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13
제1장 서 론 47
제1절 법적 갈등에서 현실적 갈등으로 47
제2절 회복적 사법에 관한 문제제기 49
제3절 연구의 목적, 범위 및 주요 연구내용 52
1. 연구의 목적 52
2. 연구의 범위 53
3. 주요 연구내용 54
제2장 회복적 사법의 이론적 기초 57
제1절 회복적 사법에 대한 이해 57
1. 회복적 사법에 대한 다양한 개념정의 59
2. 전통적 형사사법과의 구분 61
3. 피해자와 가해자의 통합 62
제2절 회복적 사법의 핵심적 개념요소 64
1. 자율성 64
2. 갈등의 해소 67
3. 범죄피해의 배상 68
4. 공동체의 역할 70
제3절 회복적 사법의 이념적․실천적 배경 72
1. 피해자의 재발견 73
2. ‘작은 국가’의 요구 75
3. 사인화의 경향 76
4. 형벌폐지주의적 접근방식 77
5. 공동체(community) 사상 78
6. 사법의 부담경감 79
제4절 회복적 사법에 대한 비판 81
1. 목표의 다양성과 불투명성 81
2. 적용범위의 불명확성 82
3. 평가기준의 불명확성 83
제3장 선진외국의 회복적 사법에 대한 법제와 실무 85
제1절 영미법 영역에서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모델 85
1. 미 국 85
가. 개념의 이해: 배상프로그램과 피해자-가해자-화해 프로그램 86
나. 회복적 사법의 법적 근거 87
다.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 프로그램 88
라. 알선조정 프로그램의 적용범위 91
마. 미국의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 91
2. 영 국 92
3. 뉴질랜드 94
가. 가족단위협의체 도입의 정책적 배경 95
나. 소년사법에서 가족단위협의체 95
다. 성인범죄에 대한 회복적 사법 99
제2절 대륙법계의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모델 101
1. 독 일 101
가. 소년법원법상 가해자-피해자-조정 102
나. 형법 제46a조의 가해자-피해자-조정과 손해원상회복 104
다. 형사소송법상 가해자-피해자-조정의 정착 106
라. 가해자-피해자-조정의 실무 108
마. 원상회복 및 가해자-피해자-조정의 문제점 110
2. 프랑스 111
가. 형사조정제도의 도입배경과 발전과정 112
나. 형사조정제도의 내용 115
다. 법원의 양형절차에서 형사조정의 효과 116
라. 형사조정의 절차규정 118
마. 프랑스의 조정프로그램의 특성 119
3. 오스트리아 120
가. 소년형법상 법원외적 범행조정 120
나. 성인형사법상 법원외적 범행조정 122
다. 법원외적 범행조정의 실무 123
제3절 각국의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 모델의 비교 125
1.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 모델의 공통점 125
2.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 모델의 차이점 129
제4장 회복적 사법과 전통적 형사사법의 관계 133
제1절 회복적 사법과 형사사법의 관계에 관한 입장의 차이 133
1. 문제제기 133
2. 대립관계 대 조화관계 134
3.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의 적용우위성에 대한 논쟁 137
제2절 회복적 사법과 형사사법의 관계정립 138
1.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과 사법의 관계 139
2. 강제와 자율의 공생관계 139
3. 국가의 보호의무와 수사강제주의 141
4. 정형성에 기초한 비공식적 갈등해소 142
5. 회복적 사법의 형사사법에 대한 우위 143
6. 형법에 의하여 통제된 사회적 평화 146
7. 회복적 사법과 형법적 법효과체계의 결합 147
제3절 餘論: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과 형벌목적 148
1. 문제제기 148
2. 규범적 차원의 형벌목적론 149
가. 응보론과 원상회복 149
나. 일반예방과 원상회복 151
다. 특별예방 153
3. 경험적 차원의 형벌목적론 154
가. 형법적 대응수단의 효과중심적 고찰 154
나. 사회통제이론 155
다. 형법적 대응수단의 대체가능성과 유연성 157
제5장 회복적 사법의 도입가능성 검토 159
제1절 현행법상 강제적 원상회복의 가능성 159
1. 배상명령제도 160
2. 형사재판상 화해제도 161
3. 배상명령과 형사재판상 화해의 문제점 163
제2절 현행법상 자발적 원상회복의 고려 164
1. 법원의 작량감경사유로서 형사합의 165
2. 검찰의 기소유예사유로서 형사합의 166
3. 사적인 ‘형사합의’의 문제점 167
제3절 회복적 사법의 도입을 위한 전제조건 168
1. 회복적 사법의 법제화를 위한 노력 168
2. 형사사법실무가의 인식전환 171
3. 인적․물적 기반의 구축 174
제6장 회복적 사법의 모델에 관한 구상 177
제1절 회복적 사법 모델의 윤곽 177
1. 회복적 사법 모델의 명칭과 형식 178
가. 회복적 사법모델의 명칭 178
나. 회복적 사법의 법제화 모델: 독자적 모델과 부수적 모델 180
다. 독자적 모델로서 형사조정의 일반적 진행절차 182
라. 형사조정절차 참가모델: 협의체모델 대 조정모델 184
2. 알선조정기관의 자격 187
가. 필요적 알선조정? 187
나. 조직상의 조건: 공공기관 대 민간기관 188
다. 알선조정기관의 제도화 문제 192
3. 알선조정자의 자질과 역할 192
가. 알선조정자의 자질 192
나. 알선조정자의 임무 196
다. 알선조정의 특수성 197
제2절 회복적 사법 실천모델의 실체법적 요건 198
1. 조정급부의 내용과 한계 198
가. 조정급부의 내용 198
나. 상징적 조정급부 199
다. 조정급부의 한계 202
2. 형사조정의 적용범위 203
가. 범죄구성요건 204
나. 모든 범죄구성요건으로 확대 205
다. 범행불법의 중대성 206
3. 형사조정의 법효과로서 형벌감면의 범위 207
가. ‘형사조정 성사’의 의미내용 208
나. 범행불법의 중대성과 예방적 관점 210
다. 필요적 형벌 감면의 기준 212
제3절 회복적 사법의 절차법적 일반조건 213
1. 수사절차상 형사조정의 절차종결의 형식 213
가. 현행법상 조건부 기소유예의 허용성 215
나. 형사조정과 관련된 조건부 기소유예와 무죄추정원칙 217
다. 형사조정을 고려한 조건부 기소유예의 신설방안 220
2. 공판절차상 형사조정을 고려한 절차종결의 형식 222
가. 정식절차에서 공소취소의 활용가능성 222
나. 공판절차 중간에서 법원의 공소기각의 활용가능성 224
다. 형사조정과 약식절차의 결합가능성 224
3. 회복적 사법을 장려하기 위한 절차규정 225
가. 법효과체계 속에서 우선조항의 신설 225
나. 형사사법기관의 고지의무 227
다. 피의자․피고인의 자백 여부 229
라. 피해자의 동의권 및 통제권 231
마. 알선조정자의 증언거부권과 증거능력 금지 233
바. 알선조정기관에 대한 정보제공 및 당사자의 정보보호 235
제7장 결어: 회복적 사법에 대한 평가와 전망 241
참고문헌 245
영문요약 261
제1장 서 론
책임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응보형법의 체계내재적 문제점과 1970년대 중반 이후로 재범연구의 결과에서 밝혀졌던 재사회화 사상의 실패는 기존의 형사정책에 대한 대안을 구하는 원인을 제공해 주었다. 전통적인 형법에 대한 정당성위기의 목소리는 범죄에 대한 새로운 대응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 형법에 대한 새로운 대응방식은 복잡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범죄사건을 법논리적으로 축소해버리는 기존의 방식에 반대하면서, 사건의 배후에 있는 가해자, 피해자 그리고 공동체의 갈등을 해소시키는 방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와 같은 건설적 범행해소의 접근방식으로서 오늘날 회복적 사법은 전통적인 형법에 대한 대안으로서 오늘날 선진 외국의 형사정책에서 그 의미가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회복적 사법의 사상으로 흘러들어오는 이념의 방향과 형사정책적 흐름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선진 외국의 회복적 사법 실무모델을 고찰해보면, 회복적 사법의 관념이 현행 법체계속으로 통합되어 있는 정도와 그 범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회복적 사법에 관한 다양한 관념, 구체적 실무전환 프로그램의 다양성 등을 고려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범죄에 대한 새로운 대응양식으로서 회복적 사법의 모델을 도입함에 있어서는 회복적 사법과 형법체계와의 관련성, 회복적 사법모델의 내용(회복적 사법의 절차, 피해자와 가해자의 역할, 알선조정자의 자질 등), 회복적 사법의 적용범위 등에 관한 문제점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회복적 사법의 이념의 구체적인 내용은 우리나라 형사사법의 실무에 확산되어 있지 못하며, 학계에서의 논의도 원론적인 차원에서만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의 형법질서에서 회복적 사법이 부여하는 의미는 무엇인지, 회복적 사법의 모델을 법제화할 것인지, 이를 긍정한다면 어떻게 법제화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이 연구는 전통적인 응보적 형사사법과 재사회화 형사사법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서 회복적 사법을 논의해야 할 필요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연구는 범죄를 둘러싼 갈등해소의 전략이 오늘날 회복적 사법의 도입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주장하고 있는 비공식적인 전략이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감정의 이성화”와 “갈등해소의 합리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회복적 사법의 기초가 정형화(Formalisierung)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하여, 회복적 사법의 도입을 둘러싼 다양한 법이론적 쟁점에 관하여 논의함으로써 회복적 사법을 형법질서에 편입시킬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장 회복적 사법의 이론적 기초
