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9
제1장 서론 17
제1절 문제제기 17
제2절 연구필요성 20
제3절 연구목적과 내용 21
제2장 형사절차상 협상의 개괄적 고찰 23
제1절 협상의 개념과 형태 23
1. 개 념 23
2. 형 태 24
제2절 협상의 형사절차상 의미 27
제3절 피해자와의 협상의 문제 29
제3장 외국의 형사절차와 협상 33
제1절 영미법계 33
1. 미 국 33
2. 캐나다 50
3. 덴마크 53
4. 영국(England) 53
5. 스코틀랜드 60
6. 호 주 61
제2절 대륙법계 63
1. 이탈리아 63
2. 스페인 67
3. 독 일 70
4. 프랑스 76
5. 네덜란드 81
6. 오스트리아 83
7. 일 본 84
제3절 요약 및 평가 85
제4장 한국의 형사절차와 협상 89
제1절 협상의 통로와 가능성 89
Ⅰ. 통 로 89
1. 자수와 신고, 증거동의 90
2. 자백과 간이공판절차 92
3. 범칙금통고처분과 즉결심판절차 96
4. 검사의 기소재량과 약식명령청구권 98
Ⅱ. 가능성: 형사사건의 처리실태 106
1. 업무과다와 처리인원부족 106
2. 형사사건처리절차의 간이화경향 108
3. 법률과 실무의 괴리와 재판지연 111
4. 간이공판의 전면확대정책의 효과 미흡 113
5. 시사점 116
제2절 반응과 대책 118
Ⅰ. 절차협상의 극소화 119
1. 형사절차의 간이화구조와 묵시적 판결협상 119
2. 재판의 엄격성과 신중성 회복 120
3. 재량권의 축소와 절차의 통합 120
Ⅱ. 판결협상의 예외적 합법화 122
1. 형사절차의 이념과 기본구조 122
2. 예외적 합법화의 조건과 한계 124
3. 제도화의 문제점 136
제5장 결 론 139
참고문헌 143
영문요약 149
1. 문제상황
형벌권의 행사권한이 국가에게 있고 형사절차에서 실체진실의 규명은 가능한 한 남김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형사절차와 협상’은 부적절한 언어의 조합으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의자쪽과 형사사법기관 사이의 협상은 실제로 이루어지기도 하며, 명시적으로 인정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형태가 바로 영미법계의 ‘Plea Bargaining(답변협상)’이다. 그리고 대륙법계국가에 속하면서 검찰이 강한 기소법정주의에 구속되어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답변협상과 비슷한 판결협상을 인정함으로써 답변협상이 영미법계의 전형적인 현상이 아니게 되었으며, 기본적으로 직권주의 소송구조를 택하고 있는 독일도 판례를 통해 판결협상의 합법화 가능성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형사절차의 이념과 구조나 협상의 제도화여부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의 의사를 입법에 반영하고 있고 형사사법기관의 ‘재량(裁量)’이 폭넓게 행사될 수 있는 절차와 소송구조에서는 협상은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 적어도 실무에서 협상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한마디로 형사사법기관의 ‘재량’과 피의자의 ‘의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협상은 언제든지 성립될 수 있다.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지위가 강화되고, 피의자․피고인이 형사절차의 주체로서 당사자적 지위와 권리를 갖게되며, 소송이 의사소통적 구조를 보이게 되면서부터 협상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현행 형사절차에서도 협상의 통로가 발견될 수 있으며, 그 가능성이 있는가. 그렇다면 법치국가원칙에 기초한 국가형벌권의 공정하고 엄숙한 실현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도 인식될 수 있는 협상에 대해 우리의 형사절차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우리의 형사사법기관은 형사절차상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자백’이 ‘협상’에 의해 얻어진 것이라면, 이에 대해 어떠한 평가를 내려야 하는가.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미법계의 답변협상에 대해서 우리는 어떠한 반응을 보여야 하는가. 21세기 형사절차의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전세계적으로 팽창되고 확산되고 있는 협상현상에 국가형벌권은 굴복해야만 하는가.
2. 협상의 개념과 형태
‘협상’이라는 개념은 넓게 보면 형사절차의 진행이나 형사처벌의 강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하에 형사절차관련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합의, 약정, 거래 등을 말한다고 이해될 수 있다.
피의자쪽과 형사사법기관 사이의 협상의 형태는 그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는데, 그 가운데 협상현상의 파악과 문제해결에 가장 의미있는 것은 대상에 따른 구별이다. 다시 말해 협상을 절차의 진행을 대상으로 하는 ‘절차협상’과 판결의 선고를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대상으로 하는 ‘판결협상’으로 나눌 수 있다. ‘절차협상’은 다시 수사기관에서의 절차종료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간이한 절차로의 이행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불기소나 조건부기소중지(유예) 등이 전자(前者)의 예이다. 즉결심판절차․약식절차․간이공판절차 등이 후자의 예이다. 이러한 간이한 절차는 일반적으로 가벼운 형벌의 선고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묵시적 판결협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해당국가가 마련한 정식의 공판절차로 진행되기 전에 사건을 종결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협상도 ‘절차협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
3. 외국의 형사절차와 협상
유죄판결에 이르는 절차는 형사사법체계와 구조에 따라 매우 다양한데, 절차협상의 가능성은 적어도 실무에서는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며 많은 국가가 이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대륙법계 국가인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판결협상을 1989년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판결협상은 여전히 영미법계 형사절차에서 중심적인 형상이며 영미법계의 많은 국가가 이를 인정하고 있다.
