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11
제1장 서 론 23
제1절 연구의 목적과 범주 23
제2절 연구 방법 25
제2장 목격자 증언에 관한 이론적 고찰 27
제1절 범인식별 절차(identification procedure) 27
1. 범인식별의 개념과 기법들 27
2. 제시 방법 28
3. 복수 면접(lineup)의 구성 32
4. 식별 절차의 진행 35
제2절 목격자 면담 기법 36
1. 경찰 면담의 문제점 36
2. 인지면담(Cognitive Interview) 39
3. 향상된 인지면담(Enhanced Cognitive Interview) 41
4. 단축형 인지면담 43
제3장 목격자 증언에 관한 실태 조사 49
제1절 조사의 목적 및 방법 49
1. 조사목적 49
2. 조사대상자 49
3. 질문지 50
4. 조사방법 50
제2절 범인식별 실태 52
1. 범인식별실의 이용 실태 및 범인식별의 경험 52
2. 범인식별 절차의 실태 54
3. 범인식별 절차에 대한 인식 58
제3절 목격자 면담실태 61
1. 목격자 면담 교육 실태 61
2. 목격자 면담의 실태 63
3. 목격자 면담에 대한 인식 75
4. 소 결 76
제4장 범인식별 절차에 관한 실험 연구 81
제1절 실험 목적 및 실험 가설 81
1. 실험 대상자 82
2. 실험 처치 및 시나리오 82
3. 측정 도구 및 분석 83
4. 실험 절차 85
제2절 연구방법 82
1. 실험대상자 82
2. 실험 처치 및 시나리오 86
3. 측정 도구 및 분석 83
4. 실험절차 85
제3절 연구 결과 86
1. 각 요인 별 피험자의 구성 86
2. 조작 검증결과 87
3. 남녀 성차에 따른 식별율 차이 검증 87
4. 표적 대상의 유무, 비편향된 지시문의 유무, 라인업방식에
따른 식별율의 차이 89
5. 표적 대상 유무와 라인업 방식에 따른 식별율의 차이 90
6. 표적 대상의 유무와 비편향된 지시문의 유무에 따른
식별율의 차이 91
7. 정확율과 오류율에 대한 각 변량들의 주효과 93
8. 소 결 94
제5장 목격자 면담 및 용의자 식별에 관한 매뉴얼 97
제1절 범인식별 절차 97
1. 매뉴얼의 사용 97
2. 사진첩과 실물 들러리의 준비 99
3. 목격자의 교육 101
4. 식별절차의 진행 102
제2절 목격자 면담 104
1. 매뉴얼의 소개 104
2. 면담 이전에 고려할 사항과 준비 105
3. 면담의 도입 107
4. 회상의 1단계-모든것 진술하기와 맥락회복하기 109
5. 회상의 2단계-구체적 질문하기 111
6. 회상의 3단계-순서 바꾸기 111
7. 면담의 종결 112
제3절 제도적 제언 113
1. 복수면접을 위한 들러리들(foil)의 데이타베이스화 113
2. 물리적 환경의 개선 114
3. 심도있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의 마련 115
참고문헌 117
영문요약 129
부록 : 설문지 135
1. 문제제기 및 연구목적
목격자는 사건 해결에 있어 실마리가 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기도 하고, 범인 체포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므로 목격자 증언의 중요성은 모든 경찰 수사관들이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목격자의 증언에 의해 진범이 아닌 사람들이 유죄 선고를 받게 되는 경우가 밝혀지면서 목격자 증언이 가지는 신뢰성에 관해 의문이 제기되었다.