1. 회복적 사법에 대한 이해
현재 전세계적으로 학계와 실무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회복적 사법에 관한 논의를 보면, 회복적 사법의 구체적 개념내용에 관한 통일적이고 보편적인 개념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회복적 사법에 관한 단일하고 보편적인 개념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각국의 입법에서 회복적 사법에 관한 정확한 개념을 확정해 두지 않고 있으며, 회복적 사법의 실무전환 프로그램 자체도 비공식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이를 법정화하는 데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도 회복적 사법의 뿌리가 국가에 의한 법제화에 의하여 도출된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존재해 오던 갈등해결의 접근방식을 채용하였기 때문이다.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이라는 개념은 1977년 Albert Eaglash에 의하여 처음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복적 사법이란 일반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 또는 지역사회 구성원 등 범죄사건 관련자들이 사건 해결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피해자 또는 지역사회의 손실을 복구하고 관련 당사자의 재통합을 추구하는 일체의 범죄대응 양식”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회복적 사법은 범죄피해자를 포함시켜서 가해자와 범죄로 인하여 발생한 갈등의 해소와 그 손해의 원상회복을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방식을 포괄하는 선도이념 내지 메타개념(meta-concept)이다. 그러나 회복적 사법에 대한 분명하고 통일적인 개념정의는 지금까지도 확정되어 있지 않다. 예컨대 Braithwaite의 개념정의에서는 피해자가 중심에 위치하고, Llewellyn과 Howse은 사회적 관계와 사회적 동등성을 강조한다. 또한 Zehr는 범행당사자들간의 관계에 가치의 중점을 두고 있지만, 범죄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의 회복을 위한 의무”라는 요소를 강조한다.
회복적 사법은 과거지향적인 응보적 패러다임이 아니라 장래지행적인 회복패러다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금까지 형법을 지배해왔던 응보적 형사사법과 재사회화 형사사법은 국가형벌권과 범죄해소를 둘러싸고 국가형벌권과 행위자의 일면적인 관계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피해자나 공동체에 대한 관련성은 흠결되어 있다. 이에 반해, 회복적 사법의 이념에 따르면, 문제해결과 갈등해소가 중심이고, 상호간의 대화모델을 취하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공유성을 추구하고 해악적인 행위를 비난하며, 사법은 그 ‘성과’에 의하여 평가된다. 또한 가해자-피해자의 관계가 그 중심이 되고, 가해자의 행동의 결과에 대응하며, 가해자, 피해자, 공동체가 범행해소의 주역이 되고 형사사법의 전문가는 지원자 내지 원조자의 역할에 그치면서 피해자, 가해자, 공동체가 모두 승리한다는 전략을 추구하게 한다.
회복적 사법의 핵심적인 내용은 피해자, 가해자 및 공동체가 조정절차에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관점에서 범행의 상황과 결과를 표현하고 이로부터 책임의식과 상호간의 이해를 도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회복적 사법은 결과와 장래에 중점이 설정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평화의 달성여부는 어느 정도까지 사회적 평화가 새롭게 또는 다시금 구축되었는지에 달려있다. 이러한 맥락에 따르면, 범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확정하고 그 손해를 배상하는 것에 일차적인 목표가 두어질 수는 없다. 나아가 사회적 평화의 달성을 판단하기 위한 객관적인 기준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이행하는 손해배상에만 국한시킬 수도 없다. 물질적인 손해배상을 완전하게 이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범죄로 인하여 나타나는 피해의 사회적, 심리적, 정신적 관점을 무시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2. 회복적 사법의 핵심적 개념요소
회복적 사법의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특징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회복적 사법의 핵심적 개념요소로서 자율성, 갈등해소, 범죄피해의 배상, 사회공동체의 참가에 관하여 논의를 전개할 것이다.
현재 실무에 전환되었거나 실무에 도입하기 위하여 논의되고 있는 모델 또는 프로그램들간의 핵심적인 공통점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범행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자발성 내지 자율성은 억압 내지 강제성을 핵심적 요소로 포함하고 있는 전통적인 징벌적 형사사법과 분명하게 구분되는 회복적 사법이념의 고유한 특징으로 이해된다. 자율성이란 범행결과의 해결과정을 행위자와 피해자의 자율에 맡긴다는 것을 의미 한다. 이것은 회복적 사법의 실무전환프로그램에 참가할 것인지의 여부와 범행갈등에 협력할 것인지의 여부가 행위자와 피해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달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율성은 특히 행위자가 자신의 범행에 대한 책임을 자발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실증해 주는 것이며, 그 가치도 수동적인 강제성(예: 형벌) 보다 더 높다.
회복적 사법의 목표는 관점을 갈등사건에 국한시키고 인간을 중심에 위치시킨다. 갈등사건의 원인은 갈등 당사자들 간의 관련성에서 확정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피해자화와 피해자보호 조치 간에 발생할 수 있는 관련성 또는 가해자의 전과와 사회로부터 가해자의 격리간의 관련성 등은 이론적․실제적으로 회복적 사법의 내용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갈등개념은 당사자들이 공통의 맥락 속에 있고 이로부터 이해관계를 추구한다는 점과 결부되어 있다.
회복적 사법이념의 목표는 범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 내지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다. 여기서 피해란 단순히 물질적인 손해뿐만 아니라 비물질적인 손해(즉, 정신적․감정적 피해)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회복적 사법은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갈등해소와 손해회복으로만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사회적 함의도 고찰되고 있다. 이 점에서 회복적 사법에서는 범행갈등의 해소과정에서 공동체(community)의 역할이 강조된다. 회복적 사법에서 사회공동체의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는 사회공동체와 그 구성원이 사회공동체 내에서 발생한 범죄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요인들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범죄와 그 해결에 관한 분야에서 공동체의 개념을 원용하는 것은 나라마다 그 이해를 달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공동체의 개념이 매우 강하고 적극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적어도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사회질서의 유지와 관련한 적극적이고 참가적인 공동체의 관념이 지배되고 있다. 이에 반해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의 경우에는 역사적으로 형사사법의 영역에서 국가의 독점이 지배되어 왔고, 이러한 현상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으며, 공공질서와 형벌을 관한 모든 제도를 국가에서 관할한다. 따라서 독일에서는 공동체의 단위에서 공공질서를 유지한 경험이 거의 없으며, 내적 치안(innere Sicherheit)에 관한 과제를 자치단체나 지역사회에 이전하는 것을 자치단체의 고권에 대한 허용되지 않는 침해로 보는 견해도 있다.
