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의 목적 ◦ 본 연구는 조직폭력배 소득원의 종류, 규모 그리고 그 운용 등을 알아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자원의 희소성이 전제되는 상황 하에서 모든 경제주체들은 자신의 효용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주어진 제약조건하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조직폭력배도 하나의 경제적 주체이며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점에서 소비자, 기업, 정부 등과 같은 일반 경제주체와 다를 것이 없다고 보는 것이 본 연구의 기본 전제이다. ◦ 그러나 조직폭력배는 일반 경제주체와 달리 자신에게 주어진 제약조건을 인위적으로 바꾸려 하고, 더 나아가 게임의 규칙을 폭력과 협박으로 어겨가면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특히 이러한 게임의 규칙 위반 현상이 사회 내에서 체계성과 조직성을 갖고 진행될 경우 사회적 혼란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다. ◦ 사회적 혼란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수단은 이들 집단의 경제활동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 하에, 본 연구는 우리나라 조직폭력배의 경제적 활동모습을 실증적으로 보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 용어의 정의와 연구의 범위 ◦ 조직폭력배의 소득원은 ‘조직폭력배의 경제적 능력을 변화시키는 모든 경제행위 혹은 경제분야’로 개념정의 한다. 여기서 조직폭력배는 하나의 ‘조직’으로 간주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구성원’도 포괄하며, 경제적 능력은 실현 여부와 관련 없이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은 모두 소득으로 간주한다. ◦ 소득원의 종류는 과거 연구에서 활동영역, 사업분야 등으로 불리어졌는데, 본 연구는 특히 전통적 소득원과 새로운 소득원의 준별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였다. ◦ 소득원의 규모는 특히 실증적 연구가 미진한 분야로 본 연구는 기대소득이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조직폭력배의 소득원 규모를 추정하였다. ◦ 소득원의 운용이란 소득원의 선택, 확장, 변경, 관리 등의 활동을 수행함에 있어 발생되는 문제들과 관련된다. 이러한 문제는 조직폭력배의 조직구조 내지 내부관리문제와 조직환경문제라는 크게 두 가지 차원의 문제로 나누어 고찰하였다. ■ 연구의 방법 ◦ 본 연구는 공식적인 통계자료가 아닌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을 통해 조직폭력과 관련한 재소자의 인식 혹은 행태를 조사한다는 점에서 연구방법론상의 가장 큰 특징이 있다. 공식통계자료의 분석이 표면으로 드러난 혹은 사건화 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을 진행한다면, 설문과 면접을 통한 조사는 공식통계의 이면에 자리를 잡고 있는 조직폭력의 실상과 면모를 조사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 설문조사자료의 통계분석기법으로서는 주로 단순빈도분석과 교차분석이 활용되었다. 특히 교차분석의 경우 조직의 활동하고 있는 지역(수도권 및 대도시지역, 비대도시지역), 조직이 설립된 연대(1970년대 설립조직, 1980년대 설립조직, 1990년대 설립조직), 조직의 규모(대규모조직, 중규모조직, 소규모조직)에 따라 개별 조직의 소득원과 관련한 행태가 어떻게 다른지 주목하였다. ◦ 조직폭력배 설문조사의 모집단은 2005년 말 기준으로 총 35개 교도소(8개 구치소 포함)에 수감되어 있는 655명의 기결수이다. 기결수가 수감되어 있는 교도소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의 조직폭력 관련 수감자가 있는 교도소 6곳을 선택하였다. 특히 조직폭력 수감자들은 자신의 활동지와 일정 거리를 두고 수감되고 있는 규정을 고려하여, 표출 대상을 경기, 충청, 전라, 경상 지역으로 분산시켰다. ◦ 조사과정은 크게 예비조사와 본조사로 진행되었다. 예비조사는 2006년 3월 말경 사흘에 걸쳐 설문조사 후 면접조사를 진행하였다. 