Huff, Ratter, 그리고 Saragin(1986) 등의 조사결과는 미국에서 매년 부정확한 목격자의 증언으로 인해 발생하는 판결오류가 약 3,000여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만을 놓고 보면 목격자 증언은 법정에서 채택할 수 없는 위험하고도 신뢰할 수 없는 증거처럼 보여 진다. 그러나 목격자 증언에 관한 다른 연구들은 이러한 목격자 증언의 오류가 수사관의 편향된 질문이나, 적절치 못한 용의자 지목 절차 등과 같은 시스템 변인의 결과이며, 사법 시스템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표준화된 절차들을 사용하여 목격자의 증언을 얻는다면 그 결과는 보다 정확하고 신뢰로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목격자 증언의 정확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은 크게 평가변인(estimator variables)과 시스템 변인(system variables)으로 구별된다. 평가 변인(estimator variables)은 목격자의 성별, 지능, 연령, 성격 특성, 범인의 외모 변화, 무기의 존재 여부 등과 같이 제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사실들을 포함한다. 이에 반해 시스템 변인(system variables)은 크게 범인식별에 관한 부분과 목격자 면담에 관한 부분으로 나눌 수 있으며, 사건 이후, 사법 제도상의 절차에 의해 목격자가 영향 받게 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본 연구는 제도적으로 통제 가능한 시스템 변인에 초점을 맞추어 현재 국내의 일선 경찰 수사관들이 사용하는 범인식별 절차 및 목격자 면담상의 문제점과 그 대책에 관해 제언하고, 국내 현실에 적합한 범인식별 및 목격자 면담 기법의 매뉴얼을 제시하여, 경찰 수사 단계에서 목격자 증언의 정확성을 제고하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2. 연구방법
본 연구는 국내외의 문헌 고찰과 실험실 실험, 심층 면접에 의해 진행된다. 2장과 3장, 4장은 각각 별도의 연구 방법으로 수행되었다. 2장은 문헌연구, 3장은 경찰인터뷰 4장은 실험실 실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5장의 매뉴얼을 위한 이론적 배경 및 실증 자료로서의 구실을 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독립적인 연구목적과 결과를 가지고, 목격자 증언의 정확성을 제고하는데 함의를 제공할 것이다.
3. 이론적 배경
가. 범인식별절차(identification procedure)
범죄 수사에서 식별절차(identification procedure)란 피의자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밝히거나, 법원에 제출된 증거물이 범죄와 관련성을 갖는다는 것에 대해 입증하는 것으로 지문, DNA 분석 등과 같이 자연과학적 방법에 의한 식별절차와 목격자나 피해자의 증언 등과 같은 사회과학적 방법에 의한 식별절차로 나눌 수 있다.
이중 목격자에 의한 범인식별은 DNA 분석과 같은 과학 기술이 발달하기 이전부터 사용되어 오던 방법일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타의 물리적 증거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에 혹은 다른 증거들과 더불어 중요한 증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제시방법이란 복수면접에서 어떤 방식으로 목격자에게 용의자를 보여주는가 하는 것이다. 실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별(live lineup)이건 사진에 의한 식별(photographic lineup)이건 간에 제시 방법에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 연구자들간에 논란이 되는 부분은 동시적 제시방법(simultaneous procedure)과 순차적 제시방법(sequential procedure) 중에 어느 쪽이 더 정확한가 하는 점이다. 한명의 용의자와 용의자를 닮은 사람들(foil, fillers)을 한 방에 일렬로 세우고 일면경을 통해 목격자가 그들의 모습을 살핀 후 범인을 식별하는 제시방법을 동시적 제시방법(simultaneous procedure)이라고 한다. 5명에서 8명의 구성원들을 한번에 보는 목격자들은 줄에 선 구성원들을 서로 비교하면서 범인을 지목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상대적 판단(relative judgment)이라고 한다. 상대적 판단이 가지는 문제점은 줄서기 구성원 안에 범인 없을 때에도 목격자는 구성원들간의 비교를 통해 비슷한 용모를 가진 누군가를 지목하려 한다는 것이다(Wells, 1984).
Lindsay와 Wells(1985)는 목격자가 상대적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을 감소시키기 위한 대안적 방법으로 순차적 제시방법(sequential procedure)을 개발했다. 순차적 제시방법은 한 번에 한 명의 구성원만을 목격자들에게 보여주는 방법이다. 이러한 한 번에 한 명 절차(one-at-a-time procedure)는 라인업안에 범인이 없음에도 목격자들이 범인과 가장 유사한 사람을 찾고자 하는 경향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순차적 제시를 하는 동안 목격자들은 절대적 판단(absolute judgement)과정에 의존하게 된다. 목격자들은 구성원 한명 한명을 자신의 기억속에 각인된 표적 대상과 비교하여 둘사이에 분명한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으면 지목하지 않는다.