3. 회복적 사법의 이념적․실천적 배경
회복적 사법은 다양한 철학적, 이데올로기적, 형사정책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첫째, 피해자의 재발견을 회복적 사법의 배경으로 지적할 수 있다. 피해자학은 형법상 사회적 현실을 파악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과정에서 사적 갈등을 재발견하였으며, 개인의 이익을 침해한 사건, 즉 형법상 사적 갈등으로 나타나는 사건에서는 실질적인 원상회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었다. 오늘날 각국의 형사정책은 형법은 한편으로는 배상적 요소를 강하게 고려함으로써 피해자의 보상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였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전래적인 형법체계 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자발적인 갈등해소를 증진시키고자 하였고, 심지어 최근에는 “형법 보다 더 나은 무엇”을 통하여 현행 형사사법체계를 완전히 대체하고자 하는 논의도 발견된다.
둘째, 회복적 사법이 태동하게 된 배경에는 국가적 관료주의의 불투명성과 행정행위의 비신속성도 있다. 규범의 홍수와 특히 행정과 사법의 비효율성은 시민들로 하여금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능력에 의문을 가지게 만들며,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적 행위 그 자체를 부정하도록 한다. 관료주의의 문제점들은 부분적으로는 지속적인 법제화의 피할 수 없는 결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법을 통하여 규범화된 영역의 지속적인 확장이나 증가로 인하여 모든 사회적 관계가 부담을 겪게 된다. 국가나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이 일차적으로 정책의 조종수단으로서 법에 향해져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셋째, 국가권력의 사인화에 대한 요구도 회복적 사법을 태동시키는 데 원인을 제공해 주었다. 국가적 관료주의와 행정행위에 대한 불신은 국가권력의 “탈국가화”및 이와 결부된 “사인화”에 대한 강한 요구로 이어진다. 여기서 사인화에 대한 요구는 형법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사인화에 대한 논의의 방향은 형법의 사회통제의 영역에 일반시민의 민주적 참가를 요구하고 있으며, 공동체에 중심된 새로운 유형을 사회조종수단을 구하고자 한다. 이러한 접근방식들은 회복적 사법의 경향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넷째, 형벌폐지주의적 접근방식도 회복적 사법의 태동에 적이 않은 영향을 끼쳤다. 형벌폐지주의란 형벌 또는 형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형사정책적 접근방식을 말한다. 형벌폐지주의자들은 대부분 윤리적인 견지에서 행동통제의 수단으로서 처벌에 반대한다. 형법폐지론자들에 의하면, 형법은 단지 억압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나쁜 법이며, 형법을 인도주의적으로 구성한다고 하여 나쁜 법이 좋아질 수 없다고 이해하고 있다. 또한 형법폐지론자들은 원상회복을 통하여 형법을 대체해야 한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특히 Christie는 국가의 제도가 분쟁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이 갈등을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전에 이미 당사자들에게서 이 갈등을 훔쳐버렸다고 주장하면서, 형사사법기관에 의한 범죄의 전문적인 취급을 대신하여 가해자와 피해자의 개인적인 만남을 통하여 양 당사자의 요구에 대한 물음과 그 가능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도록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다섯째, 회복적 사법에서는 공동체사상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범행 당사자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 대한 익숙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당사자들 간의 갈등해결을 보다 의미 있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단위를 기점으로 그 전략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은 서구의 경우 이미 19세기 후반기나 20세기 초반기부터 논의가 활성화되어 왔다. 이러한 지역사회 내지 공동체 중심적 사상은 “비공식적 사법”에 대한 논의에 근본적인 동기가 법인류학에서 도출되었다는 사정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회복적 사법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율적 갈등해결은 지역공동체를 배제하고서는 그 본질적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회복적 사법은 사법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이해된다. 형사사법의 분야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보장의 강조는 필연적으로 형사절차의 장기화를 초래하고, 소송건수의 증가에 상응하게 국가 형사사법의 재정적 부담도 커지게 된다. 여기서 비공식적 분쟁해결 수단은 사법의 부담을 현저하게 줄여준다. 즉, 비공식적 분쟁해결의 수단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으로 하여금 사건이 경미함에도 불구하고 비합리적으로 시간과 경비가 많이 소요되는 사건을 줄임으로써 사법의 비용을 절감함과 동시에 형사사법의 여력을 중범죄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4. 회복적 사법에 대한 비판
그러나 회복적 사법의 형사정책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는 회복적 사법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회복적 사법의 주장자들은 회복적 사법의 목표를 매우 다양하게 언급하고 있지만, 각각의 목표들은 그 자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막연하게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회복적 사법의 다양한 목표들은 아무런 우선성 없이 모두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된다. 회복적 사법이 추구하는 목표들이 폭넓고 불명확하면 할수록 회복적 사법의 지도적 잠재력은 더 약화된다.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수많은 목표들을 추구하는 경우에는 개별사례에서 어떠한 특별한 목적을 추구하고 어떻게 이러한 목적에 도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답을 제공해 줄 수 없다.
회복적 사법의 적용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회복적 사법절차는 회복적 사법의 절차는 매우 폭넓은 재량과 결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로 인하여 당사자의 기본권보호가 소홀하게 될 수 있으며, 광범위한 재량은 회복적 사법절차를 전통적인 형사사법의 목적인 행위자의 재사회화나 응보를 추구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할 위험도 있다. 한편, 회복적 사법이 범죄의 경중을 불문하고 모두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들에 대한 검증 내지 평가를 위한 다양한 기준들이 회복적 사법이 추구하는 목표에 비하여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 회복적 사법의 다양하고 우선성 없는 목표들이 그대로 인정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해명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제3장 선진외국의 회복적 사법에 대한 법제와 실무
1. 영미법영역에서의 회복적 사법 모델
가. 미 국
미국의 갈등조정모델은 사법과는 동떨어진 지역사회의 갈등해결 프로그램에서부터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갈등조정을 단지 국가적 양형의 한 요소로 이해하는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여기서 합의적 갈등해결 프로그램들이 가지고 있는 철학을 보면 부분적으로는 완전히 상이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즉, 엄격하게 민간에 의하여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나 종교단체에 의하여 운영되는 프로그램들도 있고, 소년보호관찰이나 경찰에 의하여 운용되는 프로그램들도 존재한다.
미국에서 회복적 사법으로 일반적으로 지칭할 때 배상프로그램과 피해자-가해자-화해 프로그램은 구별되어야 한다. 배상프로그램은 범죄로 인하여 발생한 물질적 손해의 배상에 중점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개인적인 화해와 같은 이념적 요소를 포함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피해자-가해자-화해 프로그램은 범행당사자간의 갈등해소를 위한 조정과정을 강조하고 있다.
가해자의 자발적인 피해배상을 회복적 사법의 요소라고 이해할 때, 이에 관한 근거규범은 이미 양형법에서 나타난다. 자발적인 피해배상은 일반적인 양형요소로 고려된다. 그 뿐만 아니라 행위자가 법원의 유죄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손해배상을 이행한 경우에는 양형가이드라인에 따라 양형에 관련되는 범행의 중대성을 두 단계로 줄인다. 그러나 피해자-가해자-화해 프로그램은 검사의 기소유예와 결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양형단계에서 배상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실체법적 효력과도 결합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 프로그램은 사법기관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있고, 사법기관과의 아무런 관련성 없이 법원외적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 프로그램의 다수는 화해조정에 적합한 사례를 통제라고 조정하는 사법기관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회복적 사법 모델프로젝트로는 근린사법센터(Neighborhood Justice Center)이다. 또한 미국에서 회복적 사법의 이론이 실무에서 구체화된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피해자-가해자-화해(Victim-Offender Reconciliation)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범죄로 인하여 발생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일반인 조정자의 지도하에 범행당사자간의 개인적인 만남을 가지는 것이다. 나아가 San Francisco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동체위원회 프로그램(Community Board Program)은 사법의 외부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개인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되고 있다. 범죄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화해알선조정 프로그램의 적용범위는 대부분 소년범죄자에 국한되어 있지만, 최근에는 성인범죄에 대해서도 의미를 증대시키고 있다. 프로그램이 적용되는 범죄의 경중에 관해서는, 거의 대부분이 경미범죄가 화해조정절차의 대상으로 된다.