직권주의 소송구조를 기본적 입장으로 하고 있는 대륙법계는 협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제도상으로는 협상이 자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함으로써 묵시적으로는 협상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절차의 간소화를 통해 묵시적인 판결협상을 인정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절차가 간소화되면 간소화될수록 예상되는 형벌은 점점 낮아지는 것이 세계 각국의 형사절차의 공통적인 원칙인데, 대륙법계 형사사법체계에는 간소화된 절차가 다양하게 마련되어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미법계와 달리 대체로 협상이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대륙법계는 협상을 애써 외면하려고 하고 있다는 표현이 매우 적절할 것 같다. 다만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이러한 표현으로부터 다소 벗어나 있다. 독일의 판례는 모든 형사절차관련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진 협상은 허용되며, 법원은 협상에 구속되지는 않지만 협상의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영미법계의 답변협상과 비슷한 판결협상을 명시적으로 도입하였는데, 이탈리아는 피의자와 검사가 합의된 형량을 공동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스페인은 피의자가 예심판사 앞에서 고백한 경우 사건이 신속하게 처리됨과 동시에 고백 전에 이루어진 형량에 관한 사전접촉 내지 합의 내용이 공소장에 기재될 수 있도록 하였다.
절차협상의 가능성은 세계적으로 예외보다는 일반적인 것에 가깝다. 이는 수사기관이 법적으로든 실제로든 재량의 영역을 가지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유효하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활용되고 있는 재정적 기여를 통한 절차중지는 협상의 관점이 제도화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공소제기와 관련한 자유재량이 존재하지 않거나 그러한 자유재량이 절차의 중지를 위해서 사용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형사절차가 약식절차․간이절차 등을 마련하고 있다면 협상의 여지는 여전히 남는다. 이것은 많은 형사소송법에서 심지어 법률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하나의 규칙으로 보여진다.
판결협상의 형태와 종류는 다양하지만, 이는 피의자가 유죄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하고, 협상의 대상은 전적으로 형량이며, 거의 대부분 유죄인정에 대해 형량감면이 베풀어지거나 어쨌든 예상된다.
판결협상은 적극적으로 법관이 참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수사기관이 절차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재량권을 통해서 협상의 출발점을 결정한다. 피의자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서 판결협상에 참여한다. 기소권자는 실제로 법관의 역할을 전용하며, 법관은 대부분 관련된 협상을 승인하는 데에 만족한다. 변호인은 이중의 역할을 맡는다. 판결협상에서 피의자의 이익을 대변하면서도, 동시에 수사기관이 제시하는 유리한 조건을 경솔하게 잃지 않아야 한다.
판결협상에서 법관의 참작은 호주․캐나다․스코틀랜드 등에서는 금지되어 있고, 영국에서는 그러한 고려가 간접적인 형태로만 이루어지며, 미국에서는 법관과의 공개적인 선고협상은 많은 법원에서 관례적이다. 캐나다에서는 미국에서와는 달리 법관이 일반적으로 유죄답변의 자발성은 물론 사실적 기초도 심리하지 않으며, 당사자는 협상에서 이루어진 형벌이 법원에서 선고되었더라도 이에 대해 항소할 수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와는 달리 영국의 기소권자는 형량에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데, 따라서 구형량에 대한 협상은 아무런 필요가 없다. 그러나 유죄답변에 대해 형벌감경을 보장하는 법관의 실무가 협상의 유인으로 작용한다. 영국에서 형량감경의 근거는 어쨌든 ‘뉘우침’에 기인하며, 따라서 정식의 재판이 거의 끝나갈 무렵의 유죄답변에 대해서는 형벌감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판결협상의 폐지를 위한 시도들이 이제까지는 철저하게 실패했다.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답변협상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서 법적인 최소한의 규정에 통제를 받도록 하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4. 한국의 형사절차와 협상
대륙법계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형사절차에서도 절차협상의 통로는 열려 있으며, 판결협상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될 수 없다. 자수와 신고, 증거동의, 자백과 간이공판절차, 범칙금통고처분과 즉결심판절차, 검사의 기소재량과 약식명령청구권 등이 협상의 통로로 이해될 수 있으며, 95%에 가까운 형사사건이 정식의 공판절차가 아닌 신속하고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처리되고 있는 것은 협상의 가능성을 강하게 추측하게 한다.