범인식별 절차는 범인을 정확하게 지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고한 사람을 용의 선상에서 제외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때문에 높은 지목율은 높은 정확율 뿐 아니라 높은 오류율도 수반하므로 결코 우월한 제시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여러 가지 중재변인을 고려한 경우, 순차적 제시방법이 동시적 제시방법보다 지목의 정확률에서는 뒤지지 않으며,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할 오류율은 동시적 제시방식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차적 제시방식을 우월하게 만드는 중재변인에는 지시자 편향이 있다. 때문에 실험연구에서는 바로 순차적 제시와 동시적 제시방법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우월한지를 측정하고, 지시자 편향에 의해 순차적 제시의 우월성이 나타나는지 등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범인식별에서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점은 가짜 용의자, 들러리들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이 라인업의 구성에서 중요한 몇 가지 사항들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라인업의 구성에서 용의자가 들러리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아야 하고, 두 번째로 진짜 용의자들과 가짜 용의자들간에 차이를 없애는 것만큼 진짜 용의자와 가짜 용의자들을 너무 비슷하게 구성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즉 경찰은 가짜 용의자들을 선택할 때, 용의자와 닮은 사람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범인에 대한 목격자의 설명에 부합하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목격자들이 증언하는 범인의 외모는 매우 보편적이고,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예를 들어 키는 중간 정도, 얼굴이 검고, 눈이 작음 등) 라인업 구성원들의 외형적 특성은 어느 정도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
세 번째는 목격자의 범인에 대한 설명과 수사를 통해 검거한 용의자간에 인상착의가 많이 다른 경우, 목격자의 설명에만 의존해서 라인업을 구성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목격자들이 흉기에 의해 위협당했거나, 성폭행을 당한 경우 등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용의자의 모습을 왜곡되게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두 가지의 대안이 있다. 먼저 용의자의 모습과 목격자의 설명,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하여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수사 일선에서 행해지는 라인업 구성원들의 표준적인 외모로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이다.
식별 절차를 진행하면서 반드시 지켜져야할 두 가지 사항은 식별 절차를 진행하는 사람이 구성원 중에 누가 용의자인지를 몰라야 한다는 것이고, 지목 절차에 들어가기전에 반드시 목격자에게 ‘범인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주의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 목격자 면담기법
면담은 목격자 혼자만의 일방적인 인지과정(cognitive process)이 아니라, 면담자과 목격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정보를 얻어내는 역동적인 인지과정(cognitive process)이며, 면담자가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질문하는지에 따라 인출되는 정보의 양과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경찰들은 목격자 면담 과정에서 흔히 다음과 같은 잘못을 저지른다. 첫째, 목격자들의 말을 중간에 막아서 자유 진술을 끝마치지 못하게 한다. 둘째. 암시적이고 부정적인 질문을 많이 한다. 때문에 가치 있는 정보들이 손실되거나, 유도 질문에 의해 기억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Fisher & Price-Roush, 1986). 1980년대 많은 일선의 수사관들과 경찰관련 전문가들은 심리학적 연구를 기초로 한 과학적 수사면담기법을 개발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러한 필요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Ed Geiselman과 Ron Fisher는 면담절차 개발에 착수하였는데, 그 결과로 나타난 기법들을 총칭하여 인지면담(cognitive interview: CI)이라고 부른다. CI는 가능한 많은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한 다양한 인지기법들을 사용함으로써 피면담자의 기억을 향상시키려는 시도로 개발되었으며, 협조적인 목격자, 피해자 그리고 용의자로부터 이끌어낸 정보의 양과 질 모두를 증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인지면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이 면담은 크게 약호화 특수성 원리(encoding specificity principle; Tulving & Thomson, 1973)와 기억흔적의 중다요소 관점(the multicomponent view of the memory trace; Bower, 1967)과 같은 인지심리학의 두 가지 원리를 기초로 해서 만든 네 가지 기법들로 이루어져 있다. 즉, (1) 정신적 맥락회복(the mental reinstatement of context; CR), (2) 모든 것 보고하기(the report everything instruction; RE), (3) 순서 바꾸기(the recalling of events in a variety of different orders; RO), (4) 관점 바꾸기(the change perspective technique; CP) 등의 네 가지 기법을 통틀어 인지면담이라고 한다.
경찰현장에서 인지 면담을 효과적으로 실용화시키기 위해서 Fisher와 Geiselman(1992)은 기존의 기억원리들을 토대로 한 인지면담에 의사소통의 사회심리학적 원리-집중해서 듣기, 면담의 통제권을 피면담자에게 주는 등-를 통합시켜, 일련의 질문순서를 규정해 놓은 향상된 인지면담(enhanced cognitive interview, ECI)을 발표하였다. 즉, 향상된 인지면담은 기존의 네 가지 인지면담 기법과 면담자와 피면담자간의 의사소통 과정을 통합시켜 질문 순서와 주요 내용을 규정해 놓은 면담기법이다. 그러나 인지면담 사용에 대하여 일선 수사 현장의 수사관들이 가지고 있는 태도 및 선호도를 조사한 Longford(1996)는 수사관들이 인지면담을 유용한 것으로 인식하고는 있으나, 실제로 몇 가지 기법을 제외시키고 사용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즉, 일선 수사관들은 인지면담을 구성하고 있는 기법들 중 순서 바꾸기와 관점 바꾸기 기법을 제외시키고(Clifford & George, 1996; George, 1991), 모든 것 보고하기 또는 맥락회복 기법만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가장 최근에 개발된 단축형 인지면담기법은 관점 바꾸기 기법을 제외하고, 모든 것 보고하기+맥락회복+순서바꾸기 기법으로 구성되어 있다(.(Davis, McMahon, & Greenwood, 2005;김시업, 전우병, 김미영, 2006).