미국의 경우 회복적 사법의 실무전환 프로그램이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고 그 실제적인 활용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일부 실무전환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형사절차와의 결합이 불충분하게 확정되어 있으며, 화해알선조정 프로그램이 형사절차의 진행 및 결과에 미치는 영향도 충분하게 확정되어 있지 못하다는 흠결점이 지적되고 있다. 적지 않은 프로젝트들이 완전히 사법절차의 외부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범행 당사자들이 형사사법과 결부된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아니하고 사법외적인 알선조정 프로젝트에 참가한 경우(또는 참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결과가 형사사법절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 결국 미국의 알선조정 프로그램은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나. 영 국
영국에서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 프로그램은 크게 3단계를 거쳐서 발전되어 왔다. 이 중에서 세 번째 발전단계로는, 1908년대 초기에 등장한 다수의 다양한 조정프로그램과 원상회복프로그램에서 나타난다. 이 조정프로그램 내지 원상회복프로그램들은 일반적으로 조정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면서, 단순한 배상을 뛰어넘어 상징적인 원상회복의 형식도 포함하는 원상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정프로그램의 경우 1983년에 South Yorkshire와 West Midlands에서 그 실무가 개시되었다. 조정프로그램은 매우 다양한 단계에서 실행된다. 조정프로그램이 투입되는 단계를 형사절차에 상응하게 고찰해보면, 일부는 다이버전프로그램이고 다른 일부는 법원의 사건회부로 이루어진다.
다. 뉴질랜드
뉴질랜드의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 프로그램은 “가족단위협의체”(Family Group Conference)로 알려져 있다. 현재 가족단위협의체는 소년범죄자에 대하여 적용되는 1989년의 “청소년 및 그 가족에 관한 법률”(Children, Young Persons and their Families Act)에서 그 법률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또한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회복적 사법절차가 성인범죄에서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2002년에는 회복적 사법절차를 성인범죄에 도입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예컨대 2002년에 통과된 양형법(Sentencing Act 2002), 가석방법(Parole Act 2002), 피해자권리에 관한 법률(Victims‘ Rights Act 2002)은 회복적 사법의 원칙과 회복적 사법절차에 관한 규정을 담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성인범죄에 대한 회복적 사법의 이념을 실천하기 위한 2002년의 양형법과 가석방법 및 피해자인권법은 회복적 사법을 법률적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성인범죄에 대한 회복적 사법절차가 주로 법원의 양형절차에서 고려되고, 그 적용범위도 모든 범죄에 미치는 것은 아니며, 법원 등은 회복적 사법절차의 결과를 고려할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회복적 사법의 이념이 완전하게 구현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다.
2. 대륙법계의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모델
가. 독 일
독일에서 회복적 사법의 실무전환 프로그램은 원상회복(Wiedergutmachung) 과 가해자-피해자-조정(Täter-Opfer-Ausgleich)으로 불리어진다. 원상회복이란 행위자의 자발적인 급부를 통한 범행결과의 상쇄를 의미하는 반면, 가해자-피해자-조정이란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자발적인 개인적 대화와 이를 통한 갈등해소의 과정을 말한다. 원상회복과 가해자-피해자-조정은 범행갈등의 사안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분리하여 개념을 파악한 것이다. 그러나 이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원상회복이 가해자-피해자-조정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해자-피해자-조정은 범행갈등을 상쇄하기 위한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의사소통을 강조하는 것임에 반해, 원상회복은 좁은 의미의 손해원상회복과 가해자-피해자-조정을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회복적 사법의 이념은 1980년대 중반 이후에 소년범죄의 분야에서 다양한 모델프로젝트를 통하여 실험된 바 있으며, 그 결과 1990년 12월 1일자로 발효된 제1차 소년법원법 개정법률을 통하여 소년법원법 제45조와 제47조에 법적인 근거를 두게 되었다.
또한 1990년대 초반에는 성인범죄의 영역에서 가해자-피해자-조정에 관한 모델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실험되었다. 그 결과 독일의 형사입법자는 그때까지의 가해자-피해자-조정의 발전과정을 고려하여 1994년 12월 1일자로 발효된 범죄투쟁법을 통하여 그 당시까지 적용되었던 제재수단으로서의 원상회복을 뛰어넘는 가해자-피해자-조정과 원상회복을 형법 제46a조에 편입시켰다. 형법 제46a조는 이미 제1호(Verletzte)와 제2호(Opfer)에서 모두 “피해자”라는 용어를 명시하고 있고, 여기서 “피해자”란 개인적 피해자를 의미한다고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는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피해자없는 범죄는 적용의 여지가 없다.
독일의 입법자는 1999년 12월 20일자 법률을 통하여 수사종결단계에서 가해자-피해자-조정과 원상회복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입법적 조치를 단행하였다.
독일의 경우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는 가해자-피해자-조정과 원상회복에 관한 법적 뒷받침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는 상태에 있다. 그러나 형법 제46a조나 형사소송법 제153a조가 안고 있는 수많은 잠재력에 비하면 지금까지 가해자-피해자-조정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1999년의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하여 가해자-피해자-조정의 적용범위가 확정되었지만, 이러한 가능성도 실무에서는 크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형사실무에서 검찰은 가해자-피해자-조정 보다는 사회봉사나 국고에의 일정액의 금전납부 등과 같은 부담사항을 부과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고, 또한 이러한 부담사항을 선택하는 것이 실무편의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복적 사법이 성공적으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형사실무가의 인식전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다.
나. 프랑스
프랑스의 경우 회복적 사법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가진 법률상의 제도는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범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의 원상회복과 관련된 법률상의 제도로는 형사절차에서 민사상 청구권을 주장할 수 있는 배상명령소송(action civile)이 있으며, 검사의 원상회복 의무부과를 조건으로 하는 기소유예(classement sous condition de réparation), 형사회의(composition pénale) 등의 제도가 형사소송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프랑스 형사소송법에서 진정한 의미의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 프로그램은 “형사조정”(médiation pénale)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일반형법에 관해서는 1993년 1월 4일자 제93-2호 법률 제3조를 통하여 형사소송법 제41조에 제7항이 신설되었다. 이와 동시에 집행명령 제45호 제12-1조에 소년범죄와 관련된 “회복조정”(médiation-réparation)제도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었다. 프랑스의 형사조정제도는 외국의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모델과 유사하게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갈등해소와 원상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법적인 규율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매우 세세하게 규정되어 있다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조정관의 승인절차나 조정관의 자격 등에 관한 형사소송법상의 규정내용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규정이다.