예비조사를 통해 설문기입시간, 설문내용의 타당성, 구체적인 조사실시방법 등에 대해 집중적인 점검이 이루어 졌고, 이에 대한 점검 결과가 본조사에 반영되었다. 본조사는 4월 5일부터 14일까지 약 열흘에 걸쳐 이루어 졌다. 각 교도소별 조사기간은 교도소의 사정에 따라 하루 내지 이틀 정도가 소요되었다. ◦ 최종적으로 설문에 응한 조사대상자 109명과 면접에 응한 조사대상자 29명에 대해 분석이 진행되었다. ■ 설문조사결과 (1) 일반적 특징 ◦ 기본적으로 설문분석은 109개의 설문 응답지를 109개의 조직으로 간주하여 진행하였다. ◦ 109개의 조직 중 52.3%인 57개 조직이 수도권 및 대도시에서 활동을 하는 조직이었으며, 47.7%에 해당하는 52개 조직이 비대도시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 조직 중 1970년대 설립된 조직은(1970년대 이전에 세워진 조직을 포함하여) 15개로 15.5%이며, 1980년대 설립된 조직은 52개로 52%를 차지하였으며, 1990년대 설립된 조직은 30개로 30.9%에 해당되었다. 조직규모별로는 50-100명의 조직이 50개로 45.9%, 50명 미만이 29개로 26.6%, 100명 이상이 30개로 27.5%를 차지했다. ◦ 분석대상이 된 조직들은 대체로 대도시에 있는 조직은 규모가 크고 오래되었으며, 비대도시에 있는 조직은 규모가 작고 신생조직인 경우가 많았다. (2) 소득원의 종류 ◦ 전체사업분야와 관련해 각 조직들은 평균 3.9개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유흥업소, 오락실, 게임장 등 전통적인 사업분야에서 간접적으로 영업을 관리하거나 직접 영업을 하는 비중이 높았다. 지역별, 설립시기별, 조직규모별 분석에서 연예사업은 도시지역의 오래된 조직 중 규모가 큰 경우에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사채업, 건축업, 농수산물유통업의 경우 조직규모가 큰 경우 선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대표사업분야와 관련해 각 조직들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소득원이라 할 수 있는 기업인수, 주식 및 증권 투자, 유통업, 용역업, 연예사업 등은 응답자가 아무도 선택을 하지 않았으며, 사설경마, 입찰 및 경매 등의 분야도 비록 선택한 응답자가 있었지만 1-2명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노점상 등의 영세영업보호는 과거 매우 전통적인 사업분야로 분류될 수 있지만 이들 항목을 선택한 응답자는 아무도 없었다. 지역별, 설립시기별, 조직규모별 대표사업분야를 분석한 결과를 요약하면 유흥업소보호분야와 건축 등 부동산 분야는 대도시의 오래된 조직으로서 조직규모가 큰 경우에 관여하는 경향이 강하며, 유흥업소의 직접적 운영은 비대도시에 최근에 조직된 조직으로서 조직규모가 작은 경우에 관여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3) 소득원의 규모 ◦ 대표사업의 연간수입규모에 대해서는 1억-5억미만이 30.0%로 가장 많았다. 대표사업별 기대수입규모를 보면 건축분야수입, 유흥업소 직접운영수입, 유흥업소 보호수입 순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설립연대별로 보면 오래된 조직일수록 기대수입이 크며, 1인당 기대수입도 설립연대가 오래될수록 크다. 조직규모별로 보면 규모가 클수록 기대수입이 크다. 지역별로는 대도시가 비대도시 보다 기대수입이 크다. 한편, 대표사업의 변경과 관련해 과거대표사업의 수입규모는 현재대표사업의 수입규모 보다 낮다 ◦ 조직구성원의 월평균 수입은 ‘100-300만원’이 29.2%, ‘300-500만원’이 28.1, ‘500-1,000만원’이 22.5%를 보이고 있다. 조직 일을 하고 받는 대가에 대해서는 ‘100-200만원’이 27.5%로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다. 두목 등이 측근에게 지불하는 대가는 ‘200-300만원’이 가장 높은 빈도를 나타냈다. (4) 소득원의 운용 ◦ 조직의 내부구조와 관련해 최근 조직의 규모는 작아지는 경향이 관찰되며, 특히 최근 설립된 조직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내 지위는 계층제적 성격을 띠며, 40대=두목, 30대=행동대장, 20대=행동대원이라는 등식이 거의 성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조직구성원의 관리측면에서 직무동기가 ‘낮음’에 해당하는 경우(52.2%)가 ‘높음’에 해당하는 경우(47.8%)보다 많았고, 직무만족도는 ‘보통’(67.0%), ‘만족’(11.3%), ‘매우만족’(1.0%)에 해당하는 경우가 불만족한 경우 보다 높았다. 