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9
제1장 서 론 13
1. 연구목적 13
2. 연구방법 15
제2장 형법상 책임능력 19
1. 기초이해 19
가. 관점의 변화 19
나. 인간의 내면 구조에 대한 설명 21
1) 장이론(field theory)에 따른 분석 21
2) 철학적 분석 23
3) 규범적 분석 25
2. 실정법의 태도 26
가. 헌 법 26
나. 민 법 27
다. 형 법 29
3. 형법 제10조의 구체화 필요성 32
제3장 각국의 책임능력기준의 이론과 현실 35
1. 독 일 35
가. 기초이해 35
나. 책임능력 평가구조 36
1) 규범구조 36
2) 실무적인 적용 38
3) 형사소송법상 감정의 문제 41
4) 독일 형법상 보안처분과의 관련성 43
다. 평 가 44
2. 미 국 45
가. 구 조 45
1) 전 제 45
2) 정신 이상 행위(Insanity)의 형법적 의미 46
나. 책임판정의 구체적 기준 48
1) 맥나튼 룰(the McNaghten Rule) 48
a) 개 요 48
b) 반 응 49
c) 맥나튼 룰의 구체화 50
2) 더램 룰(the Durham Rule) 51
3) ALI 기준과 모범형법전 53
4) 정신질환 범법자의 치료감호 55
다. 평 가 55
3. 일 본 56
가. 구 조 56
나. 형법개정의 역사 57
다. 일본 형법상 ‘심신상실’과 ‘심신모약‘의 구체적 의미 60
1) 판단근거 60
a) 생물학적 표지에 포함되는 유형 60
ⅰ) 내인성 정신병 60
ⅱ) 외인성 정신병 61
ⅲ) 지적장해(知的障害) 61
ⅳ) 정신병질(精神病質) 62
ⅴ) 중독성 정신장해 62
b) 심리학적 표지에 포함되는 유형 63
2) 일본 판례 태도의 특이성 64
라. 평 가 65
제4장 형법상 책임무능력 판정과 개선가능성 67
1. 우리 형법 제10조의 검토 67
2. 국내 학설 검토 68
가. 문언 해석 문제 68
나. 형사소송법상 감정과의 관련성 71
3. 정신장애자 판정에 관한 판례 분석 73
가. 개념 해석 문제 73
나. 감정에 대한 판례의 입장 76
1) 법이론적 검토 76
2) 법논리적 검토 77
다. 현실적인 문제 80
4. 개선방안 82
가. 형법 제10조의 구체화 82
1) 심신장애 개념의 구체화 82
2) 소송법상 정신감정의 현실화 83
3) 심리학적 표지의 구체적 명시 84
4) 명정행위의 특수성 인정 85
나. 형사소송법상의 감정관련 규정 개선 86
1) 현행 규정의 보완 86
2) 전문감정 결과에 대한 존중 87
제5장 결 론 89
참고문헌 93
Abstract 99
1. 형법상 심신장애 판정의 문제는 책임원칙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논의 대상이다. 근대 형법의 합리성 프로젝트는 국가 형벌권의 한계를 책임능력과 책임범위를 기준으로 확정지은 것이다. 책임능력은 형벌을 고려할 수 있는 조건으로 작용한다. 형벌의 근거와 한계를 확정하는 것은 책임 그 자체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생각하면 책임능력의 문제는 형벌의 절대적인 조건을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인간의 행위를 평가할 때 결정론과 비결정론의 심각한 논쟁이 지속되어 왔다. 오늘날 새롭게 등장하는 정신분석학과 심리학, 그리고 신경의학의 성과는 과거 결정론과 비결정론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 형법에서 취하고 있는 이론적인 토대는 소위 ‘제한적 비결정론’이라고 할 수 있다.
제한적 비결정론에 따르면 심신상실과 심신미약 두 가지 요건에 의하여 형법상의 개입 전제인 책임무능력과 한정책임능력을 평가하게 되고, 그 두 가지 조건 중 한 가지가 충족되면 형법은 개입근거를 잃게 된다. 이와 같은 구상에 따르면 책임능력 조항은 형사사법 기관의 개입 한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특히 형법 제10조 제1항과 제2항은 소위 ‘심신장애로 인한 변론조항’(Insanity Defence)로서의 기능을 담당한다. 역사적으로 정신장애자의 처우는 비인권적으로 행사되기 쉬웠다. 정신병자로 낙인찍히게 되면 근거 없이 격리되거나 비인간적인 처우를 감당해야 했다. 종교적인 박해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으며, 무리한 구금과 감금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신장애자들의 이상행동들은 정상인(?)의 이해를 얻기가 힘들었다.
2. 형법적으로 범법정신장애자들의 행위는 정상적인 행위와 구분이 분명하지만, 그 정신장애 정도의 확인은 매우 전문적인 견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범법정신장애자들의 행동과 범죄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순간적인 충동에 의해 조절하기 힘든 상태에서 자행된 행위의 경우, 형사사법기관에 순순히 자신들의 범죄에 대해 자백 또는 자수하는 경우도 다수 발견된다. 문제는 이러한 정신장애자들의 행위가 순수한 의미에서 범죄로서의 적성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만일 심리학적인 충동에 의하여 순간적인 범행을 저지렀지만, 형법적인 의미에서의 규범위반이나 ‘범죄’로 분류될 수 없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범법정신장애자를 처벌하는 것은 손쉬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처벌은 형법 본래의 의미에서 벗어난다. 오히려 잘못된 법집행으로 판단할 수 있다.