다.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의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모델의 공식명칭은 “법원외적 범행조정”(außergerichtlicher Tatausgleich: ATA)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1985년부터 실무에서 법원외적 범행상쇄가 시범적으로 실시되어 오다가, 1989년 1월 1일부터 발효된 1988년의 소년법원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를 가지게 되었다. 소년법원법상 법원외적 범행상쇄에 관한 핵심조항은 제6조(검찰의 소추포기), 제7조(법원외적 범행상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제6조와 제7조의 규정내용은 검찰의 다이버전과 관련을 맺고 있다. 소년법원법 제6조와 제7조에 의하면, 검찰은 행위자가 법원외적 범행조정을 이룬 경우에 형사소추를 포기(즉 기소유예)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형사실무는 1985년 이후로 소년형법의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행해진 법원외적 범행조정을 1992년부터 성인형법의 영역에까지 확대시켰다. 1992년부터 실시된 모델프로젝트로서 법원외적 범행조정은 그 법적 근거를 형법 제42조(범행의 흠결된 당벌성)에 두고 있었다. 형법 제42조에 의하면, 직권으로 소추되는 범죄의 법정형이 벌금형이나 3년 이하의 자유형에 해당하고(경죄), 행위자의 책임이 경미하며, 범행이 매우 경미한 결과를 초래하거나 아무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은 사례들 또는 행위자가 범행결과를 최소한 본질적으로 제거하거나 원상회복하려고 진정하게 노력하였거나 그 밖의 방식으로 범행이 조정되고 특별예방이나 일반예방의 관점에서 처벌이 더 이상 요구되지 않는 경우에는 이미 실체법적으로 불가벌(Straffreistellung)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오스트리아 형사입법자는 1999년 2월 25일자 형사소송법 개정(2000년 1월 1일 발효)으로 형사소송법 제90g에 성인범죄에 대한 법원외적 범행조정의 법적 근거를 두게 되었다. 형사소송법 제90g조에 의하면, 검찰이나 법원은 사안이 명백하게 규명된 가벌행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요건을 갖춘 때에는 수사절차 뿐만 아니라 공판절차에서도 행위자에 대한 기소를 면제해야 한다고 언급되어 있다. 형사소송법 제90g조의 적용요건으로는 ① 행위자가 자신의 범행을 통찰하고 그 범행의 원인에 대하여 논의할 의향을 표시해야 하고, ② 범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모든 결과를 특히 범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원상회복하거나 그 밖에 결과의 상쇄에 기여함으로써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식으로 상쇄하며, ③ 필요한 경우에는 범행으로 나아간 자신의 행동양식을 장래에 중단한다는 자신의 의향을 증명할 각종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4. 각국의 모델의 비교 검토
가.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 프로그램의 공통점
① 대부분의 국가에서 회복적 사법의 모델은 형사사법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모델에 바탕을 둔 회복적 사법의 실무전환 프로그램도 형사사법기관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② 이러한 사실은 회복적 사법이 전통적 형사사법체계와 결부되어 있다 - 이와 관련하여 일부 예외는 있다 - 는 점을 증명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③ 화해조정 내지 화해알선이 대부분 수사절차단계에서 개시된다. ④ 회복적 사법절차의 대상이 되는 범죄로는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경미한 범죄에 국한되어 있다. ⑤ 그러나 회복적 사법이념의 좁은 적용범위에도 불구하고, 회복적 사법절차가 성공하는 확률은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나.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 프로그램의 차이점
① 우선 회복적 사법모델의 전체적인 틀의 관점에서 보면, 영미권 국가의 회복적 사법모델은 주로 ‘협의체모델’임에 반하여, 대륙법계 모델은 ‘개별화모델’이다. ② 또한 회복적 사법에서 공동체(community)가 어느 정도의 역할을 담당하는지에 관하여 영미권 국가에서는 공동체의 개념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고, 범죄와 그 해결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도 공동체의 참여가 활발한 반면,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범죄와 이를 처리하는 형사사법이 국가의 과제에 속한다고 이해되고 있다. ③ 회복적 사법에 대한 법적 근거와 규정의 밀도에 관해서도 차이가 발견된다.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그 법적 근거가 대체적으로 상세하다. ④ 조정자 내지 알선조정자의 지위나 자격에 관해서도 차이가 난다. 대륙법계 국가의 경우 일반적으로 심리학 전공자나 사회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전문적인 조정기관 내지 조정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미국의 일부 조정프로그램이나 노르웨이에서는 일반인이 조정자로 참가하게 된다. ⑤ 조정자와 형사사법기관과의 긴밀성 면에서도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보호관찰기관 등과 같은 공공기관이 조정업무를 수행하는 예가 많다. 미국의 경우 조정프로그램은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어서, 형사사법기관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조정기관도 있고, 형사사법과는 전혀 무관하게 운용되는 조정프로그램도 있다.
제4장 회복적 사법과 전통적 형사사법의 관계
1. 회복적 사법과 형사사법의 관계에 관한 입장의 차이
외국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회복적 사법이 형사사법을 대체해야 한다는 견해와 회복적 사법은 전통적 형사사법과 조화 내지 절충을 이루어야 한다는 견해로 나누어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견해 차이는 전통적 형사사법에 비하여 회복적 사법에 우월적인 지위(즉, 우선적 적용)를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진다.
회복적 사법의 독자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회복적 사법의 실무전환 프로그램과 전통적인 형사사법을 조화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반대관계 내지 대립관계로 본다. 즉, 회복적 사법의 실무전환 프로그램으로서 화해조정이 당사자의 자율에 기초하고 있고 비공식적으로 행해져야 하는 이상, 그것이 올바르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공간은 화해조정에 후퇴되어야 하며, 만약 화해조정을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경우에는 화해조정이 의미를 상실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유사하게, 전통적 형사사법과 회복적 사법은 그 핵심코드가 다르고 작동방식도 전혀 상이하기 때문에 양자가 같은 차원에서 “조화와 절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양자는 끊임없는 관할경쟁의 긴장관계 속에 있다고 놓여있다고 이해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형사사법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법공동체의 평화를 수호할 보다 효과적인 방안은 징벌적 형사사법과 회복적 사법의 조화와 절충을 통해 발견될 수 있다는 견해고 있다. 이러한 방향의 이해방식은 화해조정과 사법의 관련성을 상호 결별된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회해조정의 틀을 형법이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그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회복적 사법이 전통적 형사사법을 대체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회복적 사법의 프로그램이 형사사법체계상의 다이버전과 결부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이 경우에는 회복적 사법이 전통적 형사사법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형사절차의 모든 단계에서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이 활용가능한 경우에는 다이버전을 “의무적”으로 하게 하고, 회복적 사법절차가 성공한 경우에는 가해자에게 형벌감축효과를 명확히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피해자는 회복적 사법의 절차 속에서 하나의 도구로 전락하고 그의 이익은 가해자에 대한 형벌감면의 목적 달성을 위해 고려되는 하위요소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2. 회복적 사법과 형사사법의 관계정립
회복적 사법과 전통적 형사사법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해볼 수 있다.
첫째, 화해조정을 전통적인 형사사법에서 격리시켜서 당사자에게 일정한 행위자율성을 되돌려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회복적 사법의 독자성을 갖추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사법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당사자의 완전한 자율성이란 사회적 조화와 동등성으로 각인된 이상적 사회를 전제로 한다. 회복적 사법을 법제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법제화된 세계에서 법을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
둘째, 회복적 사법이 전통적 형사사법과 구분되는 가장 핵심적인 특징 중의 하나는 범행당사자의 화해조정절차에 대한 참가의 자율성이다. 그러나 형법을 강제만으로 특징지우는 것은 형법을 오로지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한 결과에 불과하며, 자율성도 보장하는 도구로 이해되어야 한다. 결국 강제로 대표되는 형사사법과 자율성으로 대표되는 회복적 사법은 조화로운 관계에 있다.
셋째, 회복적 사법이 전통적 형사사법을 대체하면서 Christie의 지적대로 갈등당사자들이 오로지 형사사법의 외부에서 자율적으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이해하는 경우에는 약자인 피해자는 또 다시 약자의 지위에 놓이게 될 위험이 존재하고, 가해자(행위자)의 관점에서는 자신에게 부여된 헌법적 기본권조차 향유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로써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가 제대로 발휘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나아가 형사소송법은 국가소추주의와 수사강제주의(형사소송법 제195조)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형사사법기관이 인지한 혐의사건을 마치 인지하지 아니한 것으로 간주하여 그 해결을 당사자에게 넘겨버리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회복적 사법의 실무전환 프로그램과 현행 형사사법 시스템이 결부될 수 밖에 없다.
넷째, 회복적 사법의 핵심적인 개념표지는 “비공식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여기서 “비공식적”이란 화해조정의 과정이 특정한 규율이나 규정에 얽매일 필요 없이 자유로운 참가와 대화를 통하여 갈등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요청을 말한다. 그러나 비공식적 갈등해소는 당해 화해조정의 내용에 관한 절차와 합의과정이 비공식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그것이 아무런 법적 규율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비공식적 갈등해소는 일정하게 정형화된 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화해조정절차와 관련된 당사자의 참가, 합의과정, 의견표현, 합의내용 등은 비공식적으로 될 수 있어도, 화해조정절차에서 요구되는 법치국가적 최저요건을 정형화되어야 한다.