3. 경찰 인터뷰 결과
현재 서울과 경기 지역의 경찰서 및 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2년에서 20년까지 수사경력이 있는 경찰관 2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 하였다. 인터뷰에 사용된 반구조화된 질문지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걸쳐 작성되었다. 먼저, 영국과 미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목격자 증언에 관한 지침서와 그간의 국내외 연구논문들을 참고로 예비 조사 질문지를 작성하였다. 작성된 예비 질문지를 가지고 연구자들이 사흘에 걸쳐 5명의 경찰들과 각각 2시간 정도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예비 인터뷰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자들간에 협의를 통해 최종 인터뷰 질문지를 확정하였다.
첫째로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들은 범인식별 절차의 목적과 오류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의 효율성과 편의성만을 우선시하여 복수면접과 라인업 구성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 한국 식별절차의 현실이다. 경찰들의 일대일 면접에 대한 맹신, 전과자만으로 구성된 복수면접 등은 수사의 신속성은 담보할 수 있지만 그만큼 잘못된 결과를 야기할 위험을 안고 있으며, 법정에서의 증거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그러나 일선의 수사관들은 관행적으로 실시해온 식별절차가 어떤 문제점을 가지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목격자 증언에 대한 교육의 부족과 수사관 개인 경험에 대한 과신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인식의 문제와 아울러 범인식별이나 목격자 면담에 대해서 검증되고 심도 깊은 교육이 전무하기 때문에 일선의 수사관들은 자신이 스스로 터득 하거나 선배들로부터 이어져온 관행대로 식별절차를 진행하고, 목격자를 면담한다고 할 수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목격자가 진술하는 내용을 확신하는 경우, 이를 믿는다는 수사관들이 많았고, 면담에 필수적인 지시사항들-아는 것은 빠짐없이 말해 달라, 추측해서 말하지 말라, 질문을 모르겠으면 다시 물어 달라 등-이 면담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많았다. 또한 목격자의 회상을 돕기 위한 기법이나 목격자의 자유진술이 가지는 중요성 등에 관해서도 알지 못했다. 특히 많은 응답자들이 면담교육의 필요성을 목격자의 정서적 측면을 다루는데 둔 까닭은 면담 과정의 상호작용에 의해 보다 많은 정보가 인출될 수도 있고, 왜곡될 수도 있다는 심리학적 배경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범인식별 및 목격자 면담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은 수사관에게 적절한 절차와 상황에 따른 행동 요령을 가르치는 것 뿐 아니라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배경적 지식도 교육에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인식의 변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독립된 면담실이 부족하고, 일면경방의 시설이 정확한 식별절차를 진행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동시적 제시를 위해서는 6명에서 8명 정도의 성인이 횡으로 늘어서고 일면경을 통해 목격자가 한눈에 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찰서에 설치된 범인식별실의 경우, 일면경이 작은 관계로 2, 3명 정도의 성인이 서있는 모습밖에 확인할 수 없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식별실이 위치한 건물의 내부구조에 목격자나 피해자가 피의자와 마주치지 않고 출입할 수 있는 별도의 복도, 출입문, 대기실이 없으므로 라인업 구성원을 한명씩 순차적으로 제시하기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일선의 식별이 사진 위주로 이루어지는 이유도 이러한 물리적 환경의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면담실의 경우, 각 경찰서마다 진술 녹화실이 마련되어 있으나 주로 성폭행 피해자나 어린이들의 증언을 녹화하기 위해 활용된다. 때문에 진술 녹화실과는 별도로 집중적으로 면담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의 확보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4. 실험연구결과
이론적 배경에서 언급한대로 표적 대상의 유무와 비편향된 지시의 유무가 순차적 제시방법과 동시적 제시방법의 정확율과 오류율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실시하였다. 조사 대상자들은 서울 시내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 299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본 실험의 설문은 진행자의 지시(편향된 지시/비편향된 지시), lineup 방식(동시적/순차적)의 세 차원을 조합한 요인 방안(2×2×2) 설계에 따라 작성되었다. 8가지의 서로 다른 시나리오를 자극물로 사용, 피험자간 설계(between-subject design)로 실험을 실시하였으며 실험에서 처치한 자극물에 대한 조작검증(manipulation check)을 실시하고자 조작검증 문항 3가지를 사용하여 검증하였다. 그리고 종속변인으로는 표적 식별율을 측정하기 위해 얼마나 정확하게 식별하는지(정확률)와 식별에서 얼마나 오류가 적은지(오류율)를 측정하였다. 모든 척도는 5점 척도로 구성하였다. 통계분석은 spss 12. 0버전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본 실험이 일선의 수사현장에 던지는 함의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순차적 제시방식은 진범을 정확하게 지목하면서도 범인이 아닌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식별절차에 있어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일선에서는 식별절차를 실시하고자할 때, 순차적 제시방식을 동시적 제시방식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둘째, 진행자의 비편향적 지시도 목격자로 하여금 범인이 아닌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오류를 방지하는데 효과가 있다. 