범법정신장애자를 판정하는 문제는 결국 형법 제10조의 해석에서 나와야 한다. 그러나 우리 형법 제10조 제1항과 제2항의 규정은 섬세한 기준이 되기엔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다. 먼저 우리 형법 제10조 제1항에서 제시하는 ‘심신상실’의 실질적인 내용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이다. 또한 주요 교과서들에서는 이견 없이 제시하는 ‘생물학적-심리학적 표지’의 실질적인 의미를 생각한다면, 우리 형법 제10조 제1항과 제2항은 조금 더 구체적인 의미로 기술되면 좋겠다.
3. 외국의 유사한 규정을 살펴보면, 우리와 문언상으로는 근접하지만 그 실질적인 해석과 적용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독일형법의 경우는 1975년 개정된 형법 제20조에서 정신병, 심각한 정신질환, 지능의 부족함, 기타 정신적인 결함이 예견되는 증세와 사물을 변별할 수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경우로 세분화하고 있다. 이 세분화된 개정 법률의 직접적인 효과로 그 동안 심신장애로 구분되기 힘들었던 순수 심리학적인 표지에 따른 행위인 ‘격정행위’(Affekttat)를 현실화한 판결도 눈에 띄인다. 그러나 독일 역시 관행적으로는 심각한 정신병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지 않으면,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전통적인 ‘맥나튼 룰’에 따라 ‘선악판단’이 주요 기준으로 작용하였다. 잠시 ‘더램 룰’이 제시되기는 하였지만 맥나튼 룰은 아직도 미국 형법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된다. 최근 독일 형법의 규정과 유사하게 모범형법전에서 소위 ‘AL Test'를 주장하는 문언이 제시되기는 하지만, 모범형법전은 단지 연방의 권고안일 뿐이고 실질적인 해석기준으로 사용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파악된다. 중요한 특징 하나는 미국과 영국의 경우는 심신장애 자체를 규범적인 판단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소송적격의 문제로 본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심신장애 또는 심신미약의 주장이 제기되고, 전문 감정인들의 견해가 이를 긍정한다면 법원에서 심리할 수 있는 권한이 처음부터 없는 것으로 해석한다. 보안처분이 범죄를 전제로만 행사되는 우리나라나 독일의 경우와 달리 일반시민들에게도 독립적으로 작용하므로, 미국의 경우는 법원에서 심리할 수 없는 범법정신장애자들에 대한 처우가 곧바로 치료보호소로 넘어가게 되는 체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와 유사한 문언을 가지고 있지만 매우 간략하게 형법 제39조에서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형법학자들의 설명은 ‘심신상실’이라는 용어에 생물학적 표지와 심리학적 표지가 혼합되어 있으므로 처음부터 독일 형법 제20조의 구정처럼 해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 형법의 수차례에 걸친 개정과 개정가안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추측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우리 형법 제10조 제1항과 제2항의 문언은 일본형법가안 중의 한 가지를 채택하여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판례에서 적용되고 있는 일본의 심신장애 판정의 다양성은 일본 학자들의 주장처럼 동시에 고려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4. 규정상의 문제와 관련하여 생각해봐야 하는 사항은 형사소송법상 감정인의 지위에 관한 문제이다. 현재 통설적인 태도는 감정은 임의적이며, 감정인의 결과는 증언의 예에 따라 결정한다. 그러나 감정의 범위에서 정신장애판정을 위한 전문 감정을 포함시켜야 하는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감정은 정신 감정과 완전히 다른 위조지폐의 식별이나 교통사고시 기능적인 결함의 감정처럼 법규적인 근거가 다소 미약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형사법정에서 피고인의 정신장애가 문제된다면, 이 사안은 형법 제10조 제1항과 제2항에서 요구하는 형벌자제 명령에 직접 대상이 된다. 또한 책임능력 평가는 피고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감정인의 지위를 구체화하여 정신감정의 경우는 다른 규정을 두고 있는 국가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처럼 동일하게 법관의 재량에 따라 감정을 유치시키고, 법정에서의 태도만을 중심으로 감정결과를 평가하는 것은 자칫 범법정신장애자들의 판정에 주관적인 편견이 포함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순간적인 격정에 의한 범죄나 명정행위 등은 법정에서의 태도만으로는 도저히 그 책임능력 부존재를 인정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는 감정증인의 소송법상의 지위를 조금 더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5. 형법상 책임무능력과 한정책임능력을 결정하는 것은 형법상 심신상실과 심신미약의 기준을 구체화하고 형사소송법상 감정에 대한 의미를 보다 합리화하여 시도할 때에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형법 제10조에서는 가장 구체적인 정신장애의 사례나 심리적 공황에 따른 요소들이 현대 정신의학의 도움으로 확보될 수 있어야 하고, 형사소송법상으로도 전문 정신감정인의 지위가 소송에 좀 더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결국 심신장애 판정을 효과적으로 해줄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배려는 당연히 정신보건법이나 기타 범법정신장애자관련 법률이 형법과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범법정신장애자로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도 더 이상의 사회적 위험성이 발생할 수 없도록 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부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