다섯째, 그러나 회복적 사법이 전통적 형사사법에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은 타당하다. 그 이유로는 회복적 사법 절차의 범죄예방 잠재력이 형벌이나 보안처분 보다 더 높다는 점, 형법의 내재적 보충성원칙에 따라서 경미한 법효과만으로 파괴된 법질서를 재건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형벌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회복적 사법의 전통적 형사사법에 대한 관할우위를 주장하는 견해 중에서 회복적 사법절차가 성공한 경우에 의무적으로 절차를 종결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이러한 방식이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체계에서 용인될 수 있는지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여섯째, 회복적 사법의 프로그램은 형법적 통제를 완전히 배제하는 도구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 프로그램은 형법적 통제의 범위 속에서 당사자의 자율을 위한 공간을 창설하고 법평화를 재건함에 있어 행위자의 책임원칙을 강조하는 제도로 이해되어야 한다.
일곱째, 회복적 사법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범행 이후의 당사간의 갈등이 해결되었을 경우에는 형법적인 법효과체계 속에서 행위자에게 하나의 보너스(즉, 형벌감경 또는 면제)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와의 화해조정절차에 참가하여 갈등을 해소하고 피해를 배상한 행위자에 대해서는 형벌특권을 부여함으로써 한편으로는 비범죄화의 목표도 달성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형법의 갈등조정 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3. 餘論: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과 형벌목적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과 형벌목적과의 관계에 대하여 규범적인 차원과 경험적․범죄학적 차원으로 나누어서 고찰해 볼 수 있다.
규범적 차원의 형벌목적론으로서 오늘날 형법학계에서는 응보론, 일반예방론 및 특별예방론으로 구분하여 형벌목적론을 논의하고 있다. 응보론은 형벌의 정당성을 저질러진 불법에 대한 동등한 보복, 즉 응보 그 자체에 있다고 이해되고 있으며 이로써 정의를 추구한다. 형법이 여전히 책임응보에서 출발하는 경우에도, 행위자에게 부과될 불이익의 내용은 반드시 해악이나 고통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원상회복과 같은 사회건설적인 급부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응보설의 한 내용을 구성하는 속죄사상에서는 행위자가 정당한 책임상쇄로서 형벌을 내면적으로 수용하고 자신의 범행을 자발적으로 해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여기서 자율적 원상회복은 속죄사상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게 된다. 일반예방론에서는 소극적 일반예방론과 적극적 일반예방론이 주장되고 있다. 소극적 일반예방론의 관점에서는 원상회복을 통하여 일반예방의 효과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는 형벌의 일반예방적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거나 과대평가되었다는 점, 형법적 원상회복이 전혀 일방예방적 효과를 가지지 않는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점, 형법적 원상회복을 “통합예방”의 관점에서 근거지울 때, 위자가 발생한 불법을 가해자-피해자-조정을 통하여 원상회복하는 경우에는, 피해자와 일반국민에 대하여 규범의 효력이 살아있음을 입증시켜준다. 마지막으로 자발적인 원상회복은 행위자로 하여금 범행결과와 피해자의 고통에 대하여 토의할 동기를 부여한다. 이것은 특별예방의 핵심적 개념요소인 재사회화의 중요한 관점이다.
한편, 경험적 고찰방식은 형법의 법효과체계 내지 제재체계는 단순한 규범적 차원을 뛰어넘어 경험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그 목적이 도출되어야 한다고 이해된다. 형사제재법의 과제를 경험적이고 범죄학적인 맥락에서 고찰할 때, 일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형법에 의한 통제가 범죄예방의 유일한 수단이 아니라 사회통제의 전체체계 속에서 작용하는 하나의 부분요소라는 점이다. 사회통제라는 관념은 형법이라는 작은 체계를 뛰어넘어 전체사회나 개인의 갈등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일체의 수단과 통제기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통제의 타 수단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형법에 의한 개입도 큰 효과가 없게 된다. 사회통제이론이 지적하는 정책적 함의는, 국가적 제재를 형성하고 적용함에 있어 단순하게 구금을 통한 재사회화를 의도하기 보다는 사람간의 관계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범행당사자의 개인적인 만남을 통하여 규범위반과 그 배경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게 하고, 그 결과로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원상회복을 이행하는 가해자-피해자-조정과 원상회복은 행위자의 자발적인 책임수용을 가능하게 하고, 이로써 규범의 내면화에 대한 객관적인 징표로서 기능한다. 특히 1960년대 이후의 경험연구의 결과들이 지적하는 제재수단들 간의 ‘대체가능성과 유연성’은 유죄판결을 받은 범죄자들 중에서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한 평균적인 범죄자들의 경우에 제재부과를 통한 성공확률은 제재의 종류와 전혀 무관하게 그 예방적 효과가 동일하다는 점을 제시해주었다. 그렇다면, 형법의 최후수단성에 비추어서 일상범죄에 있어서는 원상회복과 가해자-피해자-조정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제5장 회복적 사법의 도입가능성 검토
범행결과를 회복하기 위한 범행당사자간의 자율적인 교섭의 가능성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일상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실은 형사절차에서 비교적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범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의 원상회복에 관련된 법규정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1. 현행법상 강제적 원상회복의 가능성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이하에서 규정하고 있다. 배상명령제도란 형사절차에서 법원이 직권 또는 피해자나 그 상속인의 신청에 의하여 피고사건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명하는 절차를 말한다. 이 제도는 범죄피해자가 형사절차에서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신속하게 피해를 배상받게 함으로써 피해자의 이익보호와 소송경제의 도모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추구하고 있다.
한편, 기존의 배상명령제도 이외에 2005년 12월 14일자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개정을 통하여 동법 제36조 내지 제40조에 형사재판상 화해절차가 신설되었다. 재판상 화해절차란 형사피고사건의 피고인과 피해자가 해당 피고사건과 관련된 피해에 관한 민사상 다툼과 관련하여 합의한 경우, 피고사건이 계속된 제1심 법원 또는 항소심법원에 공동으로 공판조서에 그 내용의 기재를 구하는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고, 그 공판조서에 대하여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배상명령제도와 형사재판상 화해제도는 국가의 강제적 권력작용을 통하여 범죄피해자의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원상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제도운용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배상명령제도의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배상명령의 배척사유가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다. 실무적용의 공식통계를 보아도 배상명령제도는 크게 활용되지 않고 있다. 한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6조 이하의 형사재판상의 화해제도는 사건당사자의 사적 합의를 통해 발생한 권리의무에 관하여 집행력이라는 소송법적 효과를 부여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합의에 대해 형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2. 현행법상 자발적 원상회복의 고려
우리사회에서는 범죄의 해결을 둘러싸고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형사합의”가 일상화되어 있다. 특히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의 경우에는 형사합의가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와 같은 범행이후의 사적인 합의는 현행법의 다양한 통로를 통하여 고려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법제화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범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원상회복한 사실은 형법 제51조 제4호의 “범행후의 정황”에 해당하게 된다. 피해를 원상회복하였거나 원상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양형책임을 확정함에 있어 형벌을 감경하는 요소가 된다. 그러나 원상회복을 포함하는 형법 제51조 제4호의 “범행후의 정황”이라는 요소는 양형의 조건에 불과할 뿐 현행 형법상 법정감경사유나 법정면제사유는 아니기 때문에 형법 제53조의 재판상 감경(작량감경)에 의할 수밖에 없다. 한편, 행위자가 범행 후에 피해자에게 이행한 원상회복급부는 형사소송법 제247조 제1항에 따른 검사의 기소유예를 위한 중요한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행위자의 범행책임이 확정되기도 전에 검사가 형사합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의 처분을 발하는 현행 검찰실무는 그 법적 근거를 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보다 문제로 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형사법에는 회복적 사법을 장려하기 위한 법적 근거나 형사법적 효과가 명시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적 근거 없이 법현실에서 행해지고 있는 형사합의의 방식과 내용은 범행당사자들의 완전한 자유로운 의지에만 맡겨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피해자뿐만 아니라 행위자에게도 큰 부담을 초래하게 된다. 예컨대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행위자나 그의 친족들로부터 합의에 협력하라는 압력 하에 놓일 수도 있고, 행위자의 관점에서는 형량의 감경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하여 비록 배상액이 부당하게 과다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3. 회복적 사법의 도입을 위한 전제조건
회복적 사법을 현행법체계 속으로 편입시키는 경우에도 그것이 형식적인 제도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현실에서 생명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되어야 할 쟁점들이 있다.