답변협상 내지 협상에 대해서는 찬․반론이 매우 치열하며, 이론적인 차원에서 그 논의가 완전히 종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형법이 국가형법이고 형벌권의 실현이 국가의 책무이며 동시에 그 실현에 있어 엄숙성과 신중함이 추구되어야하는 한, 형사사법체계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야하며, 이 점이 정책적 선택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형사절차에서는 수사기관의 재량권의 축소와 절차의 통합을 통해 절차협상의 가능성은 극소화되어야하며, 판결협상은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판결협상의 제도화는 결코 타당하지 않다.
절차협상의 극소화 방안으로는 수사기관의 재량 자체의 축소 그리고/또는 통제, 증거동의제도의 대상축소, 간이공판절차의 축소 내지 폐지 등이 고려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절차의 통합이 요구된다. 수사기관의 재량 축소 내지 통제와 관련해서 먼저 즉결심판 청구대상의 축소를 통해 경찰의 재량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이는 즉결심판절차도 일종의 심급관할에 준하는 성질을 가진다는 점에서, 범죄의 경중을 기준으로 심급관할을 정하는 경우에 법원조직법 제32조 1항이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는 것과 비교해서도 입법론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에 찬성하며, 입법론적으로 개선되기 전까지는 즉결심판절차법 제2조의 ‘처할’의 의미를 정책적으로 선고형이 아니라 법정형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검사의 재량에 대한 통제는 약식절차와 관련해서는 벌금, 과료, 몰수 등의 법정형이 단독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피의자와 법관의 절차참여를 통해서도 검찰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독일 형사소송법 제153조a의 조건부 기소중지결정에 관할법원과 피의자의 동의를 얻을 것을 요구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보호관찰부 기소유예의 경우에도 이를 요구하는 것이다.
간이공판절차와 관련해서는 그 대상범죄가 축소가 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보다 정확한 실태파악을 통해 간이공판절차의 폐지가능성도 면밀히 검토되어야하며, 동시에 다양하게 마련된 간소화된 절차들을 ‘단순하게’ 통합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그 예로 즉결심판절차와 약식절차를 통합하여 하나의 절차, 예를 들면 경죄사건처리절차를 마련하고 나머지 사건은 모두 정식의 공판절차에서 처리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모색될 필요가 있다.
판결협상에서의 자백 또는 유죄시인을 피의자․피고인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형사절차에서 그리고 협상절차에서 피의자․피고인의 지위는 형사사법기관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악하여, 수사기관과 대등한 정도로 사건에 대한 진실파악을 피의자․피고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에 의해 부풀려진 ‘과도한 입건(overcharging)’을 토대로 자백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적극적이고 진지한 변호인의 도움으로 이러한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d servand)’는 법원칙에 피의자․피고인이 전적으로 구속될 정도로, 협상절차에서 수사기관과 피의자쪽 사이에 완전히 대등한 관계가 이루어질 수는 없다.
따라서 피의자․피고인이 협상에 의한 자백을 번복하여 발생하는 위험은 모두 형사사법기관이 부담해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 파기된 협상에 의한 자백은 현행 형사소송법 제309조 ‘기타의 방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그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있고 피고인, 검찰, 법원 등의 형사절차관련자들이 참여한 상태에서 판결협상이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 협상의 효력을 인정함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협상에 참여한 피고인의 신뢰이익을 공정한 적정절차원칙에 의해 보호한 간접적인 결과이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법원칙은 형사사법기관에만 구속력이 있으며, 따라서 협상의 파기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전적으로 형사사법기관, 특히 법관이 부담한다. 법관이 판결선고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갖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피고인은 반사적 이익을 얻을 뿐이다. 이처럼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불가피하게 판결협상의 합법화를 인정해야할 것이며, 제도화는 더더욱 안 될 말이다. 답변협상의 제도화에 선행하는 기소사실인부절차의 도입은 현행 형사실무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5. 결 론
형법이 국가형법을 유지하는 한, 그리고 형벌권의 행사권한이 국가에 있는 한, 협상과 같은 형사사건의 민사적인 종결은 허용하기 곤란하며, 그 가능성은 극소화되어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공통적인 현상인, 형사사법기관의 사건처리의 부담은 협상과 같은 우회적이고 비정상적인 방식이 아니라 직접적인 방식으로 해소되어야한다. 처리해야하는 사건의 절대적인 숫자를 줄여야한다. 형법이론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원칙인 ‘보충성원칙(Subsidiaritätsprinzip)’에 따라 정치(精緻)하면서도 강력한 비범죄화정책(Entkriminalisierungspolitik)이 끊임없이 추진되어야한다. 아울러 넘쳐만 가는 사건을 충실히 처리하기에 턱없이 모자라는 현재의 형사사법기관의 물적․인적 자원을 확대해야한다. 특히 판사의 정원을 대폭적으로 늘려야한다는 요청은 당장에 직면한 절대적인 기본과제이다. 이를 통해 형사사법기관이 협상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래야 국가형벌권의 엄격성과 순수성도 회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