결과적으로 가장 좋은 식별절차는 순차적 제시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진행자가 ‘이안에 범인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비편향적 지시를 하는 것이다. 결국 본 실험결과는 절차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것이 식별의 정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일선의 수사관들이 규정을 따르고 지키는 것은 범인식별의 증거가치를 높이고, 범인을 신속하게 검거하며, 무고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리는 사태를 방지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5. 사회적, 정책적 시사점
매뉴얼은 비록 현실을 고려하여 작성되었지만 궁극적으로 식별절차는 엄밀한 과학수사를 통해 한명의 용의자만을 특정하고, 순수하게 들러리가 되는 사람들과 같이 제시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일반인들의 사진과 연락처, 신체적 특성을 확보하여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영국에서는 자원한 사람들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보관했다가 필요한 경우, 그들에게 연락을 취한다. 자원자들이 식별절차에 참여하는 경우, 소액의 사례금이 지급된다. 또한 용의자가 특별히 키가 크거나 몸집이 큰 경우에는 수사관들이 직접 대학의 운동부를 돌면서 자원자를 모집하고, 식별절차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사례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일반인들이 복수면접에 참여하는 경우, 행정 처분이나 사례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마련해서 과학적인 범인식별 절차를 위한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라인업 구성원들의 표준적인 외모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여 그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들의 사진이나 연락처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이론적 배경에서도 언급 했듯이 목격자의 범인에 대한 설명과 수사를 통해 검거한 용의자간에 인상착의가 다른 경우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목격자들은 용의자의 모습을 왜곡되게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라인업 구성원들의 표준적인 외모로 라인업을 구성해야 한다.
목격자 면담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범인식별실을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현재 경찰서마다 진술 녹화실이 마련되어 있으나 주로 성폭행 피해자나 어린이들의 증언을 받기 위해 활용되고, 숫적으로도 부족하기 때문에 진술녹화실과는 별도로 집중적으로 면담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을 다수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비디오를 이용한 식별도 다수인데, 현재 국내에서는 이러한 장비나 기술이 보편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각 경찰서마다 설치된 진술 녹화실의 시설과 녹화기기를 활용한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즉 복수면접을 위한 들러리(foil)만 확보된다면, 비디오 기기의 사용법을 숙련하여 비디오 식별을 실시하는 것이 매우 효율적일 수 있다. 비디오 식별은 사진식별보다 정확하고, 실물식별에 비해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므로 목격자나 들러리들이 편한 시간에 식별에 참여할 수 있다.
경찰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일선의 수사관들은 선배로부터 전수받은 방법이나 자신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방법대로 면담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잘못된 상식이나 자신의 고정관념을 그대로 신봉하는 수사관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원인은 면담에 대한 교육이 실시되고는 있으나 매우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므로 경찰들의 실제 수행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보다 많은 시간과 보다 많은 전문가가 동원된 장기간의 교육이 필요하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면담이나 식별의 행동지침만을 가르치는 것보다 그에 관련된 배경지식도 같이 교육하는 것이 휠씬 효과적이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형식적으로 한 회기당 2시간 정도의 행동지침만을 교육 받은 수사관들에게 수행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특히 식별에 관해서는 거의 교육이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교육 프로그램은 학급당 학생의 수, 교육시간, 강사진 등 여러 가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인지면담기법이 효과적으로 훈련되기 위해서는 학급 크기가 8명 이하이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Shepherd, 1986). 왜냐하면, 한 명의 훈련자가 8명 이상의 사람들을 한꺼번에 모니터하면서 언어적, 비언어적 행동을 촉진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내용에 있어서도 단순히 선진 각국의 기법이나 이론만을 소개하는 것에 그칠 경우, 현실과 괴리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경찰들의 수행에 변화를 줄 수 없다. 따라서 심리학, 사회학, 경찰학, 법학 등 각계의 전문가를 참여시켜 현실과 접목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