특히 이들 직무동기와 만족도는 경찰공무원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동기와 직무만족도는 대도시지역과 조직설립이 오래된 곳의 조직일수록 높았다. 수감조직원은 59.6%는 자신이 조직에서 했던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으며, 조직이 오래되고 조직규모가 큰 경우일수록 후회정도가 낮았다. ◦ 조직환경의 관리와 관련하여서는 소재지 내 유사사업 운영 조직 수는 ‘없는 경우’가 30.5%, ‘3개 이하인 경우’가 46.7%를 차지해 독과점적 형태로 사업이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도시는 독점과 경쟁체제가 상존하는 반면, 비대도시는 과점형태의 비율이 높으며, 오래된 조직일수록 독점적 형태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대조직의 수는 ‘3개 이하’(35.0%)라는 응답과 ‘20개 이상’(23.3%)이라는 응답이 동시에 나와 극단적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오래된 조직일수록 유대조직의 수가 많았다. 서울소재유대조직의 비율은 30% 내외가 가장 많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소득원 운용의 어려움과 관련하여 ‘사법기관과 행정기관의 간섭’(40.6%)과 ‘일반인의 잘못된 선입견’(23.6%)을 가장 주된 요인으로 응답자들은 보고 있다. 대도시 조직이 상대적으로 사법기관의 간섭과 불경기로 사업운영에 어려움이 더 크다고 본 반면, 비대도시 조직은 일반인의 잘못된 선입견을 어려움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오래된 조직일수록 사법기관의 간섭을 주된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운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조직들은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즉 갈취나 폭력 등의 불법적인 행위를 절제(78.0%), 경제 및 법률적 지식을 활용하는 지능적 조직의 증가(71.6%), 합법을 가장한 사업의 증가(56.4%), 활동의 다양화(57.1%), 세금의 성실한 납부(54.1%)에 대해 긍정적인 경우가 많았다. ■ 심층면접조사결과 (1) 소득원의 종류 ◦ 대체로 전통적 소득원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다양한 소득원으로 확장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전통적인 사업을 기본사업으로 하고 새로운 분야의 사업을 일종의 유행사업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발견되었다. ◦ 마약거래분야는 회피되는 경향이 강하며, 조직원이 조직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따라 사업분야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외소득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으나 아직 체계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례3> “과거와 달리 현재는 전반적으로 조직의 기초가 튼튼해 졌다. 카지노, 오락실 등은 바람이다. 기본적으로 업소 한 개 정도를 운영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돈이 되는 사업에 손을 댄다.” <사례14> 요즘 손 안대는 사업이 없다. 기본적으로 술장사로 자기 고정수입을 만들어 놓고 각자 부동산, 유흥, 연예 등 관심분야 쪽의 사업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사업 전반적으로 모두 손댄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단 주력은 술집이다. (2) 소득원의 규모 ◦ 소득원의 규모와 관련하여서는 고정소득원으로서 유흥주점 등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에 대한 보상은 한 업소당 대략 150만원 내외였다. ◦ 그러나 유동 소득원의 규모는 그 변이가 매우 큰 것으로 보여 그 추산이 쉽지 않다. <사례15> “2001년부터 호스트바 관리를 하면서 150만원 정도를 월급으로 받았다. 가끔 호스트바 선수로 뛰는 애들 팁 받는 것으로 (용돈을) 충당하기도 했다. <사례20> “(설문에 월500만원을 받는다고 적었는데?) 유흥업소를 운영하기 전에 업소 세 곳을 관리하고 보호하였다. 