첫째, 회복적 사법의 법제화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고도로 발달한 산업사회에서 형법은 범행이후의 법평화의 재건을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현실에서 일상화되어 있는 형사합의제도 내지 비공식적 갈등해결은 형사법질서의 정형화의 틀 속으로 편입시켜야 한다. 특히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행위가 이행한 원상회복급부에 대하여 형면제 또는 형감경의 특권을 인정하는 명시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형사사법실무가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볼 때, 사건을 회복적 사법절차로 회부하는 관할권은 일차적으로 형사사법기관의 재량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사사법기관의 종사자가 회복적 사법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전통적인 응보적 관점에 각인되어 있는 경우에는 회복적 사법의 이념이 제대로 실천되기 어렵게 된다. 회복적 사법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형사사법실무가의 인식전환이 일차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독일과 같이 회복적 사법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사례에 대해서는 검찰과 법원으로 하여금 사건을 회복적 사법절차에 회부하도록 조정하는 소위 “사항강제”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회복적 사법을 실무에서 실천하기 위한 인적․물적 기반의 구축이 필요하다. 인적 인프라란 화해조정을 담당할 조직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물적 인프라란 화해조정기관에 대한 물적 지원으로서 예산상의 지원도 포함된다. 화해조정 담당기구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다수의 피해자지원기구는 있어도 화해조정의 역량을 구비한 민간조직은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화해조정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조직을 갖추어 나갈 필요가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조직과 형사사법기관간의 업무협력을 갖추어 나갈 수 있는 연결망이 구축되어야 한다. 화해조정기관에 대한 물적 지원은 화해조정기관이 회복적 사법절차를 실효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 화해조정기관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접근점으로는 2005년 12월 23일에 제정된 범죄피해자보호법을 참조하면 될 것이다.
제6장 회복적 사법의 모델에 관한 구상
1. 회복적 사법 모델의 윤곽
회복적 사법이 우리나라에 전면적으로 도입되고 실무에서 그 운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되면, 우리나라에서 운용될 회복적 사법모델의 명칭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회복적 사법모델의 명칭을 ”형사조정“으로 명명하는 것이 적절하다.
회복적 사법의 구체적 형식은 일반적으로 조정모델과 협의체모델로 대별된다. 조정모델이란 “가해자-피해자-조정”(Victim-Offender Mediation) 모델을 말하는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 및 제3자(조정자)로 구성되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직접적인 대면을 원칙으로 한다. 협의체모델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과 친구, 가해자의 가족과 친구 및 경우에 따라서는 변호사나 형사사법기관의 종사자들이 협의체에 참가한다. 우리나라에 회복적 사법제도를 도입함에 있어 그 실무프로그램을 조정모델로 구성할 것인지 협의체모델에 기초할 것인지의 여부는 그 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회복적 사법을 실천하기 위한 개별적인 프로그램은 각각의 사정에 상응하게 조정모델이나 협의체모델로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구의 합리성이 완전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지 못한 우리사회에서 적어도 성인범죄에 대한 형사조정절차에는 범행에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는 가해자와 피해자만 참가하도록 하는 조정모델이 우리 현실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회복적 사법을 형법체계 속으로 편입시키는 경우에는 그 법제화의 형식에 따라 독자적 모델과 부수적 모델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독자적 모델이란 형벌이나 보안처분과는 별도로 독자적으로 규정하면서 그 규정내용도 형사사법기관(검찰, 법원)의 강제적 명령에 따른 형사제재가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발적인 참가와 원상회복을 고려하여 형벌을 대체하도록 하는 모델로 입법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부수적 모델은 법원이 형의 집행을 유예하거나 선고를 유예함에 있어 그 부담사항 내지 조건사항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간의 회복적 사법절차에의 참가를 명하거나 원상회복을 명하는 방식이다. 회복적 사법에 포함되어 있는 범죄예방의 잠재력, 피해자보호 등의 관점을 고려해보면, 회복적 사법은 독자적인 모델로 도입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미 형법전에 규정되어 있는 전통적 형사제재와 결부시킬 필요가 있다. 이로써 회복적 사법이 전면적으로 실천될 수 있도록 장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독자적 모델로 도입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당사자의 자발적 참여가 가능하도록 구성해야 할 것이다.
알선조정기관의 자격에 대해서도 정책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 우선, 모든 사건마다 반드시 알선조정을 요건으로 할 것인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형사조정을 실행하는 알선조정기관의 존재는 바람직하지만, 반드시 알선조정기관을 경유하여 형사조정에 도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둘째, 알선조정기관의 조직상의 요건으로서 알선조정의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인지, 아니면 민간기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형사조정을 알선조정하는 기관의 적격성은 그것이 공공기관이나 민간기관이라는 형식적 구분에 따라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내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여 공공기관이니 민간기관이 형사조정을 알선하기에 적합한 조직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그렇다면, 알선조정에서 요구되는 대전제로서 “중립성”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가 문제된다. 여기서 “중립성”이란 가해자와 피해자의 어느 한 쪽에 치우침이 없이 중립적으로 알선조정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 점을 고려해보면, 가해자나 피해자에 대하여 기존에 감독관계나 보호관계를 맺고 있는 기관은 기본적으로 알선조정기관으로서의 적격성이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이에 관한 예로는 보호관찰대상자를 보호 감독하는 보호관찰소나 피해자보호를 목표로 하는 피해자보호기관을 들 수 있다. 둘째, 알선조정기관의 자격을 제도화 할 것인지의 여부, 즉 알선조정기관의 자격을 일정한 등록 내지 승인과 결부시킬 것인지의 여부는 회복적 사법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존중하는 가운데서 해결되어야 한다. 알선조정기관에 재정적 지원을 위하여 최소한도의 요건 하에서 등록을 요구하는 선에서 머물러야 할 것이다. 셋째, 알선조정자의 자질에 관해서는, 일차적으로 고도의 전문적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회사업가, 교육심리가, 심리전문가 등이 알선조정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알선조정자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연수교육기관을 확보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2. 회복적 사법 실천모델의 실체법적 요건
우리나라에 회복적 사법의 모델을 도입하는 경우에 어떠한 요건 하에 형감면의 법효과를 인정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형사조정은 범행당사자이 자율적으로 만나서 갈등을 해소하고 범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원상회복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합의를 전제로 하는 이상 그 합의의 내용인 개별적인 급부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범행당사자들이 형사조정절차에서 합의할 수 있는 급부의 유형에는 그것이 선량한 풍속이나 법질서 반하는 것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한 어떠한 유형의 급부유형도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상징적 급부의 개념을 인정할 것인지, 진정한 조정급부와 어떠한 관계에 위치시킬 것인지에 관하여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형사조정이 불가능한 사례에서 법적용의 평등성을 담보하고, 회복적 사법의 이념을 전면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상징적 조정급부의 개념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상징적 조정급부를 도입하는 경우에도 개인적인 피해자가 존재하는 형사조정에서는 피해자보호가 일차적인 목표임을 감안하여 형사조정이 우선시 되어야 하고, 상징적 조정급부는 보충적이어야 한다는 피해자중심적 조정급부의 우선적 지위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간에 합의가 가능한 급부유형이 어디까지인지의 여부도 문제로 될 수 있다. 회복적 사법의 모델로서 형사조정을 도입하는 경우에도 그 구체적 급부내용은 헌법적 가치와 조화되는 한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
