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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절 살인죄

1. 개관

가. 살인 범죄 체계 및 구성

커먼로는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죄(criminal homicide)는 모두 사형에 처하였으나 이후 ‘모살죄(murder)’와 ‘비악의적 살인죄(manslaughter)’로 구분하면서 전자에 대하여만 사형을 선고하였다.191)Joshua Dressler, Understanding Criminal Law, 8th ed., Carolina Academic Press, 2018, 476면(‘비악의적 살인죄’에는 과실치사죄도 포함하기 때문에 본 보고서에서는 고살(voluntary manslaughter)로 번역하지 않고 ‘비악의적 살인죄’로 번역하였다). 양자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범행 이전 또는 실행 과정에서의 악의(malice)의 존재 여부이다. 악의(malice)는 사전적 의미로서의 나쁜 의도나 동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 가치에 대한 극도의 무관심을 가진 심리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살해하거나 살인의 고의는 없었더라도 중범죄의 실행 등과 같이 사람의 생명에 위험한 행위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악의가 있다고 본다. 커먼로에서 ‘비악의적 살인죄(manslaughter)’는 격정에 의한 살인죄와 같이 살인의 고의는 있지만 상대방의 감정적 도발에 의한 흥분 상태로 인하여 자기 통제를 상실한 결과, 살인을 저지르는 ‘고살죄(voluntary manslaughter)’와 살인에 대한 고의 없이 인식 있는 과실이나, 인식이 없더라도 정상의 주의의무를 현저히 태만하게 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하는 ‘비고의살인죄(involuntary manslaughter)’ 또는 ‘과실치사죄(criminal negligent)’로 구분하였다.

한편 1794년 미국 펜실베니아 주를 중심으로 시작된 형사법 개혁에서는 살인죄를 등급으로 구분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커먼로 원칙에는 없던 것이었다.192)Joshua Dressler, Understanding Criminal Law, 8th ed., Carolina Academic Press, 2018, 476면. 1953년경까지 대략 37개 주가 이 펜실베니아 모델을 따라 모살죄를 1급과 2급으로 구분하였으며, 현재도 이 모델을 따르는 관할에서 적용되고 있다.193)Joshua Dressler, Understanding Criminal Law, 8th ed., Carolina Academic Press, 2018, 478-479면. 그러나 모범형법전 및 이를 따르는 관할에서는 ‘살인죄(murder)’, ‘중과실치사죄(manslaughter)194)모범형법상 중과실치사죄(manslaughter)에는 살인에 대한 고의는 있었지만 감정적 혼란으로 인해 모살죄에서 감경되는 살인죄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정확한 용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본 죄의 핵심 구성요건이 중대한 과실이므로 이해의 편의상 중과실치사죄로 번역한다.’, ‘과실치사죄(negligent homicide)’로 구분하기도 한다. 모범형법전에 따르면 살인죄(murder)는 ‘의도적으로(purposely)’ 또는 ‘알면서(knowingly)’ 사람을 살해하는 경우와 ‘극도의 무모함(extreme recklessness)’에 의한 살인을 말한다.195)Model Penal Code § 210.2(1)(a)-(b). 극도의 무모함에 의한 살인은 살인의 결과를 확실히 알거나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그 위험성에 대한 매우 강한 가능성을 인식하였으면서도 극도의 무관심으로 대응한 경우로 우리의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중과실치사죄(manslaughter)는 극도의 무모함 정도에는 미치지 않더라도 정상의 주의의무를 현저히 태만하게 한 경우196)Model Penal Code § 210.3(1)(a)-(b). 로서, 위험성을 인식하고서도 의도적으로 이를 무시하는 ‘인식 있는 과실’이 대표적으로 이에 해당한다. 한편, 중과실치사죄에는 살인에 대한 고의가 있어 원래는 모살죄가 성립하지만, 극도의 정신적 또는 감정적 혼란의 결과로 살인을 한 경우에 합리적인 책임 감경 사유를 근거로 모살죄보다 낮게 처벌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우리 형법의 입장에서 볼 때,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점에서 모범형법상의 중과실치사죄(manslaughter)는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실치사죄(criminal negligence)는 정상의 주의의무를 태만하게 한 결과 인식 없는 과실에 의해 사망의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서 우리의 과실치사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살인죄는 우리 형법과 다른 점이 많아서 번역상 오해의 소지가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모살죄로 번역되는 살인죄(murder)는 반드시 사전 모의나 계획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살인의 결과를 의도(intent)한 의도적 살인이므로 우리 형법상 고의에 의한 살인죄에 해당한다. 또한, ‘고살죄(voluntary manslaughter)’도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점에서는 모살죄와 같으면서도 ‘격정에 의한 살인죄’나 오상방위에 의한 살인과 같이 악의(malice)가 없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하에서는 가급적 우리 형법 체계에 맞게 모살과 고살을 포함하는 고의에 의한 살인죄(murder 및 voluntary manslaughter)와 비고의살인/과실치사죄(involuntary manslaughter 또는 criminal negligence)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큰 오해를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급적 친숙한 용어를 사용하되, 그렇지 않은 경우 오해를 피하기 위하여 직역을 하였음을 미리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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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2020-12-31