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9
제1장 서 론 15
제2장 이론적 배경 21
제1절 갈등의 원인 22
제2절 갈등의 발전과 그 조건 26
1. 갈등의 강도와 폭력성 27
2. 갈등의 지속기간 32
제3절 갈등의 결과 33
제3장 한국사회의 갈등구조 37
제1절 경제적 차원 40
1. 노사갈등 41
2. 의료갈등 46
3. 계급갈등 55
제2절 정치적 차원 62
1. 이념갈등 63
2. 지역갈등 69
3. 사법갈등 74
제3절 사회적 차원 81
1. 세대갈등 81
2. 성별갈등 87
3. 환경갈등 91
제4장 90년대 이후 국내 신문기사에 나타난 갈등구조: 내용분석을 중심으로 99
제1절 연구방법 99
1. 분석단위의 선정 99
2. 표본의 선정 102
제2절 주요 갈등과 그 변화추이: 90년-95년 갈등기사의 전수조사 103
제3절 갈등의 강도, 조건 그리고 갈등을 보는 시각: 90년 이후 동아일보기사 표본조사 114
1. 표본기사의 일반적 분포: 빈도분석 115
2. 연도별 갈등의 분포와 중첩구조 118
3. 갈등의 강도와 폭력성 123
4. 갈등을 보는 시각 128
제5장 요약 및 결론 133
참고문헌 139
영문요약 143
이 연구는 갈등에 대한 고전적인 논의들을 살펴보고 이러한 논의에서 한국사회의 갈등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차원의 세 가지 갈등의 차원들을 통해 한국사회에 드리워져 있는 중요한 갈등들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기존의 국내문헌에 대한 연구들을 통해 세 차원에서 각각 세 가지의 갈등유형을 도출하고 이들의 실태에 대해 살펴보았으며, 1990년 이후는 국내의 신문기사들에 대한 내용분석을 이용하여 경험적 자료를 통해 한국사회의 갈등구조와 이것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문헌 연구를 통해서 살펴 본 한국사회의 주요 갈등들은 크게 계급갈등, 노사갈등, 의료갈등, 이념갈등, 지역갈등, 사법갈등, 세대갈등, 성별갈등, 환경갈등의 9가지였으며, 이들은 나름대로 최근 한국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분야의 갈등들을 대표하는 것이다. 따라서 내용분석에서도 이러한 9가지 갈등을 중심으로 분석이 진행되었으며, 이러한 여러 가지 논의를 통해 나타난 결과를 갈등의 유형별로 요약하면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노사갈등의 경우, 1960년대와 70년대의 노사갈등이 주로 여성근로자를 중심으로 하여 기본적인 노동자의 생존권을 쟁취하려는 소극적인 움직임이라고 본다면, 80년대의 노사갈등은 독점대기업의 정규직 남성노동자들이 기업의 이윤에서 더 많은 것을 분배받으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으며, 1987년 이후의 노사갈등은 임금인상과 함께 전문화되고 분업화된 노동조직의 등장과 이들의 정치화, 이념화에 의한 노동현장을 초월하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노사갈등은 단일한 차원을 넘어서서 다양한 다른 차원들(이념적, 정치적 차원들)과 중첩되어 더 문제가 심각해지는 경향을 나타냈지만, 외환위기 이후 생산설비의 유연한 이전이라는 카드를 쥔 기업주들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고 있다. 따라서 향후 한국사회에서 노사갈등은 점점 그 입지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의료갈등의 경우, 의료보험제도의 시행과, 2000년 의약분쟁을 겪으면서 나타난 의료집단의 집단이기주의와 전문가집단으로서의 자격에 걸맞지 않는 행동, 의료서비스 소비자들의 권리의식 향상, 그리고 의료피해자들의 자구노력과 시민운동으로의 성장 등의 요인들은 급속히 의사-환자의 관계를 과거의 권위-복종의 관계에서 동등-거래의 관계로 바꾸는 결과를 낳았다. 이것은 또한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과 이로 인한 피해자집단의 결집, 그리고 의료지식의 보편화가 도래되었고, 이것은 의사-환자 관계의 급속한 재편을 요구했다. 