형사조정의 적용범위와 관련하여, 형사조정은 전통적으로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는 범죄구성요건에 주로 적용되어 왔다. 그러나 형사조정의 배후에는 형법적 범행상쇄가 의도하는 추상적 법익보호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범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사회적 갈등의 해소가 주된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므로 형사조정은 법익의 종류에 따라서 그 적용의 가부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법익일지라도 구체적인 피해자가 존재할 경우에는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단지 환경범죄, 교통범죄(음주운전, 무면허운전), 조세범죄 등과 같이 구체적 범죄피해자를 확인할 수 없는 영역에서는 개인적 피해자를 전제로 하는 형사조정의 적용이 배제된다. 그러나 환경범죄나 교통범죄 등과 같은 추상적 위험범의 범죄구성요건에 있어서 단지 개인적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범행결과를 원상회복하고자 하는 행위자의 태도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법평화와 사회적 평화를 지향하는 회복적 사법의 이념과도 어울릴 수 없다. 회복적 사법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데 찬성하는 경우에는, 개인적 피해자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범죄구성요건에 대해서도 회복적 사법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특히 헌법상의 평등원칙을 고려해보면, 형사조정의 적용범위를 피해자존재의 우연성에 따라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개인적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 범죄구성요건의 경우에도 상징적 원상회복의 개념을 원용하여 사회에 대한 배상을 제공할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 상징적 배상의 개념을 도입하게 되면, 그 구체적인 절차는 형사사법기관과 행위자간의 합의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범행불법의 중대성의 관점에서 고찰해볼 때, 형사조정은 전통적으로 경미범죄에 적용되어 왔지만, 중범죄에 대해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중범죄 일수록 범죄피해자의 정신적․물질적 이해관계는 더 중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형사조정의 대상범죄를 재산범죄나 경미범죄에 국한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다만, 중범죄의 경우에는 비록 형사조정이 성사되었다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은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형사조정이 완전하게 성사된 경우에도 그에 대한 법적 효과는 경미범죄의 경우에 비하여 차등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형사조정을 보다 확실하게 장려하기 위해서는 가해자로 하여금 형사조정절차에 참가하여 피해자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일정한 보너스를 부여해 줄 필요가 있다. 문제는 어떠한 요건과 기준에 따라 형벌감면의 법적 효과를 부여할 것인지의 여부이다. 이 문제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형사조정 성사”의 의미내용과 “범행불법성과 예방적 관점”이라는 두 개의 쟁점이 해결되어야 한다. “형사조정 성사”라고 볼 수 있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된 내용을 전부 이행해야 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가해자가 합의내용을 완전하게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일정한 사정을 참작하여 그것을 형사조정의 법적 효과(형감면)과 결부시킬 필요가 있다. 다만, 행위자가 피해자와 합의한 내용대로 전부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의 형벌감면의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한편, 형사조정과 형벌의 관계도 법효과 결정시 판단되어야 한다. 범행이 경미하면 할수록 형사조정의 의미가 증대되고 형벌의 의미는 줄어든다. 또한 일반예방이나 특별예방의 필요성이 줄어들면 들 수록 형사조정의 의미가 증대된다. 형사조정을 통하여 행위자(가해자)의 재사회화와 피해회복에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위해서는 임의적 형감면 보다는 필요적 형감면이 적절하다. 나아가 필요적 형감면은 현행 양형법의 체계와도 조화되는 법효과라고 볼 수 있다. 형벌의 필요적 감면의 기준에 대해서는, 형법 제59조(선고유예) 제1항의 요건을 접근점으로 하여,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형사조정이 성사되고 예방적 관점에서 처벌의 필요성이 없으면 형벌을 필요적으로 면제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또한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형사조정이 성사되면 형벌을 필요적으로 감경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회복적 사법의 절차법적 일반조건
회복적 사법을 현행 형사사법체계 속으로 편입시키는 경우에도 회복적 사법에 적합한 새로운 소송유형을 창설할 필요는 없다. 다만, 회복적 사법의 가치와 범죄예방의 잠재력에 비추어볼 때, 회복적 사법이 형사절차의 모든 단계에서 실천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려하기 위한 소송법적 보완조치는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형사조정과 무죄추정원칙의 대립관계를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수사절차상 조건부 기소유예의 법적 근거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한편, 공판절차의 초기나 중간에 당사자 간의 형사조정이 성사된 경우에는 검사는 공소취소제도를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공소취소제도는 범죄에 대한 새로운 대응수단인 형사조정제도를 염두에 두고 마련된 제도가 아니라는 점, 공소취소제도 그 자체의 운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보면, 검찰과 법원의 형사조정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없이는 공소취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법원의 입장에서는 형사조정을 고려한 소송종결의 방식으로 공소기각의 재판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제한적 열거주의에 따라 공소기각의 재판의 사유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형사조정이 성사된 사례에 대하여 공소기각의 재판은 불가능하다. 나아가 형사소송법상 공소기각재판의 사유는 소송조건이 흠결된 사례들이기 때문에 형사조정이 성사되었다고 하여 그것을 곧 소송조건의 흠결사례와 동일시 할 수 없다. 법원이 공판절차의 단계에서 형사조정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위해서는 형사조정이 성사된 사례에 대하여 공판절차의 중도에서 절차를 종결지울 수 있는 절차종결수단이 새로이 도입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형사조정과 약식절차의 결합을 생각해볼 수 있다. 형사조정과 약식절차가 결합될 수 있는 부분은, 수사절차의 단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형사조정절차에 참가하여 일정한 합의를 이루었지만, 가해자의 경제적 내지 일신상의 사정으로 인하여 형사조정의 배상급부를 일부만 이행한 사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현행 형사사법의 범주 속에서 회복적 사법의 이념이 장려되어야 한다면, 남아 있는 문제는 어떠한 규율을 통하여 회복적 사법을 장려할 것인가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① 법효과체계 속에서 형사조정의 우선조항을 신설해야 하며, ② 형사사법기관 종사자에게 가해자나 피해자에게 형사조정의 가능성을 고지할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고, ③ 피의자․피고인의 자백을 반드시 요건으로 할 필요는 없다. 가해자나 피해자의 역할을 수용하기만 하면 된다고 본다. ④ 검찰이 형사조정의 결과를 고려하여 당해 사건에 대한 기소유예의 의지를 밝힌 후 일정 기간 동안 피해자가 항변하지 않은 경우에만 형사조정으로 인한 기소유예가 가능하도록 하는 피해자 통제권 내지 동의권을 입법할 필요성도 인정된다. ⑤ 형사조정절차 속에서의 대화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알선조정자의 증언거부권을 명시할 필요가 있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형사조정절차에서 당사자가 행한 진술내용에 대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⑥ 마지막으로 형사조정을 실시함에 필요한 형사사법기관과 알선조정기관간의 가해자나 피해자의 개인정보의 교환에 관한 사항을 형사소송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해 두어야 한다.
제7장 회복적 사법에 대한 평가와 전망
오늘날 학계에서 주장되고, 외국의 실무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회복적 사법의 이론과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을 두고 이를 과연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이해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이를 분명하게 긍정하기는 힘들다. 우선 실무의 적용현실을 보면, 회복적 사법 실무전환모델의 적용범위는 한정적이다. 이론적인 관점에서 보는 경우에도 회복적 사법과 전통적 형사사법은 공통적으로 범죄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점에서 회복적 사법과 형사사법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의 적용현실과 그 이론적 관점을 고려해 볼 때 현시점에서 회복적 사법을 전통적 형사사법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하더라도, 범죄로 인하여 발생한 갈등의 자율적 해소와 피해의 배상을 핵심적 개념요소로 설정하고 있는 회복적 사법의 이념은 장래에 지속적으로 전개되어야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형법은 회복적 사법이 발현될 수 있는 틀을 제시하면서 그 틀 속에서 당사자의 자율적 갈등해소가 가능할 수 있는 규칙을 제시하여야 한다. 시민참여의 민주주의가 강조되고, 개인의 인권의식이 성장되는 현 시점과 장래에는 피해자를 제외한 채 국가와 행위자만의 일면적인 관계설정에 기초한 형벌부과만으로는 법평화와 사회적 평화가 달성되었다고 판단하기 힘들다. 이제 국가형벌권은 회복적 사법에서 강조하고 있는 핵심적 요소들을 고려함으로써 피해자와 가해자 및 공동체를 포괄하는 통합적인 형사사법을 운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