며, 연구 결과가 가진 학술적, 정책적 함의에 대해 논의하였다.
방화 피의자 김○한(56)은 사건이 일어나기 2년 전쯤인 2001년 4월 뇌졸중이 발병하였으며 그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언어 장애가 생겼다. 그 후 피의자의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직장생활이나 사회활동은 불가능해졌으며 그런대로 유지되던 중산층에 근접하는 생활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피의자는 뇌졸중 발병 이후 질병의 후유증,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등으로 심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피의자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수차에 걸쳐 자살을 시도하였을 뿐만 아니라 가출을 하기도 하고 병원이나 경찰서를 찾아가 죽여 달라 요구하기도 하였다.
피의자의 방화행위에는 뇌졸중으로 인한 일종의 정서장애인 분노나 공격의 통제 불능 증상(ICAA)이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피의자 김○한은 뇌졸중으로 인해 우울한 상태로 살아오던 중 자신의 병세가 더 이상 호전되지 않자 뇌졸중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품게 되었으며, 그 분노와 적개심이 일반 세상으로 확장 또는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뇌 손상에 따라 생긴 분노(공격) 통제불능 증상으로 인해서 분노와 공격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마침내 지하철에 방화하게 된 것이다. 그의 방화행위는 자유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번 참사는 개인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사회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준 극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저지른 방화 피의자가 가진 문제, 즉 질병의 후유증,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등은 무엇보다 개인의 불운으로 생각될 수 있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방화 피의자 김○한은 개인의 건강상의 문제에서 어려움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최근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너지는 중년의 중산층과는 문제의 시작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방화 피의자가 직면한 문제를 순전히 개인적 문제라고만 볼 수는 없다.
이번 대구지하철 참사는 개인적인 불운에 좌절한 한 개인이 사회적으로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절망하여 사회를 대상으로 하여 좌절과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는 피의자의 행동 이면에 존재하는 사회에 대한 원망과 비난을 읽을 수 있다. 피의자는 개인적 문제의 원인(causality)을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해석하고자 하였으며 그에 따른 책망(blameworthiness)을 자기 스스로나 함께 사는 가족보다는 타인이나 사회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피의자의 방화 행동은 자신의 억울한 처지에 대한 분노이며, 동시에 사회에 대한 테러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방화 피의자 김○한은 도시 위주로 편성된 사회, 공동체적 생활과 가치의 퇴조,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따라 개인적 위기를 더욱 증폭된 형태로 경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더 이상 사회적 가치나 규범에 기댈 수 없게 되었으며 순전히 고립된 존재로 위기에 개별적으로 마주 서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피의자의 행동은 소극적으로 보면 개인적인 불운과 좌절에 대한 반응이지만, 적극적으로 보면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절망한 고립된 개인이 사회에 대해 자신을 주장하고 상호성을 회복하려는 몸짓으로 파악할 수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우리 사회는 범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공식통계를 보면 1998년을 기점으로 범죄가 폭증하는 추세를 보인다. 방화범죄를 보면 1997년에는 776건이던 것이 1998년에는 1,157건으로 크게 늘어난 이후 2001년에는 1,375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범죄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과 더불어 주목할 것은 범죄가 질적으로 변화하는 징후를 뚜렷이 나타내고 있다. 범죄자를 보면 전반적으로 종래에 비하여 범죄의 고령화, 고학력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중추이자 안정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중산층과 중년층 이상이 경제위기를 지나면서 경험한 고통이 범죄현상에 반영되어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미 범죄를 저지른 경력이 있는 전과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재범이 점차 증가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이런 사건이 단순히 일회적이고 예외적이었으면 하는 희망을 갖는다. 그러나 최근의 범죄 상황을 보면 유사 사건이 재발한 가능성이 상존하여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개인의 우발적인 범죄에 불과하지만 그 이면에는 최근의 범죄추세 변화와 맥락이 공유되어 있으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