따라서 과거에는 몰랐기 때문에, 또는 의사의 권위에 의해서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많은 의료피해들이 속속 수면위로 나타나면서 이제 우리나라의 의료갈등은 매우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계급갈등의 경우, 성장위주의 경제개발과 이로부터 파생된 특정 집단의 부도덕과 부동산투기로 인해 한국사회에서는 천문학적 수준의 불로소득이 만들어졌으며, 이로 인해 열심히 일해도 먹고살기 어려운 빈곤계층과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기에 지장이 없는 부유층을 만들어 졌지만, 파이의 크기가 증가하면서 상당수의 중산층도 생겨나고 모두가 기아선상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모두 잘 살게 되었다는 심리적 만족감이 존재하면서, 과거에는 계급갈등이 비교적 적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급속하게 파이가 작아지면서, 급속한 계층양극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것은 향후 한국사회에서 계급갈등을 폭발적으로 나타나게 만들 여지를 높이고 있다.
넷째, 이념갈등의 경우, 한국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출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에서 찾기 어려운 폭력적인 이념갈등이 존재한다. 이것의 상당부분은 군사정권시대의 아픈 과거에서 기인하지만, 어찌 됐든 보수가 주도권을 잡든 아니면 진보세력이 주도권을 잡든 이념갈등은 지금 현재까지도 매우 거칠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 이념갈등은 계급갈등이나 지역갈등, 노사갈등 등의 여러 갈등과 또한 중첩되어 나타나고 있으며, 이것은 그 갈등의 강도를 증폭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이념갈등은 그 자체로 비현실적인 갈등이며, 이런 비현실적인 갈등은 항상 폭력적이다. 여기에는 군사정권이 이념을 지키기 위해 진보집단을 하나의 희생양으로 삼은 불행한 역사가 저변에 놓여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다섯째, 지역갈등의 경우, 한국에서 지역갈등의 원인은 보다 오래 전부터 유래된다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을 심화시킨 것은 경상도 출신의 군사정권에 의한 경제개발과정에서의 호남소외와 인사불평등, 그리고 1980년의 광주항쟁 등의 객관적 촉진요인이 존재했다는 점이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원인은 특정지역에 대한 편견과 그것을 악용해 온 정치인들이 존재했다는 데 있다고 하겠다. 최근 노무현정부의 등장과 함께 지역갈등은 다소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지만, 지역이라는 키워드를 대치할 수 있는 세대와 같은 새로운 키워드가 훨씬 강해질 때 지역갈등은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여섯째, 사법갈등의 경우 로스쿨이 그 갈등의 핵심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따라서 각 이해집단의 명운이 갈리기 때문에 매우 첨예한 갈등상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변호사의 경우 로스쿨에서 변호사를 양산하게 되면, 사건수임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다녀야 할 것이고 그들의 수입은 과거에 비해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점에서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반면 로스쿨 설치의 안정권에 든 대학들은 1,200명 정도의 정원제한으로 로스쿨을 만들게 되면, 완벽하게 법학교육의 명문으로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이지만, 그렇지 않은 대학들은 법학과의 존폐문제가 거론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은 정원의 대폭 확대를 바라는 시민단체와 함께 정원확대를 통해 로스쿨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또한 그 이면에는 법률서비스를 비싼 값에 제공하는 특권층과 이것을 비싼 값에 구매해야 하는 일반대중의 갈등이 놓여있다.