관리란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고, 특별히 하는 일은 없으며, 업소에도 잘 나가지 않는다. 마담에게 물어봐 안 되는 수금을 받는 경우는 있다. 한 달 그렇게 있으면, 500만원이 그냥 들어온다.” <사례2> “한 달에 돈 1,000만원을 벌 때도 있고, 못 벌 때는 하나도 못 벌 때도 있었다.(격차가 컸다.) 그래서 심지어 차량의 기름값이 없을 때도 있었다.” (3) 소득원의 운용 ◦ 전통적으로 인식되어 오던 ‘조직=의리’라는 등식이 깨어지고 있다. 소득원의 합법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조직간 소득원을 두고 싸우는 큰 전쟁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이나 조직이 갖고 있는 폭력성이 없어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 피면담자의 증언에 의할 때 형사사법기관 종사자와 조직 구성원간에 일정한 연계고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진술하고 있다. 또한 조직구조는 과거와 달리 계층성이 약화되고 조직구조의 가시성이 감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7> “요즘에는 형님들이 동생들이라고 해서 사업이나 업소를 그냥 주거나 물려주는 것은 없다. 동생들이 자리를 못 잡았거나 당장 어려운 경우 업소를 운영하게 해서 일해서 갚으라고 한다. 조직에서도 돈 계산은 철저하다.” <사례29> “타 조직간 싸움은 이제 안한다. 서로 각자 관리업소가 있고 시내 경계 같은 것은 없다. 서로 도우며 사는 것도 모자랄 판이다.” <사례9> “(Q: 입소 후 조직의 변화는?) 조직이 세분화되었다. 새로운 조직원이 유입되면서 원래 식구들과 나눠졌다. 옛날처럼 대규모로 몰려다니지는 않고, 쪼개어 다닌다. 그 이유는 사법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 연구의 정책적 함의 ◦ 전통적 소득원과 새로운 소득원간의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전통적 소득원과 새로운 소득원은 합법성(정확히는 합법성을 가장)과 불법성 외에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우선 거래방식이 전자는 은밀하게 이루어짐에 반해 후자는 일반 경제주체와 함께 공공연하게 이루어진다. 거래규모의 측면에서 전자는 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물론 대형유흥업소를 운영하는 경우 작은 회사의 유통업에 비할 바가 아니다). 폭력의 행사와 관련해 후자는 폭력의 잠재성만을 보여주며 대부분 그러한 잠재성만으로도 자신이 의도한 바대로 거래가 성립된다(본문참조). 아래의 표는 양자의 차이를 정리한 것이다. ◦ 규제경제학적 관점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 소득원에 대응하여서는 사회적 규제의 관점에서 이들 소득원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 반대로 새로운 소득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규제의 관점에서 해당 규제를 완화하고 최대한 시장원리에 따라 조직폭력배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 형사사법적 접근에 있어 기존 조직폭력배를 바라보던 관점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즉 조직범죄의 ‘조직성(organized nature)’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 조직의 특성에 따라 대응체계가 달라져야 한다. 수도권 및 대도시에 있는 조직과 비대도시에 있는 조직이 그 소득원으로 삼는 분야, 규모, 운용 등이 다름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조직의 설립역사나 조직의 규모에 따라서도 소득원과 관련한 행태가 다르게 관찰되었다. ◦ 조직범죄의 실상을 잘 파악하고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 청소년을 포함한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조직폭력배 자신도 자신의 위치를 잘 깨우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직에 대한 신화는 일반인과 조직 구성원 모두에게 있어 깨져야 할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