일곱째, 세대갈등의 경우, 과거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노무현정부의 등장과 함께 제도권에 진출한 386세대에 대해 기성세대들의 눈길이 매우 차가운게 작금의 현실이다. 반면 최근의 N세대들은 오히려 비정치적이다. 이들은 이념이나 정치에 별다른 관심을 표출하지 않는다. 오히려 훨씬 사소할 수도 있는 보다 작은 사건이나 이슈에 대해 촛불시위나, 사이버시위 등으로 훨씬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그러나 이들이 사회에 진출할 즈음에는 불행히도 높은 수준의 실업율과 싸워야 하고, 지금처럼 높은 청년실업율이 계속된다면, 아마도 이 N세대들이 기성세대들에게 제한된 일자리를 나눠달라고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사회의 세대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 틀림없다.
여덟째, 성별갈등도 역시 세대갈등과 유사하게 우리 사회에서 그리 중요한 갈등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의 성별갈등은 아마도 보다 많은 영역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여성의 지위는 점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동안 여성들이 미처 주장하지 못했던 불평등한 권위관계 부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문제에 대해 보다 많은 여성들이 문제제기를 할 것이며, 그 외에도 직장에서의 성별로 평등한 승진기회, 사회적으로 평등한 복지지원, 부계중심의 많은 관행의 지양, 모성보호를 위한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향후 이러한 남녀 간의 갈등구조는 사회전반의 쟁점에 걸쳐 광범위하게 일어나게 될 것이다.
아홉째, 환경갈등의 경우, 1990년대 민선 자치단체장의 등장과 함께 우리사회의 큰 이슈가 되었다. 초기의 환경갈등은 ‘우리’ 지역에 쓰레기장이나 방폐장 건설 등에 반대하는 방어적 갈등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의 환경갈등은 보다 공격적이고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이제부터는 환경갈등에서도 이념이나 보다 폭넓은 사람들을 포섭할 수 있는 슬로건이 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환경갈등의 빈도는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권위주의 정부시절에 제목소리를 못 내고 희생을 강요당하면서 지내던 시민들이 과거와는 달리 앞으로 훨씬 더 높은 정치적, 사회적 권리의식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환경갈등의 강도는 오히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현재의 과도기적 갈등현상을 경험한 후에는 상당수의 갈등들은 아마도 제도화된 형태로 표출될 것이다. 예를 들어 사업추진 초기에 참여한 주민대표들은 회의에서 아마도 제목소리를 내게 되겠지만, 그 갈등의 강도는 훨씬 낮아질 것이다.
이상의 논의에서 많은 갈등들이 한국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양적으로 중요한 갈등은 이념갈등과 함께 노사갈등과 성별갈등, 지역갈등이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들지는 않지만, 세대갈등은 그 강도에서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 외에도 노사갈등이 생산설비의 해외이전이라는 무기를 손에 쥔 사측의 일방적 승리에 의해 점점 줄어드는 갈등이라면, 성별갈등은 여성의 급격한 지위향상에 의해 점점 강해지는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계급갈등이나 사법갈등 환경갈등은 이들이 점점 증가일로에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사회의 중요한 갈등현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외환위기 이후로 점점 양극화되어 가고 있는 한국의 계층구조는 계급갈등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매우 복잡한 이익집단들이 생존권을 놓고 싸우고 있는 사법갈등은 당분간 중요한 갈등의 한 축이 될 것이고, 그리고 점점 높아지는 생활의 질과 시민권의 성장은 환경갈등의 빈도를 더욱 증가시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갈등에서 폭력이 개입되는 경우는 계급갈등, 세대갈등, 성별갈등의 순으로 자주 개입되고 있었지만, 그 개입의 비율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최근으로 올수록 점점 개입비율은 줄어들었다. 그리고 갈등을 보는 시각도 과거 군사정권 시대에 비해서 최근으로 올수록 점점 비우호적으로 보는 시각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볼 때 한국사회에서 갈등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소수집단의 권리신장과 시민권의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오히려 더 많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소수집단들이 이제 민주주의의 시대를 맞아서 급속하게 제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권위적인 정부에 대항하여 시민들이 제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몫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